아직도 생각나는 17년전 자동차 사고

운전면허갱신하면서 생각난 일

등록 2009.03.18 09:31수정 2009.03.18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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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쾅~~~ 삐익~~ ' 17년 전 자동차 운전을 시작하고 꿈같이 일어난 자동차 첫사고였다.  그런데 지금도 마치 어제일처럼 생생하기만 하다.

 

 며칠 전 3번째 운전면허 갱신을 받았다. 운전면허시험장 직원이 면허증갱신을 신청하니깐"7년 동안 무사고 운전하셨으니깐 따로 시험 안보고 1종 면허증 받으실 수 있으세요" "아니요 그냥 2종 면허증으로 할게요."7년 동안 무사고라는 말에 그동안 까맣게 잊고 지냈던 첫 사고 생각이 난 것이다.

 

유난히 겁이 많던 나는 운전한다는 것이 정말이지 너무나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아이들 학교통학 문제가 걸려 있으니 안 할 수가 없었다.  초보 때는 혼자는 운전하기가 무척이나 두려웠다. 하여, 옆에 꼭 누가 함께 타주어야 운전을 할 수 있었다. 아이들이 있으면 아이들을 태우고 나갔다. 하지만  아이들이 오전 시간에는 학교에 가고 없을 때는 동네친구들에게 도움을 청하곤 했었다.    그런 나에게 친구가 자진해서 함께 가준다니 어찌나 든든하던지.

 

1993년 6월쯤 난 자동차 첫 사고

 

17년 전 운전연수를 마치고  운전을 시작한지 일주일쯤 되던 날이었다. 친구가 함께 타고 가준다기에  평소보다 멀리 길을 나섰다. 그때는 지금처럼 자동차가 많지 않았다. 거기에 대낮이라 도로는 아주 한산했다.

 

6월초쯤으로 생각이 된다. 에어컨을 켜지 않고 운전을 한 탓에 온몸은 땀으로 범벅이 되었다. 극도로 긴장해서였을까?  그래도 더운 줄도 몰랐던 것이다. 초보 때는 밤에 라이트를 켜지 않아도 그렇게 잘 보일 수가 없었다. 마치 눈에 불이 켜진것처럼. 지금도 밤에 라이트를 켜지 않은 운전자가 가끔 눈에 띈다.  '그럴 땐 그는 아마도 초보는 아닐까?' 하는생각이 들곤한다.

 

그날, 운전을 하다가 잠시 쉬었다 갈 생각에 한적한 거리에 차를 세우려 할 때 친구는 쉬지않고   말을 시키고  있었다. 대충 "그래그래, 응응"으로 대답을 했지만 초보 중에 초보인지라 난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1톤  트럭 뒤에 주차를 시키면서  브레이크를 밟는다는 것이 그만 엑셀레이터를 밟고 말았다.

 

그때 요란스럽게 들려오는 소리에 정신을 차려보니 트럭 뒷부분을 들이 받고 말았다. 난 너무나 놀라 그대로 굳어버리는 듯했다. 트럭주인이 나타났고 주위에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몰려들었다. 잠시 정신을 차리고 보니 창피한 생각도 들었다.

 

겨우 운전석에서 나오려하고 몸을 추수렸다. 몸을 일으켰으나 다리가 후들후들 떨려 걸을 수가 없었다. 친구가 청심환을 사다주어 먹고는 조금 안정이 되는 듯했다. 밖으로 나와 트럭주인한테 무조건 "죄송합니다. 운전이 서툴러서 그만~~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트럭주인은 "어디 다치신 데는 없으세요? 다행히 빽밀러만 깨졌네요.그런데 그차는 조금 심한 것 같은데요"한다. 난 목구멍에 침도 겨우 넘기면서 "정말 다행이네요. 얼른 보험회사에 연락할게요."하고 보험회사에 전화를 했다. 전화를 끊고 내차를 보니 앞 범퍼가 위로 올라와서 찌그러져 있었다. 새로 뽑은 지 일주일 된 자동차를 그 지경을 만들어놨으니.

 

얼마나 지났을까? 친구는 먼저 보내고 보험회사에서 직원이 나왔다. 그 직원은 여기 저기 살펴보더니 나한테 직접 운전을 하고 자신을 뒤 따라오란다.난 "지금 운전을 못할 것 같은데요"했다. 그는 "이 근처에는 정비센터가 없는데 어쩌지요" 한다.

