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일, 25회를 마지막으로 종영한 <꽃보다 남자>.
KBS
그러나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생기는 법, <꽃보다 남자>는 꽃남열풍과 꽃남신드롬을 남기는 동시에 수많은 문제를 노출하고 드라마 방영 내내 각종 논란에 시달려야 했다. <꽃보다 남자>가 남긴 가장 큰 문제는 바로 한국드라마의 고질적인 병폐라고 할 수 있는 '생방송 촬영'이다. 당일 방영분을 당일까지 촬영한다고 해서 붙여진 '생방송 촬영'이라는 이 웃지 못할 오명은 그동안 쭉 우리 드라마의 경쟁력을 해치는 주범으로 지목되어 왔다. 그런 문제점이 <꽃보다 남자>에서 재차 발생한 것이다.
그 원인은 빠듯한 드라마 스케줄에서 기인한다. 당초 지난해 12월 말 첫 방영을 목표로 한 <꽃보다 남자>의 캐스팅이 확정된 건 지난해 10월 초, 예정 방영일을 불과 석 달 앞둔 시점이었다. 첫 촬영은 그보다 한 달 후인 지난해 11월 초, <꽃보다 남자> 첫 방영일이 올 1월 5일이었으니 촬영 시작 후 불과 2개월의 여유 밖에 없었던 셈이다. 더구나 그 사이 마카오와 뉴칼레도니아로의 해외 촬영 일정도 포함되어 있었다. 여러 모로 시간이 촉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다 국내 촬영지 역시 동선이 지나치게 넓었다. 세트 촬영을 제외한 야외 촬영은 거의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찍었다. 서울 돈암동, 경기도 화성 및 양평, 안산 대부도, 전남 담양, 경북 경주, 대구 계명대학교 등 전국에 걸쳐 촬영지가 분산되어 있었다. 이곳들을 하루에 많게는 4곳이나 옮겨 다니며 촬영을 했으니 가뜩이나 촉박한 촬영 일정은 더욱 빡빡해질 수밖에 없었다. 제작진의 입장에선 좋은 장면, 멋진 그림을 카메라에 담기 위한 노력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생방송 촬영에 한 몫을 한 셈이 됐다.
비축해둔 촬영분이 없는 생방송 촬영이다 보니 불쑥불쑥 발생하는 의외의 사고나 문제에 제대로 대처하지도 못했다. 지난 2월 27일 구혜선이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에 입원하자 <꽃보다 남자>는 해당 주 방영분인 17회(3월2일)를 내보내지 못하고 결국 '스페셜' 방송으로 대체했다. 지난해 <바람의 화원>이 밟은 전철을 고스란히 답습한 것이다. 심지어 구혜선은 부상에서 다 회복하지도 못한 채 다시 촬영장에 나가 촬영을 하고 촬영이 끝난 후 다시 병원으로 돌아와 치료를 받아야 했다.
생방송 촬영, 미숙한 연기, 완성도 낮은 편집, 과도한 PPL더구나 구혜선의 교통사고의 원인 역시 생방송 촬영과 무관하지 않다. <꽃보다 남자>는 드물게도 주연배우 대부분이 촬영기간 내에 교통사고를 당했다. 빠듯한 촬영 스케줄로 인해 밤샘촬영은 이어지고 배우, 매니저, 스태프 가릴 것 없이 피로가 쌓였다. 그런 상태에서 또 다음 촬영지, 다음 스케줄을 위해 운전대를 잡아야 하는 배우들의 매니저에게 제 컨디션을 요구하기란 쉽지 않다. 어느 드라마보다 잦은 교통사고와 배우들의 부상 소식이 들렸던 이유는 생방송 촬영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생방송 촬영의 여파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배우들의 미숙한 연기, 감독의 의심스러운 연출력 역시 생방송 촬영에서 기인한다. <꽃보다 남자> 주연배우 5명 중 그나마 베테랑이라고 할 만한 배우는 구혜선뿐이다. 나머지 F4 4인방 중 김현중과 김준은 첫 연기 도전이고 이민호와 김범 역시 활동 경력이 짧다. 그런 만큼 연기력 면에서 미숙한 부분이 드러나는 데다 촬영이 워낙 촉박하게 진행되는 탓에 배우들의 연기는 더 어색해졌다. 일단 어떻게든 찍어서 카메라에 담는 게 우선시되기 때문이다.
연출력 논란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촬영도 촬영이지만 편집에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면 <꽃보다 남자>의 완성도는 한층 높아졌을 것이다. 시청자들로부터 방영 내내 지적받았던 과도한 OST 삽입 문제도 편집과 직결되는 부분이다. 여기에 PPL 문제까지 추가되면 그야말로 엉망진창 <꽃보다 남자>가 된다. 마치 마카오와 뉴칼레도니아의 홍보영상 같은 장면들도 즐비했고, 지나치게 부각되는 PPL 때문에 생뚱맞은 장면이 삽입되고 그로 인해 극의 전체적인 흐름이 깨지기도 했다.
<꽃남>, 올해 화제작인 동시에 '문제작'

▲ <꽃보다 남자>는 넘치는 PPL로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기도 했다.
KBS
시청률을 위해 지나치게 자극적인 설정을 밀어붙인 게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았다. 극중에서 주인공들은 모두 고교생의 신분으로 미성년자다. 그렇지만 그들은 클럽과 호텔에 드나들고 운전도 한다. 폭행은 예삿일이고 심지어 목적달성을 위해서라면 납치와 감금도 서슴지 않는다. 재벌이라는 이유로 무소불위의 권력이라도 쥔 듯 타인에게 함부로 대하고, 주위 사람들은 한없이 떠받드는, 물질만능주의를 부추겼다는 비판도 비껴가기 어렵다.
시대착오적인 캔디형 캐릭터의 재림이라는 점에서도 <꽃보다 남자>는 지극히 과거지향적인 드라마였다. 드라마가 회를 거듭할수록 많은 시청자들이 지적했던 부분이 바로 금잔디의 정체성이었다. 원작에서의 츠쿠시는 비록 가난했지만 어떻게든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서려고 아등바등하는 고집 센 억척녀였다. 그런데 한국판 <꽃보다 남자>에서는 그런 츠쿠시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구준표와 윤지후의 사랑을 얻은 뒤 금잔디는 이름에서처럼 '잔디'와 같은 억센 잡초가 아닌, 온실 속의 화초가 되어 있었다.
35.5%(TNS미디어코리아)의 자체 최고 시청률, 28개 광고 완판, 백억 원대에 이르는 예상 수익…. 남기고 간 숫자만을 놓고 본다면 <꽃보다 남자>는 분명히 성공한, 대박 난 드라마다. 아마 2009년 올 한 해 이보다 더 성공한 드라마를 만들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꽃보다 남자>는 여러 문제점과 논란, 그리고 한국 드라마의 고질적인 병폐를 답습한, 아니 그보다 더 나아간 문제작이기도 하다. <꽃보다 남자>의 성공은 분명 KBS와 외주제작사, 배우들의 입장에선 더할 나위 없이 기쁘고 좋은 일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꽃보다 남자>는 외형적인 성공의 찬란함만큼이나 깊은 그늘을 한국드라마계에 안겨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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