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명 사망한 화왕산 참사가 공무원 1명 책임?

[창녕 주민반응] "공무원 1명 책임? 말이 됩니꺼"... 참사 후 지역경제 꽁꽁 얼어붙어

등록 2009.03.29 14:40수정 2009.03.30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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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샘추위라 하기엔 며칠째 날씨가 차갑다. 꽃잎을 활짝 연 벚꽃이 '발발' 떨고 있다. 지난 28일, 햇살이 굵어질 즈음 장마당(창녕 오일장은 3일과 8일)에 나가봤다. 봄 푸성귀들을 가지고 나온 난장꾼들이 많았지만 매기는 뜸했다. 그나마 오일장터만큼은 붐볐었는데 화왕산 참사 이후로 지역경제가 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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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참사 사고 지점(배바우 부근) 올해 화왕산 억새 태우기 대형 참사를 일으켰던 배바우 부근 ⓒ 박종국


화왕산을 오르는 자하곡입구도 마찬가지였다. 예년 같으면 주말에 화왕산을 찾는 등산객들로 북적댔을 테지만 억새 태우기 참사 이후로 한산하기 그지없다. 승용차 몇 대가 고작이다. 전국 100대 명산 중의 하나로 일컬어지던 화왕산의 명성이 등산객들로부터 잊히고 있다. 지난 화왕산 참사는 창녕지역의 흐름 자체를 굴절시키고 있다.

"말도 안 됩니더. 그렇게 엄청난 일을 저질러놓고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카데예. 고작 말단 직원 한 사람 구속하는 것으로 끝낸 거 아입니꺼. 불구덩이에 휩싸여 죽은 사람만 억울하게 됐지예. 그래서는 안 되는 기지예. 창녕군민으로 참 부끄럽습니더."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를 하고 있는 거지. 창녕 사람들한테 다 물어봐라. 이번 수사결과를 탐탁케 생각하는지. 군민의 마음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거야. 눈 가리고 아웅 한다고 덮어지나. 그래가지고 어떤 공무원들이 제 일을 소신껏 하겠나. 모든 책임을 군수가 져야 하는 거야. 그게 수장의 도리가 아닌가."

싸전 마당에 터 잡고 있는 수구레국밥집 손님들로부터 들은 얘기다. 이들은 이번 화왕산 억새 태우기 참사 수사결과가 못마땅하다는 표정으로 노기까지 띠었다. 이처럼 지난 25일 창녕경찰서가 수사결과를 발표했지만, 창녕군민들은 미덥지 못하다는 얘기가 지배적이다. 말마따나 정작 군청의 상층 책임자들은 서로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는 것, 수사 결과 '인재'라고 표명되었는데도 아직까지 '바람' 탓을 하고 있는데 분통을 터뜨렸다.    

사망 7명-부상 81명 사고가 공무원 한 명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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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왕산 억새 태우기 올해 화왕산 억새 태우기 모습 ⓒ 박종국


창녕경찰서는 25일 오전 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화왕산 억새 태우기 참사를 '인재'로 판단, 부실한 방화선 구축 등으로 사상자를 낸 혐의로 창녕군 김충식 군수를 포함한 공무원 5명과 일반인 3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문화관광과 직원 ㄱ씨를 구속하는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 지었다고 밝혔다.

또한 경찰은 그동안 논란이 되었던 방화선 구축작업이 계획대로 수행되지 않았으며, 공무원이 직접 현장 확인이나 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수사결과 방화선 구축계획은 총연장 2㎞, 폭 30m로 120명이 20일간 하는 것으로 돼 있었다.


그러나 실제 55명이 15일간 작업을 했고, 사고지점의 방화선 폭은 15∼19.5m에 지나지 않았으며, 물을 뿌리지도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현장 부근 안전요원의 배치도 계획보다 부족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2003년과 2006년 행사 직후 억새 태우기 행사에는 안전요원이 500여 명(개인당 4∼5m 담당)이 돼야 방화선 구간의 등산객 통제가 가능하다는 것이 개선사항으로 제기된 바 있으나 이번 행사 계획서에는 355명, 실제로는 257명(개인당 8∼10m 담당)이 배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산불예방을 위해 헬기 살수 등이 계획돼 있었으나 물자수송을 위한 헬기 지원만 요청했지 정작 방화선 부근에 물 뿌리기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수많은 등산객이 방화선 밖에서 억새 태우는 광경을 지켜보는 상황에서 불이 방화선을 넘어올 수 있음에도 이를 게을리 하고 안일한 생각에서 행사를 진행한 것이 이번 참사를 부른 것이다.

