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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뉴스라는 게 있다. <오마이뉴스>가 지금 버전으로 사이트를 개편할 때 신설된 섹션이라고 기억하는데, 당시 엄지뉴스의 투고 시스템을 보고 독자로 만족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왜냐하면, 내 핸드폰은 SK나 LG가 아니라 AU KDDI(일본의 3대 모바일 통신회사)이었기 때문이다. 재외동포의 비통함이여~.
엄지뉴스의 #5505를 표방한 초간단 투고는 지난 4년여간 거의 모든 오마이뉴스 섹션을 두루 섭렵한 내가 유일하게 범접할 수 없는 영역이었다. 괜히 열받아서, 안 된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내 핸드폰 기종인 '미디어 스킨(Media Skin)'의 #5505를 눌러 보기도 했다. 물론 현해탄을 넘어 한국에 닿지는 않았다.
엄지뉴스, 재외동포에겐 그림의 떡?
그래서 그냥 잊어 버리고 있었는데,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회 중에 태극기를 마운드에 꽂은 요미우리 신문 1면 사진기사를 엄지뉴스에서 발견했다. 일본에서 어떻게 올린 거지 라는 호기심에 클릭했는데 사진은 둘째치고 조회수에 쩔어 버렸다.
무려 24만 페이지뷰. 뒤져보니 30만, 40만 페이지뷰도 있었다. 3, 4만 페이지뷰는 널리고 널렸다. 폰 사진 한장에 40만 페이지뷰라니 도대체 어떤 시스템이길래 이런 무지막지한 트래픽이 나올까?
그런데, 사진을 올린 분은 일본에 출장올 때 로밍전화기 신청을 해 왔기 때문에 #5505가 가능했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그럼 그렇지, 결국 안된다는 거 아냐라며, 다시 좌절 모드로 들어가려던 순간 내 눈에 와서 멈춘 엄지뉴스 페이지 오른쪽 상단의 푸른 색 버튼. 그리고 너무나 선명한 "인/터/넷/등/록"이라는 글자. 얼른 클릭해 보았다.
당연히(!) 간단한 설명과 사진을 첨부할 수 있는 팝업 화면이 떴다. 설명 넣고, 사진 넣고
등록 버튼을 누르니, 거짓말 하나도 안 보태고 1초 만에 엄지뉴스 페이지에 떠버렸다. 어? 지금 게재된 건가? 너무 간단해서, 또 조금 황당해서 한국 오마이뉴스에 물었다.
"일본의 누구누군데요. 저기 제가 지금 실수(?)한 건지 몰라도 이렇게 저렇게 해서요. 엄지뉴스에 뭘 하나 투고했는데요. 제 컴퓨터 상에선 보이는데 그쪽도 보이나요? (지금 생각해보니 너무 바보같은 질문이다...흑)"
"네 잘 보이는데요. 그리고 그렇게 하시는 거 맞아요. 앞으로 많이 올려주세요"
그러니까 결국 #5505를 이용하지 않더라도 사진 파일만 있다면 언제든지 인터넷상에서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해외 사는 사람들도 전혀 지장이 없다. 이후 나는 길거리 돌아다니다가 재미있거나 특종이 될 만한 사진, 또 시기적으로 WBC가 화제였던 관계로 틈만 나면 내 핸드폰 '미디어 스킨'으로 얼른 찍어, 내 웹메일로 보낸 후 PC에 다운로드해서 엄지뉴스에 올리기 시작했다.
전 세계 맥도날드 가격 비교, 엄지에서 해보자
엄지뉴스 처음 시작한 게 3월 23일이었는데, 3일 동안 10개나 올렸다. 게다가 나 같은 경우엔 외국에 거주하고 있다는 장점이 있어서 그런지 많은 분들이 봐 주셨다. 그러다 보니 나 말고 다른 외국 사시는 분들도 기사나 그런 부담가는 것 말고, 이런 간단한 형식으로 올려주시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어 지금 국내에서 하는 급식 특집 비슷하게, 우리도 전세계의 맥도날드 가격 비교를 한 번 해 보는 것이다. 물론 스타벅스도 괜찮고. 아니 나는 그냥 우리 한민족이 어떤 '동네'에서, 어떤 세계인들과 같이 부대끼며 살아가고 있는지 괜시리 호기심이 생긴다.
도쿄 코가네이 우리 집 앞의 길다랗고 곧은 직선형 '길'이, 멀리 애리조나에서 잡화점을 운영하고 있는 선배 눈에는 어떻게 비칠지. 또 밤늦게 잡화점 문을 닫고 돌아갈 때마다 야생늑대가 짖어댄다고 한탄했던 선배의 그 '길'이, 나는 무진장 궁금하고 또 보고 싶다.
결국 결론은 뭐 이런거다.
"사해동포여! 엄지로 모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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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부터 도쿄거주. 소설 <화이트리스트-파국의 날>, 에세이 <이렇게 살아도 돼>, <어른은 어떻게 돼?>, <일본여친에게 프러포즈 받다>를 썼고, <일본제국은 왜 실패하였는가>를 번역했다. 최신작은 <쓴다는 것>. 현재 도쿄 테츠야공무점 대표로 재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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