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마다 먹는 꽃지짐이 물리지 않아요

철따라 새로 쓰는 우리 마을 절기 이야기(5)

등록 2009.04.02 14:10수정 2009.04.02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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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분이 지나고 이제 곧 청명입니다. 지난 주에는 때 아닌 우박과 눈비에 진달래 여린 꽃잎이 다 어는 것 같더니만 그래도 봄은 봄인지라 마을 골목마다 산길마다 봄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a 봄숲의 전령사는 노란 생강나무꽃 산수유는 집 앞마당에 주로 피지만 숲에는 생강나무꽃이 핀다.

봄숲의 전령사는 노란 생강나무꽃 산수유는 집 앞마당에 주로 피지만 숲에는 생강나무꽃이 핀다. ⓒ 한희정

▲ 봄숲의 전령사는 노란 생강나무꽃 산수유는 집 앞마당에 주로 피지만 숲에는 생강나무꽃이 핀다. ⓒ 한희정

 

오늘 절기 공부 시간, 아이들은 한껏 들떠 있습니다. 꽃지짐이 부쳐 먹는 날이거든요. 들떠 있는 마음 가라앉히고 산책 날적이를 꺼듭니다. 오늘 날씨를 먼저 알아봤지요. 지난 30년(1961년~1990년)간 서울지역 4월 1일 최고 기온은 13.3도인데 올해의 최고 기온은 10.0도입니다. 날씨가 정말 오락가락해서 종잡을 수 없습니다.

 

오늘은 마을 골목길 산책을 하지 않고 바로 숲으로 향합니다. 숲으로 가는 길 담장 너머로 철쭉 꽃순이 보이네요. 꽃지짐이 하면 떠오르는 진달래와 비교해 보기 위해 꽃순을 만져보게 합니다. 끈적 끈적 진액이 묻어 있습니다. 다 꽃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 수단이지요.

 

눈에 익으면 한 눈에 보아도 철쭉과 진달래는 다르다는 것을 알지만 눈에 익지 않으면 아무리 이야기해줘도 이 둘을 구분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철쭉꽃을 따서 지짐이 만들어 먹으면 안된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꽃받침이 끈적끈적하면 따지 말아라, 먹고 배탈 날 수도 있다' 엄포를 놓습니다.

 

a 철쭉 꽃순은 끈끈해. 꽃지짐이에 진달래가 아닌 철쭉을 넣을까 싶어 한번씩 만져보게 했지요.

철쭉 꽃순은 끈끈해. 꽃지짐이에 진달래가 아닌 철쭉을 넣을까 싶어 한번씩 만져보게 했지요. ⓒ 한희정

▲ 철쭉 꽃순은 끈끈해. 꽃지짐이에 진달래가 아닌 철쭉을 넣을까 싶어 한번씩 만져보게 했지요. ⓒ 한희정

 

꽃지짐이는 진달래꽃으로만 만들면 재미없지요. 봄에 피어나는 여러 꽃과 새순으로 예쁘게 만들 수 있습니다. 그래서 먼저 보라색 제비꽃을 찾아보았습니다. 한 개씩만 따기로 약속했지요. 작은 숲속 입구에 제비꽃이 지천입니다. 쑥도 찾아봅니다. 지난 주에 아이들은 쑥버무리를 맛있게 먹었어도 쑥을 어떻게 뜯어야 하는지는 잘 모릅니다. 쑥과 비슷한 것들 따와서 쑥이라고 내밀기도 하지요. 그럴 수도 있습니다. 그냥 자연스럽게 알아가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노란 개나리, 산수유, 생강나무 꽃도 몇 개 땁니다. 원추리 새싹, 진달래도 몇 개씩 따니 우리 바구니가 이렇게 예쁩니다.

 

a 이걸로 꽃지짐이 해 먹어요. 제비꽃, 진달래, 쑥, 개나리 조심조심 이렇게 땄어요.

