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오바마가 텃밭 간다고? 내가 먼저야

뒷마당에 텃밭을 가꾸고 마늘과 나무를 심다

등록 2009.03.28 14:24수정 2009.03.28 14:24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미셸 오바마, 백악관에 텃밭 갈아



a

미셸 오바마가 백악관에 텃밭을 가꾸기로 했다는 소식과 첫 삽을 뜨는 장면이 <뉴욕타임스> 인터넷판에 실렸다. ⓒ 뉴욕타임스

오는 금요일에 미셸 오바마는 백악관에서 텃밭의 첫 삽을 뜨게 된다. 이는 지난 2차 세계대전 당시 엘리노어 루스벨트의 '빅토리 가든'에 이어 두 번째다. 대통령이 싫어하는 사탕무는 탈락하고 아루굴라(지중해산 채소)는 텃밭에 이름이 오르게 될 것이다.

이 텃밭에서 재배될 야채는 퍼스트 패밀리의 식사와 공식 만찬에 쓰일 것이다. 미셸은 비만과 당뇨가 전 국민의 근심거리가 되고 있는 이 때, 건강에 좋고 지역에서 재배한 야채와 과일을 아이들에게 교육시킬 수 있게 된 게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내가 바라는 것은 아이들이 가족들을 일깨우고 그들이 다시 지역사회를 깨우쳐 사회를 변화시키는 것이다."(<뉴욕타임스>, 3월 19일자)

건강한 식탁을 위해 미셸이 팔을 걷어붙이고 텃밭을 갈았다고 한다. TV에는 미셸이 워싱턴 밴크로프트 초등학교 학생들과 함께 삽을 들고 땅을 파는 장면이 보도되었다.

텃밭은 미셸보다 내가 먼저야


작년 7월, 지금 살고 있는 집으로 이사를 왔다. 아담한 크기의 앞마당과 뒷마당이 있는 주택가의 집이었다. 잔디가 깔린 집 마당에는 개나리, 산딸나무, 호랑가시나무, 소나무 등이 심어져 있었다.

이곳 뒷마당에 텃밭을 갈고 싶었다. 농사(?)를 짓고 싶었다. 상추도 심고, 고추도, 부추도, 토마토도 심고 싶었다. 그래서 텃밭을 만들기로 했다.

a

햇볕이 잘 드는 남향 뒷마당에 자그마한 텃밭을 만들었다. ⓒ 한나영


a

잔디를 떠낸 다음 흙을 섞고 영양분이 많은 흙도 넣었다. ⓒ 한나영


텃밭이 완성된 것은 가을. 봄에 심을 수 있는 상추나 고추 대신 가을에 심을 만한 것을 찾아 보았다. 마늘! 마늘을 심겠다고 결심을 했다. 하지만 꽃 한 번 심어본 적이 없는 내가 마늘 농사를 지을 수 있을까.

나 자신도 미심쩍었지만 모처럼 흙과 더불어 살게 된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래 일단 한번 해 보는 거야.'

요즘은 세상이 좋아져서 웬만한 것은 다 인터넷을 통하면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마늘 심는 일도 그랬다. 마늘이 어떤 과정을 거쳐 수확되는지도 전혀 모르던 완전 초보 농사꾼(감히 사용하건데)이 일단 인터넷으로 '마늘 심기'를 검색했다.

친절하게 사진까지 올린 블로거가 있었다. 그곳에서 마늘 심는 법을 '학습'하고 필요한 정보를 출력했다.

그런 다음 껍질이 붙어 있는 마늘을 코스트코 매장에서 구입했다. 미리 일궈둔 텃밭에 고랑을 만들고 마늘을 심고 흙을 덮었다. 그런데 과연, 내가 심은 마늘에서 싹이 나기는 할까.

a

마늘을 사서 껍질 채 가지런히 심고 다시 흙을 덮었는데 과연 싹이 날까. ⓒ 한나영


조바심 반 기대 반으로 첫 농사에 대한 감격과 기원을 온 식구들이 텃밭 나무판에 적었다.

