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고사 앞두고 "선생님 인생이 뭐예요?" 묻는 아이

일제고사가 시험이 아니라고?

등록 2009.04.01 15:32수정 2009.04.01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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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기 시작한 지 이제 갓 한 달이 넘어간다. 나는 초등학교 4학년부터 중학교 1,2학년을 주로 가르친다. 아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어릴 적 선생님들이 나를 어떤 맘으로 보셨을까를 조금은 알 것도 같다. 그 또래 대부분의 아이들이 그렇듯 친구들과 장난치는 아이, 교재를 잘 빠뜨려서 선생님께 혼나는 아이, 미처 못한 숙제를 급하게 하는 아이 등등 학원은 아이들의 작은 소란으로 가득 차 있다.


그런데 지난 주에 초등부 몇몇 아이들이 말도 않고 눈물을 쏟아내는 것이었다. 아이를 진정시키고 이유를 묻자 공부하기 힘들다는 것이었다. 공부를 얼마나 했다고 초등학생이 벌써부터 공부하기 힘들다는 말이 나올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아닌 게 아니라 학원에서는 지난 주 어제 있었던 일제고사를 대비해 아이들에게 평소보다 많은 문제 풀이 숙제를 내주었고 아이는 미처 숙제를 못해 학원에 남아 숙제를 하고 있던 중이었다. 마음은 벌써 학원을 마치고 친구들과 뛰놀고 있는데, 책상 앞에 앉아 있으려니, 몸과 마음이 따로 노는 스트레스를 이겨내지 못하고 기어이 눈물이 나오고 만 것이다.

일제고사 때문에 학원에서 공부를 더 시킨 게 잘못이라고 생각할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아마 초중고생 학생을 둔 학부모라면 오히려 진단평가 준비를 해주지 않는 학원이라면 학원을 옮길 생각마저 하지 않을까라고 감히 장담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무리 아이들의 평소 학력수준을 평가하기 위한 것이라 해도 학부모 입장에서는 결과가 나오는 것이라면 하나라도 더 알아서 좋은 성적을 냈으면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게 당연하고, 학원에서도 이를 반영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학교에서는 분명 진단평가는 시험이 아니라고 했지만 이미 학부모와 아이들에게는 또 다른 시험인 셈이다.

일제고사로 인한 사회적 논란과 문제점이 일고 있고, 많은 교사, 학부모, 학생들이 반대하고 있다. 1천여명의 교사가 일제고사 반대 운동에 나섰고, 2800여명이나 되는 학생들이 오답 써내기 운동에 동참했다고 한다. 일제고사 폐지되어야 하는 여러가지 이유들에 대해서 백번 공감한다. 하지만 아이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아이들의 인생과 미래를 좌지우지 하는 가장 0번째 이유가 되지 않을까? 아이들을 벼랑으로 내몬다는 게 뭔지, 아직 어린 초등학생 아이가 책상 앞에 앉아 눈물이 채 가시지 않은 촉촉한 눈으로 풀다 만 문제집을 앞에 두고 연필을 쥔 채 "선생님 인생이 뭐예요?" 물었을 때 '인생은 나그네~'라는 말도 안되는 옛 유행가를 불러주며 달래줘야만 하는 건지 답답한 현실이다.
#일제고사 #초등학생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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