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윤형 화백의 그림에서 노자와 솔거를 발견하다

3월 25일부터 서양화가 류윤형 화백 23번째 개인전

등록 2009.03.22 16:06수정 2009.03.2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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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안동에서 활동 중인 서양화가 류윤형 화백의 23번째 개인전을 알리는 도록이 집에 도착했다. 오는 25일(수)부터 4월 3일(금)까지 서초구 양재동에 위치한 한전아트센터 내 한전프라자에서 전시를 개최한다는 내용이다.

a 화가  경북 안동에서 활동 중인 서양화가 류윤형 화백, 작업실은 학가산 인근의 서후면 저전리에 있다.

화가 경북 안동에서 활동 중인 서양화가 류윤형 화백, 작업실은 학가산 인근의 서후면 저전리에 있다. ⓒ 김수종


10년 전에 출간된 안상학 시인의 <안동소주>(실천문학사)라는 시집에는 당시 복당골에서 그림을 그리던 화가에 관한 시가 한 편 있다.


해바라기를 심을 때부터/그는 해바라기를 그린다고 했다./그러나 그는 여름이 다 가도록/해바라기를 그리지 않는다./ (중략) /가을이 깊어가고/신작로의 포플러가 마른 잎을 떨굴 때/그는 비로소 화구를 챙기기 시작했다. 이미/해바라기는 꼿꼿하던 고개를 숙이고/꽃잎은 제 색을 잃어가고 있었다./푸르던 목청은 살이 내려 힘줄 더욱 불거지고/얼굴은 검버섯이 피어난 채 땅만/내려다보고 있었다. 여름내 마주하던 햇살을 등지고/마른 바람에 살을 빼고 있는 해바라기/그때서야 그는, 어 참 색 좋다. 어이 거 느낌 좋다/천천히 바탕색을 입히고 있었다./      복당골 해바라기-류윤형 화백 (부분)

시인은 복당골에서 그림을 그리던 화백의 모습을 보면서, 그가 '자연친화적이며, 예술의 진미를 아는 천상화가로 보였다.'고 한다. 그래서 인지 그는 '류 화백이 있어, 안동이 풍요롭고 멋있다.'라고 표현하고 있다.

나는 그를 만나고 있으면, 세월을 거슬러 올라 통일신라시대의 화가 솔거를 생각하게 된다. 신이 내린 천상(天上)의 화가라는 의미에서 신화(神畵)라고 불렸던 솔거가 경주 황룡사 벽에 그린 '노송도'에는 하늘을 나는 새들이 앉으려다가 부딪쳐 떨어졌다는 일화가 있다.

a 소나무  정말 소나무를 잘 그리는 류윤형 화백의 작품

소나무 정말 소나무를 잘 그리는 류윤형 화백의 작품 ⓒ 류윤형


훗날 '단청(丹靑)을 새롭게 하니 접근하는 새들이 없었다.'라고 하니 얼마나 대단한 걸작이었단 말인가? 아쉽게도 황룡사도 노송도도 오늘 날 남아 있지 않다.

솔거의 예기(藝氣)를 내림받는 그에게 기회가 주어져 안동 봉정사(鳳停寺)벽화로 소나무를 그리게 된다면 분명 새들이 날아와 앉으려다 떨어질 것 같아 보인다. 조만간 기회가 주어졌으면 한다. 그의 소나무 연작에서 나는 황룡사 벽화에 노송도를 그린 솔거를 발견한다.


또한, 그를 만나고 있자면,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화광동진(和光同塵)이라는 구절을 떠올리게 된다. 화광동진이란 빛을 부드럽게 하여 속세의 티끌과 같이한다는 뜻으로, 자기의 지덕과 재기(才氣)를 감추고 세속의 흐름을 따른다는 말이다. 이는 노장철학의 근본이념이다.

신라의 솔거가 안동에 환생하여 작품 활동을 하면서도, 자연을 너무 닮아서인지 그는 노자처럼 스스로를 잘 드러나지 않는다. 늘 자신의 능력을 과대하게 포장하지 않고, 이웃과 함께하는 마음으로 자세를 낮추어 남들을 편안하게 해주는 부드러움이 그에게 있다.


a 솔경지  예천군에 있는 솔경지 풍경, 내가 가장 좋아하는 그림 중에 하나이다.

