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쇠고기 전문식당 1년도 안 돼 문닫은 이유

[현장] 보수언론 집중조명... 경기 불황 때문?

등록 2009.03.26 11:08수정 2009.03.26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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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광우병 논란 이후 미 쇠고기를 최초 시판했던 미국산 쇠고기 전문식당 다미소 양재점. 최근 매출 부진 등의 이유로 영업을 중단했다. ⓒ 이경태


"3일 전에 문 닫았어. 처음에 매스컴 타고 할 땐 괜찮았는데 점점 장사가 안 됐어."

지난 24일 오후 서울 양재동 포이사거리 식당가. 이곳에서 5년 넘게 식당을 하고 있는 김 아무개(47)씨가 안타까운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김씨의 식당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는 광우병 논란 이후 미 쇠고기를 최초 판매해 집중 조명됐던 '다미소' 양재점이 있다.

현재 다미소 양재점은 영업을 중단한 상태다. "본 매장은 30개월 미만의 미국산 쇠고기를 판매합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가게 앞에서 펄럭이고 있었지만 가게 안의 식탁은 전혀 정리되지 않은 상태였다. 카운터와 식탁 위에는 언제 쓴 것인지 모르는 앞치마 몇 장만이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김씨만이 아니라 인근의 다른 상인들도 입을 모아 "장사가 안 돼 문을 닫은 것"이라고 말했다.

다미소 양재점으로부터 200여 미터 떨어진 곳에서 밥집을 하고 있는 지영순(46)씨는 "경제가 안 좋으니까 당연히 회사원들이 회식도 안 하는데 돈이 벌리겠냐"며 "이 근처 자영업자들이 모두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근처는 점심을 먹으러 오는 직장인들이 많지만 다미소 같은 고기 집은 타격을 크게 받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근에서 세탁소를 하고 있는 정아무개(49)씨는 "초창기엔 잘됐지만 한 달 전부터 손님이 눈에 띄게 줄었다"며 "그렇게 싸게 고기를 파는데 손님이 없으니 인건비 등을 맞출 수 있었겠냐"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다미소 양재점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여전히 미국산 쇠고기를 안 드시려는 분들도 있지만 경기 침체 영향이 가장 크다"며 "그때부터 회식을 하러 오는 손님들이 줄어들면서 매출에 타격을 입었다"고 인정했다.


그는 이어 "가게 뒤쪽의 공간을 조정하는 공사를 진행 중"이라며 "공사가 끝나면 다미소 영업을 계속할지 다른 업종을 할지 결정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경기 불황엔 '싼값' 미국산 쇠고기가 각광 받는다더니


<중앙일보>2008년 7월 8일자 2면에 실린 사과문. 7월 5일자 9면에 실린 '미국산 쇠고기 1인분에 1700원'이란 제목의 사진은 연출임을 밝혔다. ⓒ 중앙일보PDF


'다미소'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유통 업체인 (주)에이미트의 사장인 박창규 한국수입육협의회 회장이 운영하고 있는 미국산 쇠고기 전문식당으로 이 회사의 또 다른 프랜차이즈인 '오래드림'과 함께 지난해 7월부터 미국산 쇠고기를 판매해왔다.

당시 다미소에 대한 보수언론의 관심은 뜨거웠다. 박 회장이 광우병 논란 당시 쇠고기 민간수입업자 대표로서 논란의 중심에 있었을 뿐 아니라 미 쇠고기에 대한 시장의 반응을 잴 수 있었던 척도였기 때문에 보수언론들은 다미소 양재점을 비롯한 (주)에이미트 직판매장을 집중 취재 보도했다.

이 과정에서 '오버'도 발생했다. <중앙일보>는 지난해 7월 경제부 기자와 인턴 기자를 대동하고 미 쇠고기를 먹는 장면을 연출한 사진을 게재했다가 비판을 받았다. 박 회장과 인터뷰한 <매일경제> 역시 취재 당일 일하지 않는 다미소 양재점의 종업원과 그의 친구를 가게를 찾은 손님인 것처럼 연출한 사진을 게재했다가 논란을 일으켰다.

하지만 이 같은 파문에도 다미소 등 미 쇠고기 식당은 승승장구하는 것처럼 비쳤다. <조선일보> 등 보수언론은 이후 점점 상승하고 있는 미 쇠고기의 시장 점유율, 판매량을 자세하게 보도했고 특히 경기 불황으로 한우보다 저가인 미국산 쇠고기가 시장에서 환영받을 것이라 예측했다. 

그런데 1년도 되지 않아 미 쇠고기 전문식당의 대표주자라 할 수 있던 다미소 양재점이 문을 닫았다. 더구나 양재점뿐 아니라 지난해 전국 7개이던 지점이 양재점을 포함해 3개 지점으로 줄었다.

박 회장은 25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양재점은 완전히 폐쇄하는 게 아니라 다른 곳으로 옮길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지난해 10월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 외식산업 전체가 피해를 받지 않았냐"며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시장 반응이나 우려 때문에 지점들이 문을 닫은 것은 절대 아니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특히 "갈비탕에 쓰는 미국산 갈비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이라며 "최근 경제위기로 전업하거나 폐업한 이들도 있지만 미국산 쇠고기 시장 점유율은 계속 높아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처음에는 미 쇠고기 궁금해서 사먹었지만... 지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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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지 마세요" 검역을 마친 미국산 쇠고기가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가운데 광우병감시단네트워크와 금천지역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지난해 7월 2일 오후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 판매하는 금천구 에이미트 수입육 직판장을 방문, 박창규 에이미트 대표(한국수입육협회 임시회장)에게 판매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주성


그러나 박 회장이 밝힌 것과 달리 24일 오후 다미소 양재점 인근에서 만난 '손님'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포이사거리 식당가의 주고객인 인근 직장인들 중 상당수가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인근에서 작은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다는 김진호(50)씨는 "그전에는 촛불시위도 있고 하니 사람들이 궁금해서 사먹은 것"이라며 "경기가 아무리 나빠도 고기 먹을 사람은 먹는다, 맛이나 서비스로 손님들을 못 잡으니까 망한 것 아니겠냐"고 혹평했다.

작년 가을 직장 동료들과 두어 번 다미소에서 미국산 쇠고기를 먹은 적 있다던 이아무개(32)씨도 "값이 싸서 그런지 고기가 너무 얇아 불만족스러웠다"며 "광우병 논란보다 입에 안 맞아 다시 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씨는 "양짓살이 확실히 싸긴 했지만 양이 너무 적었고 갈빗살은 확실히 호주산이 더 맛있는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이씨의 직장 동료인 최수빈(28)씨는 "처음엔 이 주변 사람들이 관심이 많아 저녁때면 테이블이 다 찬 적도 있다고 들었는데 지금 보니 잠시 반짝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최씨는 특히 "회사 상사가 회식장소로 그곳을 잡더라도 여사원들은 '광우병 논란도 있는데 거길 가야 하냐'며 회식 장소를 바꾸자고 했다"며 "나는 아무리 값이 싸더라도 나중이 걱정되는 음식을 사먹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미국산 쇠고기 #에이미트 #광우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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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2007~2009.11)·현안이슈팀(2016.1~2016.6)·기획취재팀(2017.1~2017.6)·기동팀(2017.11~2018.5)·정치부(2009.12~2014.12, 2016.7~2016.12, 2017.6~2017.11, 2018.5~2024.6)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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