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건평씨, 그냥 '시골아저씨'라더니..."

경남지역민 반응... 봉하마을, 봄 들어 방문객 증가

등록 2009.03.27 08:43수정 2009.03.27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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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26일 오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봉하마을을 찾은 방문객들이 관광안내해설사의 설명을 듣기 위해 모여 있다.

26일 오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봉하마을을 찾은 방문객들이 관광안내해설사의 설명을 듣기 위해 모여 있다. ⓒ 윤성효

26일 오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봉하마을을 찾은 방문객들이 관광안내해설사의 설명을 듣기 위해 모여 있다. ⓒ 윤성효
a  봉하마을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위한 각종 격려가 담긴 펼침막이 내걸려 있다.

봉하마을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위한 각종 격려가 담긴 펼침막이 내걸려 있다. ⓒ 윤성효

봉하마을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위한 각종 격려가 담긴 펼침막이 내걸려 있다. ⓒ 윤성효

 

"노무현 전 대통령이 형인 건평씨를 (일컬어) '촌로'라는 말만 하지 않았어도 이 정도의 충격은 아닐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대통령의 친인척 비리가 끊어질 날이 올까."

"노무현 전 대통령이 퇴임했지만 뼈를 깎는 심정으로 반성해야 할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건평(67·구속)씨가 검찰의 '박연차 게이트' 수사 과정에서 선거개입과 자금중개 역할까지 했던 것으로 드러나 시민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노 전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봉하마을에는 최근에도 관광객들이 줄을 잇고 있다.

 

노건평씨는 2005년 4월 김해갑 국회의원 재보선에 열린우리당 후보로 출마한 이정욱 전 한국해양수산개발원장에게 박연차 회장의 돈을 직접 전달한 것으로 이번 수사에서 드러났다. 또 노씨는 2004년 경남지사 재보선에 출마했던 장인태 전 차관이 박 회장의 돈을 받도록 '주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김정권 의원(김해갑)은 2004년 17대 총선과 2005년 재보선 때 노씨와 박연차 회장 측으로부터 정치자금 지원과 함께 열린우리당 입당 제의를 받았지만 거절했다고 밝혔다. 노씨는 당시 김 의원에게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인을 보내거나 직접 전화 통화를 시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건평씨는 노무현 정부 초기 지역 정치 행사에 자주 모습을 드러냈다. 정치인의 출판기념회나 사무소 개소식 등에 내빈으로 초대되었고 직접 참석하지 못할 경우 축하 화분을 보내기도 했다. 김혁규 전 경남지사가 한나라당을 탈당한 뒤 2004년 1월 창원에 2만불경제연구소를 개소했을 때도 노건평씨가 참석해 축하 시루떡을 정치인들과 함께 자르기도 했다.

 

경남지역 한 인사는 "당시 선거에 출마하는 정치인들의 각종 행사에 노건평씨가 참석한 적이 있었는데 정치인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과 가깝다는 표시를 하기 위해 노건평씨를 가만히 두지 않았던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에 검찰 수사과정에서 드러난 노건평씨의 행태를 보면 모두 사실인지는 모르지만 한마디로 충격적이다"면서 "지역은 워낙 한나라당이 강세이고 유력 정치인이 없다 보니 동생이 잘되기 위해서는 열린우리당이 잘돼야 한다고 보고 나선 측면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창원의 한 노동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은 형에 대해 '시골 아저씨'라는 표현을 했는데 이번에 드러난 행태를 보니 정치인 뺨칠 정도로 심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권이 바뀌고 나면 전직 대통령들의 친인척 비리가 터지기도 하는데 이명박 대통령도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대학원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퇴임했지만 뼈를 깎는 반성이 있어야 한다"면서 "그렇다고 해서 한나라당이나 이명박 정부가 전 정권 때리기로 가서도 안 되고 검찰은 정치검찰이 아니라 독립검찰의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김경수 비서관은 "이번 박연차 회장과 관련한 사건에 있어서는 공식 입장이 없다"면서 "(노건평씨에 대해서는) 도와달라고 했던 사람을 비롯해 상호 간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고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철저히 한다고 했지만 사법권이 있는 것도 아니었지 않느냐"고 말했다.

