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전용도로, 차·사람 거칠 게 없네!

[자전거 릴레이기획①] 유성 시범도로, 좋은 대안이지만 확산엔 한계

등록 2009.04.02 17:23수정 2009.04.02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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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대전충남>이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을 연재합니다.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대전 시민들을 동행 취재하고 이용 현황을 점검해 안전한 이용을 돕고자 합니다. 많은 관심바랍니다.  <편집자말>

대전시가 에너지 절약과 환경보전 그리고 도심 교통난 해소 등을 목적으로 시행하는, 자전거 이용 활성화를 위해 추진되는 사업은 전철역이나 관공서 등에서 공공 자전거를 대여해주는 일명 '타슈자전거'('타슈'는 타세요의 충청도 방언) 사업과 자전거 전용도로 건설 사업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제 시작 단계인 공공 자전거 대여 사업은 아직 이용 시민이 적어 별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지 않지만, 자전거 대여가 시민에게 지속적으로 홍보되고 이용자가 증가한다면 대여용 자전거의 정비나 시내 전역에 분포된 대여 자전거의 효율적인 배치 등 관리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시는 자전거 관리 문제를 시민의 자원 봉사로 해결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자전거 제도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게 되면 자전거 이용자가 지금보다 획기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그때도 자전거 대여 사업이 자원봉사자 위주로 그 목적을 거둘 수 있을지 아직은 의심스럽다.

 

전용로 기피하는 자전거 이용자들

 

또한 대전시는 지난 수년간 적지 않은 예산을 투입해 자전거 전용도로를 확충해 왔지만 그 동안의 도로 건설이 자전거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추진되고, 예산만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을 자주 받아 왔다.

 

초창기 대전 도심 지역의 자전거 전용도로는 인도의 보도블록에 페인트를 도색하여 자전거길을 표시하는 식으로 추진했다가 수년 전부터는 보도블록을 걷어내고 콘크리트 포장으로 대체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올해도 자전거 도로 건설에 1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지만 거액의 예산을 투입한 도심지역의 자전거 도로가 정작 자전거 이용자들에게 외면당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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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블록에 도색만한 자전거 전용로 관리를 하지 않아 경계선만 희미하게 보일 뿐이며 그나마 노점상이 점거해 자전거는 통행할 수 없다. ⓒ 이래헌

▲ 보도블록에 도색만한 자전거 전용로 관리를 하지 않아 경계선만 희미하게 보일 뿐이며 그나마 노점상이 점거해 자전거는 통행할 수 없다. ⓒ 이래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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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통행을 막고 있는 작업차량 복잡한 도심에서 인도에 올려진 불법주차 차량을 쉽게 볼 수 있다. ⓒ 이래헌

▲ 자전거 통행을 막고 있는 작업차량 복잡한 도심에서 인도에 올려진 불법주차 차량을 쉽게 볼 수 있다. ⓒ 이래헌

 

전용도로를 외면하고 위험한 차로로 주행하는 자전거 이용자들은 전용도로에 굴곡이 심하거나 턱진 부분이 많아 피로도가 증가하고, 보행자와 자전거의 통행 제한이 없어 보행자가 많은 지역에서는 자전거를 탈 수 없고, 교차로나 골목 입구 등 전용도로의 진입로를 불법주차 차량이 막고 있거나 노점이 도로를 점거하여 통행이 불가하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전용로 이용을 기피하고 있다.

 

기존 문제점 보완한 유성의 시범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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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시범도로의 입구 조형물 유성구는 기존 자전거 전용로의 문제점을 개선한 전용로 1km 구간을 시범적으로 개설했다. ⓒ 이래헌

▲ 자전거 시범도로의 입구 조형물 유성구는 기존 자전거 전용로의 문제점을 개선한 전용로 1km 구간을 시범적으로 개설했다. ⓒ 이래헌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유성구는 2008년 대전도시철도 유성온천역부터 충남대 정문까지 약 1km에 새로운 개념의 자전거 도로를 시범적으로 조성하였다. 이 도로는 자전거 전용로를 인도 위에 설치하지 않고 차로와 인도 사이에 별도의 펜스를 치고 자전거만의 주행로를 확보했다. 그리고 기존 도로 노면을 이용함으로써 굴곡이나 턱진 곳이 없어 이용자의 피로도가 감소하고 승차감이 좋아지는 등 기존 자전거 도로가 가지는 문제점을 어느 정도 해소시켰다.
 
차후 자전거 전용로 건설에 하나의 대안으로 검토될 수 있겠지만 이러한 전용로는 신설도로나, 도심지역의 경우 노폭에 여유가 있는 도로에만 조성이 가능하여 시내 전역 자전거 이용로의 대안이 될 수 없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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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의 자전거 시범도로 차로 쪽은 펜스를 쳐 차랑의 진입을 막았고 인도는 경계석으로 턱을 지었다. ⓒ 이래헌

▲ 유성의 자전거 시범도로 차로 쪽은 펜스를 쳐 차랑의 진입을 막았고 인도는 경계석으로 턱을 지었다. ⓒ 이래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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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도로를 이용하는 자전거 차량과 보행자 누구로부터도 주행을 방해받지 않는다. ⓒ 이래헌

▲ 전용도로를 이용하는 자전거 차량과 보행자 누구로부터도 주행을 방해받지 않는다. ⓒ 이래헌

 

도로 관리의 문제도 있다. 취재하는 동안에도 전용도로를 구분하는 펜스 사이로 차량을 밀고 들어와 주차하거나 도로가 교차되는 지점의 출구를 막고 있는 불법주차 차량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많은 예산을 들여 시범적으로 건설한 전용도로조차 불법 주차 차량들에 의해 제 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시는 거액의 예산을 들여 시설을 개선하는 것 못지않게 기존의 시설이 제 구실을 하도록 도로에서의 불법 행위를 근절하고 도로 상태를 이용자가 만족할 수 있는 수준으로 관리하는 등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다음과 한겨레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자전거 #유성 #도로건설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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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음악 오디오 사진 야구를 사랑하는 시민, 가장 중시하는 덕목은 다양성의 존중, 표현의 자유 억압은 절대 못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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