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오카 마사히로가 낸 <초식계 남자의 연애학>. 표지의 이미지처럼 처음에는 겉모습이 호리호리하고 패션센스가 좋은 남자들을 일컬어 초식계 남자로 표현했지만, 지금은 꼭 그런 것만도 아니다.
모리오카마사히로
단어만 놓고 본다면 풀만 뜯어먹고 사는 남자이지만, 숨겨진 의미는 성인 남성이라면 당연히 가질법한 연애, 그리고 섹스에 대한 욕구가 사라져 버린 남자들을 의미하는 용어다. 그들은 이런 성적 욕구를 자신의 취미활동을 통해 발산한다.
물론 이러한 성향을 지닌 남성들이 갑자기 등장한 것은 아니다. 1990년대에는 비슷한 표현으로 '아네오'(누나 같은 남자)나 '페미오'(여자 같은 남자)라는 단어가 나오기도 했고, 또 '초식동물형 남자'라는 단어를 처음으로 사용한 칼럼니스트 후카자와 마키의 인터넷 연재칼럼 "U35 남자 마케팅 도감"이 이미 3년 전에 나왔다는 점을 볼 때 그리 새로운 개념도 아니다.
'초식동물형 남자'가 크게 반향을 불러일으킨 것은 지난 2008년 4월. 일본 최대의 정통 패션잡지 <논노>가 후카자와 마키를 인터뷰하며 '초식동물' 특집 기사를 게재한 게 계기가 됐다. <논노>가 이 기사를 통해 초식동물형 남자의 유형을 구체적 항목으로 제시한 것.
<논노>와 2008년 7월에 출간된 <초식계 남자들의 연애학>(모리오카 마사히로), 같은 해 11월 마케팅 관점에서 초식동물형 남자를 다룬 <언니 같은 오빠들이 일본을 바꾼다>(우시구보 메구미)에서 언급된 초식동물형 남자들의 특징은 대략 다음과 같다.
- 대부분 20대다. - 외출보다 집에 있는 것을 더 좋아한다. - 여행, 쇼핑, 극장을 여성과 함께 가는 경우도 있지만 연애로 발전하는 케이스가 거의 없다.- 이성을 위해 돈 쓰는 것보다 자신의 취미, 특히 패션에 투자하는 경향이 강하다. - 연애 자체에 적극적이지 않으며 섹스, 성행위에 별로 흥미가 없다. - 거의 모든 에너지는 취미생활에 투자하며, 여성과 단 둘이 같은 침대에서 자도 아무 짓도 안 한다.
20대 일본 남성들 "섹스는 피곤해요, 혼자가 최고죠"이렇게 초식동물형의 구체적 행동패턴이 지적되자 일본의 인터넷, 특히 블로그에서는 "나 알고 보니 초식동물일지도 모르겠다", "헉! 나 초식동물이에요. 한발만 삐끗하면 이거 오타쿠 되겠는데요" 등의 이른바 자기고백은 물론 반대어로 "육식동물형 여자"가 등장하기도 했다.
또 마케팅 전문 웹사이트 <닛케이MJ>(Nikkei Marketing Journal)는 '20대 남성의 생각을 통해서 본 젊은 세대의 의식여론조사'를 통해 이를 통계적으로 증명했다. 이성간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어 실시된 여론조사의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전 항목에서 20대가 30, 40대 선배세대에 비해 이성에 흥미가 없고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