 

봉하마을 방문객 최근 들어 늘어

 

a  닫혀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씨 집 대문.

닫혀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씨 집 대문. ⓒ 윤성효

닫혀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씨 집 대문. ⓒ 윤성효

26일 오후 봉하마을은 관광객들로 붐볐다. 주차장과 길거리에는 김해노사모 등에서 매달아 놓은 "노짱님, 당신은 성공한 대통령입니다"거나 "봄은 당신에게서 옵니다", "봉하의 1년이 우리에게 마지막 남은 희망입니다"고 쓴 펼침막이 걸려 있었다.

 

봉하마을 입구에 있는 노건평씨 집 대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한 마을주민은 "항상 대문이 닫혀 있다"면서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 사저 앞에는 생가 조성 공사가 한창이다. 마을 앞 도로와 사저 사이 하천은 복개공사를 마무리 지은 상태다. 생가 앞에는 가림막을 설치해 놓았으며 생가 자리에는 굴착기 작업이 벌어지고 있었다.

 

최근 '박연차 리스트' 사건이 터졌지만 봉하마을을 찾는 관광객은 더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관광안내센터 관계자는 "요즘 날씨가 풀려서 그런지 모르지만 약 1주일 전부터 관광객이 더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전에는 평일 하루 500~600명선이었는데 최근 1주일 사이 800~1000명이 찾아온다는 것. 지난해 1월부터 이날까지 봉하마을 방문객은 총 94만3000여 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날 오후에도 대구와 경북 등지에서 온 대형버스가 봉하마을을 찾았다. 관광안내센터는 하루 버스가 20여 대 안팎으로 오고 있다고 밝혔다. 대구에서 온 단체 관광객들에게 물었더니 "그냥 대통령이 난 곳이라니까 와본다"거나 "우리는 정치 그런 거 모른다", "형(노건평)이 그랬다고 하니 사실 여기에 오기가 좀 꺼려지기도 하더라"는 반응을 보였다.

 

하동에서 온 40대 남자는 "팔순 아버지를 모시고 부산에 볼일 보러 갔다가 처음으로 와 보았다"면서 "텔레비전에 보니 사람들이 많았던 것 같은데, 와 보니 조용하다"고 말했다. 노건평씨 이야기를 꺼내자 그는 "잘했으면 좋았을 것을..."이라면서 "우리는 그런 거 모르고 한번은 와 봐야 할 것 같아서 왔다"고 밝혔다.

 

관광안내센터 앞에 있는 방명록에는 하루에도 상당수 관광객들이 흔적을 남기고 있다. 대개 방문객들은 이름과 주소를 적은 뒤 옆에 "건강하세요"라거나 "힘내세요"라고 적어 놓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 19일 이후 홈페이지 글 안 올려

 

a  26일 봉하마을을 찾은 방문객들이 김해노사모에서 내건 펼침막 앞을 지나고 있다.

26일 봉하마을을 찾은 방문객들이 김해노사모에서 내건 펼침막 앞을 지나고 있다. ⓒ 윤성효

26일 봉하마을을 찾은 방문객들이 김해노사모에서 내건 펼침막 앞을 지나고 있다. ⓒ 윤성효

노무현 전 대통령은 귀향 1주년을 전후해 홈페이지(사람사는세상)에 글을 올리기 시작하다 최근 들어서는 올리지 않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월 22일 "자신에게 충실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근황을 소개했다.

 

이후 노 전 대통령은 "민주주의와 관용과 상대주의", "정치하지 마라", "연속극은 끝났는데", "관용은 용서와 다릅니다", "상대주의와 보편적 가치", "G20 재무장관회의 기사를 보고" 등 10개 넘게 글을 써 언론에 소개되기도 했다.

 

그는 지난 19일 홈페이지에 '시민적 양심'에 대해 쓴 한 회원의 댓글을 읽어볼 것을 추천하는 글을 올린 것을 마지막으로 아직 글을 올리지 않고 있다.

#노무현 #노건평 #봉하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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