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 높지만 공감지수 떨어지는 <패밀리가 떴다>

기획의도 실종과 인기 원동력 캐릭터의 변질과 식상

등록 2009.03.23 09:50수정 2009.03.23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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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늘 게임만 하는 패밀리 출연진들의 모습에 리얼리티는 점점 감소되어가고 있다.

늘 게임만 하는 패밀리 출연진들의 모습에 리얼리티는 점점 감소되어가고 있다. ⓒ SBS


일요일 예능프로그램의 왕좌 <패밀리가 떴다>가 시청자들로부터 서서히 지적을 받으며 포맷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 아직까지 시청률 면에서는 건재한 것이 사실이지만 프로그램의 질적인 면에서는 다른 리얼리티 예능프로그램보다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초반 <패밀리가 떴다>는 다수의 연예인들이 시골을 찾는 포맷이 <1박 2일>과 흡사해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하루 동안 묵으면서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여행을 가는 동안 빈자리를 대신해 일을 하며 출연자들 간 게임이 진행되고, 식사를 준비하면서 출연진들의 개성적인 캐릭터가 살아나면서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그래서 <패밀리가 떴다>는 시골체험과 함께 시골농사 일을 돕는 착한 프로그램으로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은 뒤 국민 요정 이효리의 생얼을 공개하며 그녀의 털털한 매력을 내세워 국민 MC 유재석과 인기 견인차 역할을 했다.

이어 도도할 것만 같던 박예진이 맨손으로 닭을 잡고 생선을 만지는 등 달콤살벌한 예진아씨라는 별명을 내세우며 동시에 뭘 해도 어설퍼 보이는 이천희의 엉뚱한 매력이 더해지면서 캐릭터가 시청자들에게 절대적인 매력 포인트로 작용됐다. 

일례로 이러한 포인트를 제작진은 지속적으로 강조하기 위해 김수로가 이천희를 구박하고, 유재석과 이효리가 아웅다웅하며, 그 밖의 인물들이 조화를 이뤄가며 게임을 하고, 논과 밭, 갯벌을 뛰어 노는 모습을 줄기차게 보여주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대신 해야 할 일들은 불과 방송에서 1분도 채 비쳐지지 않을 때가 많았다. 물론 편집되지 않은 부분에서는 더 많은 시간동안 일을 했을지는 모른다. 하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1분 동안의 분량만 찍고는 일을 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큰 무리는 아니다.

그렇지만 출연진과 게스트가 조화를 이루며 캐릭터가 그것을 어느 정도 감춰주고 인기 버팀목이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러한 일들이 매회 반복되면서 시청자들이 점점 식상함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a  패밀리가 필요한 가족들의 요청에 대신 집을 보고 일을 하는 그들의 모습은 방송에서 1분도 채 되지 않을 정도가 된 지금이다.

패밀리가 필요한 가족들의 요청에 대신 집을 보고 일을 하는 그들의 모습은 방송에서 1분도 채 되지 않을 정도가 된 지금이다. ⓒ SBS


실종된 기획의도 패밀리 왜 가는 거니?

그리고 터진 대본유출 사건이 터지면서 프로그램의 파열음이 시작되었다. 물론 그것은 제작진이 서둘러 가이드라인일 뿐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진짜 그들이 리얼리티를 추구하리라 상상했다.


물론 시청자들 제멋대로 상상한 것이다. 가이드라인이 없다면 출연진들 간의 대화에서 방송용 멘트가 아닌 비방용 멘트가 나올지도 모르는 일이니 제작에 있어 일정한 가이드가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이러한 사건이 터지면서 진실의 진위를 떠나서 드디어 시청자들이 자신들 멋대로 상상했던 것과 다른 진짜 현실이 무엇인지 알게 된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늘 티격태격하며 게임을 하며, 저녁식사를 준비하는 모습이 전부인 <패밀리가 떴다>에 리얼리티에 대한 의구심이 들기 시작한 것이다.

그전까지는 1분 정도만 일하는 모습이 등장해도 편집이 된 것 일뿐 실제로는 해야 할 일들을 출연진들이 각자의 몫을 다하리라 굳게 믿었던 믿음이 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재미를 위한 나머지 패밀리 출연진들이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대신해 일을 하는 모습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점도 시청자들 입장으로서는 의구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실상 <패밀리가 떴다>는 인기에 연연해 그들이 만들어 놓은 기획의도를 잊어버렸다.

"대한민국 최고의 스타들이 최강의 패밀리로 뭉쳤다. 가족이 필요한 곳이면 전국 어디든 달려가 대신 집을 봐드리고 일손을 도와드리는 우리의 패밀리! 톱스타들이 펼치는 훈훈한 사랑과 우정! 돌발웃음! 그리고 감동까지~ 유쾌한 패밀리가 지금, 출발합니다!"

이렇게 기획의도는 나와 있지만 정작 이들 하는 일이라고는 여행을 간 이들을 대신해 집에서 하루 동안 묵으며 밥하고 게임하며 노는 것 이외에는 강조되는 것이 없다. 결국 자신들이 내세운 기획의도는 인기에 연연한 나머지 축소되어 자신들이 주장한 리얼리티를 스스로 감소시켜 시청자들로 하여금 식상함을 느끼게 만들도록 자초하고 있다.