이걸로 꽃지짐이 해 먹어요. 제비꽃, 진달래, 쑥, 개나리 조심조심 이렇게 땄어요. ⓒ 한희정

▲ 이걸로 꽃지짐이 해 먹어요. 제비꽃, 진달래, 쑥, 개나리 조심조심 이렇게 땄어요. ⓒ 한희정

 

 

산에서 따온 꽃과 잎을 깨끗이 씻어 놓고 산책 날적이를 적어봅니다. 진달래, 쑥, 생강나무 산수유나무, 제비꽃, 민들레, 개나리, 원추리, 비비추, 플라타너스 열매, 이끼, 뱀딸기 싹, 아까시 나무, 찔레, 매화, 철쭉, 굴참나무, 소나무… 오며 가며 본 것들입니다. 그리고 꽃지짐이 만들기 위해 따 온 것을 자세히 관찰해서 그려봅니다. 개나리와 진달래는 꽃잎이 한 장 한 장 나누어지는 것이 아니라 하나로 되는 통꽃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a 개나리 진달래 보고 그린 그림 개나리와 진달래가 통꽃이라는 게 그림에 그대로 담겨 있어요.

개나리 진달래 보고 그린 그림 개나리와 진달래가 통꽃이라는 게 그림에 그대로 담겨 있어요. ⓒ 한희정

▲ 개나리 진달래 보고 그린 그림 개나리와 진달래가 통꽃이라는 게 그림에 그대로 담겨 있어요. ⓒ 한희정

 

a 진달래 느낌을 살린 글씨 진달래를 글씨로 쓰면 이렇게 쓸 것만 같아요.

진달래 느낌을 살린 글씨 진달래를 글씨로 쓰면 이렇게 쓸 것만 같아요. ⓒ 한희정

▲ 진달래 느낌을 살린 글씨 진달래를 글씨로 쓰면 이렇게 쓸 것만 같아요. ⓒ 한희정

 

이제 본격적으로 꽃지짐이 반죽을 시작할 시간입니다. 찹쌀 가루는 익반죽을 해야 해서 뜨거운 물을 붓고 주물러 봅니다. 도대체 물을 어느 정도 넣어야 할지 가늠이 안되지만 조금씩 넣으면서 해 봅니다. 어느 정도 반죽이 되면 서로 돌아가면서 10번씩 치댑니다. 잘 치대야 쫄깃하고 맛이 좋지요. 반죽을 떼어내서 동글 동글 빚고 납작하게 누른 다음 꽃과 잎으로 예쁘게 장식을 해 봅니다. 반죽이 너무 두꺼우면 맛이 없다느니, 조청을 찍어 먹자느니 입은 벌써 꿀맛입니다.

 

a 이렇게 봄을 담아요. 봄이 어우러진 꽃지짐이 빛깔이 곱다.

이렇게 봄을 담아요. 봄이 어우러진 꽃지짐이 빛깔이 곱다. ⓒ 한희정

▲ 이렇게 봄을 담아요. 봄이 어우러진 꽃지짐이 빛깔이 곱다. ⓒ 한희정

 

 

노릇하게 구워낸 꽃지짐이를 조청에 찍어 한 입 쏙~! 군침이 돕니다. 해마다 봄이 되면 꽃지짐이 만들어 먹으며 봄의 풍광을 즐겼던 옛 사람들의 정취를 느껴봅니다. 진달래꽃을 따느라 숲을 이리 저리 뛰어 다니는 아이들 속에, 재잘대는 들뜬 목소리 속에 봄은 이미 들어와 있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아름다운마을학교 춤추는방과후배움터는 북한산 자락 인수동에 자리잡은 대안학교입니다. 매주 수요일 절기 공부를 하며 우주에 대한 생명에 대한 감수성을 일깨우고 있습니다. 이 절기 공부는 교보생명교육문화재단의 환경교육현장지원 프로젝트에 선정되어 지원을 받고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화전 #꽃지짐이 #아름다운마을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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