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뒷산에서 캐온 냉이를 다듬는 아내. 잊어버릴 만하면 티격태격 하지만 이제부터는 ‘남편 입맛을 위해 숫처녀가 된 아내’로 불러야 할 모양입니다.
조종안
봄기운이 완연해지면서 봄철 음식이 미식가들의 입맛을 유혹하고 있습니다. 해산물로는 주꾸미와 꽃게, 조기 등이 입맛을 돋우고, 겨우내 얼어 있던 땅에서는 냉이와 달래, 상추 등 상큼한 봄나물과 싱싱한 채소가 도망간 밥맛을 잡아주고 있습니다.
춘분(春分)이 지나면 밤보다 낮이 길어지고 활동량이 증가하면서 겨울보다 비타민 소모량이 5배 이상 늘고, 다른 영양소 요구량이 많아져 나른함과 피곤함을 자주 느끼게 된다고 합니다. 이름하여 춘곤증이라고 하지요.
일에 의욕을 잃고 짜증만 느는 춘곤증은 끼니를 거르지 말고, 몸에 맞는 적당한 운동과 정해진 시간에 규칙적인 식사가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하는데요. 봄나물로는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해주고 입맛도 되찾아주는 냉이, 달래, 씀바귀 등이 좋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제 밥상도 봄나물과 채소가 빠지지 않는데요. 시금치를 넣고 끓인 된장국을 일주일 가까이 먹고 있습니다. 국물에 찹쌀고추장을 조금 풀면 개운한 맛이 더하는데요. 맛이나 영양가를 따지기에 앞서 소화가 잘 되고 뱃속이 편해서 좋습니다.
음식에도 궁합이 있다고 합니다. 일일이 따질 수 없을 정도로 종류가 많지만, 다이어트와 춘곤증에 좋다는 된장과 봄나물은 하늘이 내린 짝꿍이 아닌가 싶습니다. 나물을 무칠 때나 국을 끓일 때나 된장이 빠지면 제 맛을 낼 수 없으니까요.
예로부터 우리 조상은 '소가 먹어서 탈이 없는 풀(草)은 사람이 먹어도 몸에 해롭지 않다'라고 했습니다. 그러니 만물이 소생하는 봄에 산과 들에서 나는 풀 한 포기도 우리 건강을 지켜주는 소중한 먹을거리입니다. 정성이 깃든다면 보약에 버금가는 음식이 될 것입니다.
아내가 병원 뒷산에서 캐온 냉이 냉이에 대해 얘기하려니까, 고향동네에 살면서 초등학교를 함께 다녔던 '나승구'라는 친구가 떠오르네요. 냉이를 '나숭개'라고도 하는데요, '나숭개나물'이라고 부르며 놀려댔거든요. 40대 중반까지도 집에 놀러 왔었는데 소식을 몰라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