2008. 11. 10. 첫 농사를 지었습니다.
첫 출산을 기대하며…♡ 따사로운 가을볕 11월 10일. 12시51분.

그 자리에 없던 작은딸은 나중에 오바마가 대통령에 당선된 뒤 오바마 구호를 패러디해 적었다.

마늘, Yes, you can! (그래, 넌 할 수 있어) 12. 28. 08

가족들의 격려 덕분일까. 마늘은 잘 자랐다.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바람이 불고 추운 날씨가 계속 되었어도 마침내 싹을 보이기 시작했다.

"와, 저기 파란 싹이 보인다."
"어디, 어디?"
"어, 정말 났네."

a

폭설이 내렸어도 마늘은 땅속에서 싹을 피우고 있었다. ⓒ 한나영


a

의젓하게 올라온 마늘. 보고 또 봐도 사랑스럽다. ⓒ 한나영


싹을 피운 마늘에게 다시 한 번 격려의 말이 주어졌다.

마늘, Yes, you did! (그래, 넌 해 냈어) 2.2. 09

a

첫 농사를 지은 날(11.10. 2008)의 감격. 마늘에게 보내는 격문. "마늘, 넌 할 수 있어." "넌 해냈어." ⓒ 한나영


더 두고 봐야겠지만 일단 텃밭에서의 첫 농사는 성공적인 것 같다.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상추와 고추, 부추 농사도 지으려고 마음 먹은 이상 퇴비가 필요할 것이었다. 그래서 다시 시도한 것이 퇴비함 만드는 일이었다. (퇴비함 제작 과정은 다음에)

a

유기농 농사를 제대로 짓기 위해 퇴비함도 만들었다. ⓒ 한나영


나무를 심다

사실 마늘 농사를 짓기 전에 먼저 시도했던 건 나무 심기였다. 텃밭이 들어선 자리에 나무를 심고 싶었다. 대추나무를. 어머니 때문에.

친정 앞마당에는 오랫동안 키 큰 대추나무가 서 있었다. 토실토실한 연두빛 대추를 풍성하게 맺던 대추나무였다. 하지만 이 대추나무를 돌보던 어머니는 작년 봄 이맘때쯤 돌아가셨다.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따스해지고 든든하던 기둥이었다. 어머니는. 비록 떨어져 있긴 했어도. 그런데 이제는 목소리도 들을 수 없고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다는 서글픈 생각에 어머니를 떠올리게 할 뭔가를 하고 싶었다.

바로 나무를 심는 일이었다. 그래서 시도했던 게 친정 앞마당에 있던 나무와 똑같은 대추나무를 심는 일이었다. 나무를 심고 난 뒤 나무에 이름표도 달았다. '주옥(柱玉) 대추'.

또한 어머니 사랑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어 감사 팻말도 붙였다. 'Thanks! 감사라는 말은 너무 작은 말이다. 당신의 그 큰 사랑을 모두 기억한다면.'

a

돌아가신 어머니를 기려 심은 대추나무. 감사 팻말도 붙였다. ⓒ 한나영


a

대추나무 외에 감나무, 방울토마토, 블루베리도 심었다. ⓒ 한나영


뒷마당에 일군 작은 텃밭에서는 오늘도 마늘이 쑥쑥 올라오고 있다. 봄기운이 흠뻑 느껴지는 봄날이다. 머지 않아 텃밭 옆에 심은 대추나무, 감나무, 블루베리에서도 싱그런 녹색 잎이 올라올 것이다.

바야흐로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 봄. 우리집 뒷마당에도 화사한 봄이 몰려오고 있다.
#텃밭 #미셸 오바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한국 떠나는 과학자의 탄식 "늦었어요, 망했습니다"
  2. 2 더 과감해진 'SNL 코리아'의 '입틀막' 패러디... 누리꾼 "환영"
  3. 3 조국혁신당 2호 영입인재, 구글 출신 이해민
  4. 4 영화 '파묘'보다 더 기겁할만한 일제의 만행들
  5. 5 "대학은 가는데, 문제는..." 현직교사가 본 '가난한 아이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