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9재보궐 선거에 전주 덕진 출마를 선언한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이 2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면서 마중나온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유성호
자네가 귀국하는 공항에 나가 두 손 들고 환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처럼 자네가 전주 덕진에서 출마하기 위해 귀국하는 것을 꼴사납게 보는 사람도 있는 법이네. 자라 콧구멍만한 넓이에서 편안하게 자라면서 일부 열성팬들에게 휘둘려 마치 자기가 대단한 지지를 받는 것처럼 착각하지 말았으면 한다는 것은 지나친 기우일까?
그 사건 후 자네가 공직을 내놓고, 전주 덕진구도 미국에 있던 채수찬씨에게 넘겨주고 (한국에도 거기 나올만한 자격을 충분히 갖춘 사람이 있었다는 것은 자네가 더 잘 알지?) 낙향하듯 서울 여의도를 물러났지. 그리고 2006년 지방선거 패배 후, 자네 고향 순창도 아니고 자네 지역구인 전주 덕진도 아닌 생뚱맞은 독일로 가더란 말이지. 나는 자네에게 보내주던 후원금을 그때 끊었네.
자네가 정말로 민초들의 목소리를 낮은 자리에서 듣고 싶었으면 독일 어느 메가 아니라 순창이나 전주로 갔어야 하는 게 아닐까라고 생각했기 때문인데, 내 생각이 짧았다면 나를 설득해보게. 아무래도 자네는 정치인으로서 많이 고민한 끝에 더 적절하다고 판단해 독일을 택했겠지만, 그런 충고나 하던 이들 외에 다른 사람들의 조언은 듣지 않나? 정치인들은 다 그런가 보지?
작년 봄, 미친 소가 아닌 건강한 고기를 먹고 안전하게 살고 싶다는 여중생들의 절규로 시작된 촛불 집회가 광화문을 달구던 시절, 자네는 얼마나 같이 동참하셨는가? 그 당시 민초들의 눈과 귀에 정동영이라는 이름 석 자가 왜 그리도 낯설었는가? 그런 와중에 미국으로 핫바지 방귀 새듯 그렇게 가셨는가? 이때는 또 무슨 논리가 자네를 미국땅으로 보내던가?
그렇게 외국에서 눈물 흘리며 내 조국 대한민국 백성의 어려움을 위해 투쟁하셨는가? 이 사람아, 왜 그 자리에 같이 서서 물대포를 몸으로 막아내지 못했는가? 좀 더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자네는 그런 일을 해도 호구가 해결되는 직업 아닌가? 우리 서민이야 그런 곳에서 잘못 까불다 걸리면 얻어터지고 잘 다니던 직장마저 잘리게 되어 불안하지만, 자네는 그런 것이 오히려 훈장이 되지 않는가?
자네가 정말로 큰일을 하고 싶으면...자네의 그릇 이야기를 좀 더 이어가겠네. 자네가 진정으로 나라를 이끌 지도자가 되고 싶다면 시골의 순진하고 따뜻한 마음에만 너무 의지하지 말게나. 자네가 정녕 전국구 인물이라면 전주 덕진이 아니라 부산이나 대구 어느 곳에 갖다 놔도 인물 됨됨이와 그릇의 크기를 보고 판단하는 민초들이 자네를 선택할 거라고 믿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수였는가? 게임도 안 되는 것을 세상 사람들이 다 아는데도 안타깝게 종로에 부딪히고 부산에 부딪히니까 노사모가 광주부터 지원하지 않던가? 이런 민초들의 힘을 가능하게 했던 것은 노무현이 가졌던 초지일관하는 모습이었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노무현은 적어도 그 정도 그릇은 되지 않았는가 말이네.
자네에게 감히 충고 하나 함세. 자네가 정말로 큰일을 하고 싶으면 나중에 서울시장에 출마해보시게. 최소한 서울시장은 인구 1/4 정도를 책임지는 중량급 인사이니 자네의 그릇과 역량을 제대로 검증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네. 지난번 서울시장 하던 이명박이나 현재 시장보다 더 뛰어난 역량을 보여줘야 국민들이 자네에게 표를 줄 것 아닌가?
자네와 같이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나온 동기생으로 주는 마지막 한 표의 의견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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