 

 그때 '그렇지 지금 운전대를 못 잡으면 앞으로 영영 운전을 못할 수도 있어' 마음을 다잡아먹고 용기를 내어 운전석에 앉아 그를 천천히 뒤따라갔다. 차가 그 지경이 되었으니 오고가는 자동차들 길을 가던 사람들이 모두 나만 쳐다보는 듯했다. 20분~30분 후에 정비센터까지 무사히 도착을 했다. 마치 며칠이 지난 것만 같았다. 3~4일이면 수리가 끝난다고 했다. 자동차를 정비센터네 놔두고 돌아서는 발길이 무겁기만 했다.

 

일주일만에 집에 온 남편을 보니 눈물이 앞을 가리다

 

집에 도착해서도 한동안 멍하니 앉아있었다.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들은 "엄마,엄마 차가 안보여 어디 있어?" "응 작은 사고가 있어서 정비센터에 맡겼어" 아이들한테 말할 때는 태연하려고 애썼다. 그때 남편은 지방에 가있을 때라 우린 주말부부였다. 그리곤 그 주간 토요일 저녁때가 되자 남편이 돌아왔다.

 

아이들은 제 아빠를 보자마자 "아빠 엄마 차사고 나서 차가 지금 없어" 하니 남편도 무척 놀란 모양이다. "응 사고?" 그런데 그동안은 비교적 씩씩하던 내가 남편을 보자마자 눈물이 북받쳐 올랐다. 왠지 서러운 생각이 들었던 모양이었다.

 

그때는 지금처럼 연락수단이 좋을 때가 아니었다. 휴대폰은 물론 없었고 삐삐가 있었나? 아무튼 연락을 하려면 회사에 전화를 해야 하는데 그럼 남편이 너무 놀랄 것 같아 아예 연락을 하지 않았었다. 저녁준비에 앞치마를 입고 있던 난 소파에 앉아 앞치마를 돌돌 말면서 울면서 사고 났던 당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가족 모두 눈물을 글썽거리며 내말을 듣다가 딸아이가 "엄마 앞치마 이젠 그만 말어 끝까지 올라갔어"하는 통에 갑자기 웃음바다가 되고 말았다. 아마 사고당시 나를 위로해 줄 가장 가까운 사람이 옆에 없었다는 것이 무척 서러웠었나보다. 또 모든 일을 혼자 해결해야하는 두려움이 생각났었나 보다.

 

그 다음 주 정비센터에서 연락이 왔다. 자동차수리가 다 끝났다고. 난 미안하지만 집까지 갖다 달라고 했다. 그날도 운전을 할 수 없을 것 같기에. 고맙게도 정비센터에서 자동차를 집 앞까지 갖다 주었다. 그 후로도 며칠 동안은 운전을 할 수 없었다. 남편이 보다 못해 같이 나가자고 한다.

 

그 당시 남편은 운전경력이 꽤 오래되어 안심이 되었다. 그 일을 계기로  두려움은 조금씩 사라졌고 운전을 다시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상한 버릇이 한가지 생겼다. 날이 흐리면 흐려서, 꿈자리가 사나우면 사나워서, 설거지 하다가 그릇을 깨면 또 그래서 운전을 하지 않으려했다.

 

하지만 내 자신이 그런 생각에 사로잡혀 스스로 갇혀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후로 그런 것들을 털어버리고  다시 씩씩하게 운전대를 잡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그후부터 지금까지 사고를 내지 않았다.

 

지난 남편 생일 때, 딸아이가 "엄마, 차사고 났을 때 아빠 오자마자 앞치마 말고 울 때 생각나?" 하며 묻는다. 옆에서 사위가 "아버님 그때 기분이 어떠셨어요?" "난 그때 일 까맣게 잊어버렸어"하며 시치미를 땐다. 딸아이는 "애이 아빠 잊어버리기는 엄마가 우니깐 아빠도 눈물이 글썽글썽했으면서..." 지금 생각하면 나도 웃음이 나온다. 그리고 그때 금세 운전대를 잡고 정비센터까지 갔다는 것이 꿈만같다.

2009.03.18 09:31 ⓒ 2009 OhmyNews
#자동차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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