그럼에도 경찰은 당시 배치된 안전요원에 대해서는 임무를 수행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판단, 책임을 묻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상이 화왕산 억새 태우기 참사에 대한 창녕경찰서의 수사 결과다.

"나 몰라라식 책임 전가, 분통이 터집니더"

창녕군민들은 경찰의 수사결과에 대해 책임소재를 규명하는 데 미비했다고 말하고 있다. "방화선 구축작업이 계획대로 수행되지 않았으며, 공무원이 직접 현장 확인이나 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경찰의 지적에 대해 왜 유독 힘없고 '빽'없는 말단 공무원 한 사람이 대형 참사의 희생양이 되어야 하는가라는 것이다.

"누구 하나 선뜻 나서 책임을 지지 않고 '나 몰라라' 식으로 책임을 전가하는 태도가 못마땅합니더. 화왕산 억새 태우기 행사를 허가하는 기관이 양산국유림관리소라고 하데예. 그런데 행사준비단계에서 국유림관리소에서만 실제 현장을 확인했더라면 이번과 같은 대형 참사는 미리 막을 수 있었던 깁니더. 하지만 경찰은 그들에 대해서는 실제 현장 확인을 하지 않는 등 다소 직무를 소홀히 한 부분은 인정되지만, 사법처리 대상은 아닌 것으로 판단, 산림청에 행정통보 조치했다고 하데예. 형평성 원칙에 어긋나는 기라예. 한데도 왜 애꿎은 담당자 한 사람에게 모든 걸 덮어씌우는 겁니꺼. 그것도 파렴치범으로 몰면서까지. 그래서 더욱 분통이 터집니더."     

오후에 목욕탕에서 만난 이아무개씨는 해도 해도 너무한다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화왕산 억새 태우기 참사 수사결과를 지켜보는 창녕군민들의 정서는 이씨와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 2월 9일 화왕산 정상에서 대보름 억새 태우기 행사를 하는 과정에 억새를 태우던 불이 갑자기 방화선을 넘어오면서 7명이 숨졌고, 중상자 4명, 경상자 77명 등 모두 81명이 다쳤는데, 정작 단 한 사람의 말단 직원만이 잘못한 때문일까.

참사 후 깡그리 얼어붙은 지역경제, 한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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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왕산 산상음악제 작년 화왕산 갈대제 행사 중 하나인 '산상음악제'에 참가한 등산객 ⓒ 박종국


군민들은 안타깝게 유명을 달리한 유족들과 부상자들에 대한 위로와 보상도 경상남도나 중앙정부 차원에서 지원받지 못하고 고작 지역민들의 성금과 추경으로 처리하고 있다며 문제제기 하고 있다.

지금 창녕은 화왕산 억새 태우기 참사 여파로 인해 모든 지역행사가 빗장을 잠갔다. 이미 영산의 3·1민속문화제가 그랬고, 남지 유채꽃축제도, 부곡온천제도 같은 맥락이다. 때문에 지역경제가 깡그리 얼어붙었다. 일손을 놓은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다. 이러다가 지역 전체가 고사하는 게 아니냐는 섣부른 진단도 나오고 있다.

한편 경찰은 그동안 관련 공무원과 산악회 등 관계자들의 과실과 책임 한계를 밝히고자 모두 80여 명을 상대로 110회에 걸쳐 조사해 왔으며, 또 수사과정에서 공무원과 행사업체 사이에 금품이 오간 것도 발견했다. 경찰은 금품 건에 대해서는 이번 참사와는 별개의 사건으로 판단, 수사를 계속한다는 계획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u포터 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u포터 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화왕산 #억새태우기 #방화선 #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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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국기자는 2000년 <경남작가>로 작품활동을 시작하여 한국작가회의회원, 수필가, 칼럼니스트로, 수필집 <제 빛깔 제 모습으로>과 <하심>을 펴냈으며, 다음블로그 '박종국의 일상이야기'를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김해 진영중앙초등학교 교감으로, 아이들과 함께하고 생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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