여기서 제작진은 타 방송들을 보면서 자신들을 되짚어봐야 할 필요성이 있다. 사실 리얼리티 방송은 연예인보다 일반 시청자들이 참여할수록 리얼리티가 살아난다. 즉, 리얼리티를 지수로 표현하자면 50에서 100으로 증가된다. 그것은 <무한도전>과 <1박 2일>을 보면 알 수 있다.

물론 <무한도전>과 <1박 2일>은 시청자들을 참여시키는 방법이 다르다. <무한도전>이 시청자들을 찾아간다면 <1박 2일>은 시청자들을 초대한다. 하지만 두 프로그램의 공통점은 연예인들이 일반 시민들과 함께 프로그램을 만들어 나간다는 점이 비슷하다.

그리고 그러한 시민들의 참여로 리얼리티의 완성도가 높아지고, 시청자들은 그 안에서 벌어지는 돌발 상황에 웃는다. 특히 <무한도전>의 경우는 매번 소재를 다양화하면서 끊임없는 도전을 펼친다. 그것이 성공이든, 실패든 굴하지 않는다. 더욱이 경기불황이 요즘 사회적인 문제에 까지도 함께 동참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가령 에너지 절약캠페인을 위해 소녀시대의 'gee'를 개사해 캠페인송을 무한도전 멤버들이 소녀시대로 둔갑해 뮤직비디오를 찍거나, 일자리 취업 문제를 생각해 무한도전 멤버들이 일일 체험을 하는 등 다채로운 소재로 일정하게 정해진 포맷없이 이루어진다.

그래서 30% 시청률 웃돌던 전성기보다는 낮은 시청률을 보이고는 있지만 장수프로그램으로서 살아남기 위한 비법을 나름대로 강구한 셈이다. 그리고 그러한 부분들에 있어 칭찬이든, 비난이든 네티즌들이 적극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 <무한도전>이 노력이 절반의 성공을 거둔 셈이다.

하지만 <패밀리가 떴다>는 늘 비슷한 포맷으로 반복된 일과를 출연진들이 하고 있을 뿐 달라지는 것이라고는 장소와 게스트 뿐 그 이외에 것이 없다. 더욱이 자신들이 만든 기획의도 자체가 실종된 지금이기에 일회성 웃음으로 시청률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장기적으로 볼 때 오히려 더 큰 손해가 아닐까 싶다.

인기 원동력 캐릭터 설정 무리수

a  김종국캐릭터 하나를 살리기 위해서 다른 캐릭터들의 매력 포인트가 감소되고 있는 점은 <패밀리가 떴다>의 문제점이 되고 있다.

김종국캐릭터 하나를 살리기 위해서 다른 캐릭터들의 매력 포인트가 감소되고 있는 점은 <패밀리가 떴다>의 문제점이 되고 있다. ⓒ SBS

더 나아가 요즘 인기의 원동력인 캐릭터마저 시청자들에게 거부반응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문제는 새로운 멤버로 투입된 김종국의 잘못된 캐릭터 설정 탓이다. 물론 이 문제가 김종국의 문제만은 아니다.

김종국이 멤버로 투입될 당시 패밀리 출연진들의 캐릭터가 뿜어내는 매력이 최고조에 달했을 당시이다. 그런 가운데 투입된 김종국의 캐릭터는 무언가 엇박자가 났다.

또한 평소 남성적인 매력이 넘치던 김종국이 가진 원래 캐릭터가 조금은 어설프지만 서로가 조화를 이루며 캐릭터가 빛을 발하는 <패밀리가 떴다>에는 너무 강했다.

그래서 김종국의 자리를 마련해주기 위해서 타 출연진들의 캐릭터가 변질되면서까지 제작진은 무리수를 두었다. 일례로 김수로란 캐릭터는 프로그램 안에서 이천희를 구박하는 김계모로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졌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정말 못되거나 악한 것이 아닌, 얄밉지만 미워할 수만은 없는 캐릭터였다. 그런데 김종국이 출연하고 난 뒤, 김수로는 강자에는 약하고 약자에는 강한 모습의 캐릭터로 바뀌어 이천희에게는 시종일관 김계모처럼 행동하지만 김종국에게는 그런 모습을 보이지 못한다.

또한 이효리 또한 거칠 것 없는 캐릭터로 남성 출연진들을 꽉 잡고 대장 노릇을 하던 캐릭터였지만 유독 김종국과는 좀처럼 친해지지 못한 채 겉돌고 있다. 이러한 모습은 결국 김종국이라는 캐릭터를 확장시켜주기 위해서 호감이었던 기존의 출연진들의 캐릭터가 변질되어 비호감으로 전락하는 결과를 만들어 낸 것이다.

이것은 김종국이란 캐릭터도 살리지 못하면서 다른 출연진들의 캐릭터까지 매력을 감소키는 결과가 되었고, <패밀리가 떴다>가 가진 인기의 원동력을 스스로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 시골을 찾은 패밀리들. 무언가 시골생활을 하는데 2% 부족한 그들이지만 서로 단합하고 화합하면서 시골생활에 적응해 나가던 순수한 모습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이러한 캐릭터의 매력이 실종되는 가운데 지속적으로 포맷이 반복되면서 시청자들의 불만이 점점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프로그램 자체가 장수 프로그램이 되기 위해서는 일정한 개편이 단행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과 같은 포맷을 줄기차게 고수한다면 분명 시청률에서도 균열이 일어나게 될 것이라는 점을 제작진이 알아야 할 것이다.
#패밀리가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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