솔경지 예천군에 있는 솔경지 풍경, 내가 가장 좋아하는 그림 중에 하나이다. ⓒ 류윤형


아울러 그는 늘 자연과의 동화(同化)를 꿈꾸며 살고 있다. 다시 말하자면 인간과 자연이 하나 되는 사회나 세상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그의 그림은 자연을 닮아가는 사람과 사람을 닮고 있는 자연의 모습 속에서 자연을 보존하고 자연스럽게 살아가자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화가는 늘 가난하지만 자신의 삶에 만족하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자연에 순응하는 삶을 살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자연을 그대로 옮겨 놓은 그의 작품을 거실이나 사무실에 걸어두면 튀지 않는 안정감과 편안함이 함께한다.

그는 이제는 한국에서 몇 안 되는 현장 사생을 통한 구상전문 서양화가이다. 특히 자연에 가까운 초록을 많이 쓰는 나무, 산, 강의 풍경을 많이 그린다. 물론 인물, 정물화도 좋다. 간혹 그리는 추상화도 그만의 세찬 힘과 터치가 돋보이는 작품들이 많다.

그는 40년 넘게 고향 안동을 지키고 있다. 중등학교 미술교사로 20년을 보냈고, 전업 작가의 길을 걸어온 지도 20년이 되어간다. 그동안 대한민국 미술대전의 서양화분과 심사위원과 심사위원장, 경북미술대전 초대작가 등으로 활동을 하기도 하는 등 한국 미술계의 중추로 확실한 자리를 잡고 있다.

a 소나무  정말 류윤형 화백은 소나무 그림에서, 천상의 화가 솔거를 느낄 수 있다.

소나무 정말 류윤형 화백은 소나무 그림에서, 천상의 화가 솔거를 느낄 수 있다. ⓒ 류윤형


불혹을 넘긴 나이에 그림하나 만을 위해 범인(凡人)들은 하기 힘든 큰 결단을 하여 안정된 교단을 박차고 나왔다. 이제 "이순(耳順)이 넘어서니 더더욱 필력이 좋아지고 있다."라고 말하는 그는 요즘도 매일 정열적으로 붓을 잡고 있다. 확실히 교편을 잡고 있을 당시의 그림과 현재의 작품에는 일반인도 구분이 가능할 정도로 질적인 변화가 뚜렷하다.

그는 뛰어난 천재성과 미술계의 큰 이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별나게 구상화를 고집하고 있고, 시골에 칩거하면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전시회도 경상도를 벗어나는 일은 간혹 서울에서 열리는 개인전을 제외하곤 드물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미술부 활동을 했다는 그는 학창시절 주로 배구선수와 그림을 잘 그리는 아이로 알려져 있다. 사람들은 흔히 180cm는 넘는 큰 키에 배구를 잘하고 유년시절부터 그림을 잘 그려, 홍익대 미대학장을 지낸 이두식 교수와 그를 비교하기도 한다.

둘은 어린 시절부터 둘도 없는 친구이며 그림과 배구는 물론 술, 담배도 좋아한다. 이두식은 한국미술협회이사장을 지내는 등 온 세상이 알아주는 추상화가로 자리를 잡았고, 그는 한국미술대전 서양화분과 심사위원장을 역임하는 등 한국이 인정하는 구상화가로 일가를 이루었다. 그렇다고 이두식 화백이 구상작품을 못하는 것도 류윤형 화백이 비구상작품을 못하는 것도 아니니, 둘의 경지는 실로 비등하다고 할 수 있다.

언제든 학가산(鶴駕山) 아래 안동시 서후면 소부골에 가면, 신이 내린 천상의 화가라는 의미에서 신화(神畵)라고 불린 솔거의 현화(現化)된 모습과 노자의 자연무위(自然無爲), 귀유(貴柔)사상을 자신의 큰 그릇 안에 가득 담고 있는 서양화가 류윤형 화백을 우리는 만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서양화가 류윤형 화백 23회 개인전

일시 : 2009년 3월 25일 (수) - 4월 3일 (금), 오프닝 25일 오후 6시

장소: 한전아트센터 내 한전프라자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1355번지(쑥고개길 34)), 전화 연락처 02-2105-8190, (지하철 3호선 양재역 1번 출구에서 도보 6분 거리)

한전 아트센터 홈페이지 http://www.kepco.co.kr/artcenter


덧붙이는 글 서양화가 류윤형 화백 23회 개인전

일시 : 2009년 3월 25일 (수) - 4월 3일 (금), 오프닝 25일 오후 6시

장소: 한전아트센터 내 한전프라자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1355번지(쑥고개길 34)), 전화 연락처 02-2105-8190, (지하철 3호선 양재역 1번 출구에서 도보 6분 거리)

한전 아트센터 홈페이지 http://www.kepco.co.kr/artcenter
#서양화가 류윤형 화백 23회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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榴林 김수종입니다. 사람 이야기를 주로 쓰고 있으며, 간혹 독후감(서평), 여행기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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