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약자들의 함성을 '떼법'으로 몰아붙여?

[서평] 김창록 외 6인이 쓴 〈떼법은 없다〉

등록 2009.04.03 15:22수정 2009.04.03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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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겉그림 김창록 외 6인이 쓴 〈떼법은 없다〉
책겉그림김창록 외 6인이 쓴 〈떼법은 없다〉해피스토리
▲ 책겉그림 김창록 외 6인이 쓴 〈떼법은 없다〉 ⓒ 해피스토리

이 세상의 법은 모두 사람을 위해 존립한다. 사람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사람이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기 위해 법은 존재한다. 그런데도 법이 사람의 인권을 짓밟고, 사람 위에 군림하게 되면 그때부터 법은 형식만 남을 뿐 참된 정신은 사라지게 된다. 

 

사람이 사는 세상이라면 자신의 인권을 위해 때론 억울함을 하소연할 수 있다. 자신들의 삶터를 빼앗긴 용산 주민들이 그렇고, 한미FTA로 인해 피해를 볼 농민들 역시 자신들의 권리를 위해 함성을 지를 수 있다. 그런데도 사회적으로 약한 자들의 외침과 함성을 '떼법'으로 몰아붙이려 한다면, 얼마나 통탄스러운 일이겠는가?

 

김창록 외 6인이 쓴 〈떼법은 없다〉는 사람의 인권과 자유를 보호하려는 법보다도 사회적인 질서와 안정만을 우선시하는 현 정부의 분위기를 질타하며, 법이 시민의 지배자로 군림하고 있는 사법제도를 개혁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참여연대에서 사법감시, 공익법, 인권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일곱 사람들의 함성이 여기에 담겨 있다.

 

사실 지난 정권에서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검찰총장 임기제가 도입되었고, 현직 검사의 청와대 파견이 금지되었고, 젊은 검사들이 대통령과 맞짱을 뜰 정도로 기개가 만발했다. 더욱이 경찰도 그물창을 걷어내고 포돌이를 만들어냈고,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를 설치하여 과거의 잘못을 털어내는 노력을 기울였다. 그야말로 법이 국민들 옆에 친숙하게 다가서도록 애를 썼다.

 

그런데 현 정부 들어 법집행기관의 공정성을 의심하게 하는 일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촛불을 든 국민들에게 대한 과잉진압은 물론이고, 지난 정권 시절 '정권퇴진'이라는 구호를 외쳤을 때에는 아무렇지 않게 했던 일들을 이번에는 사법처리를 하겠다고 벼른다. 미국 쇠고기 수입을 비판한 방송보도에 대해서는 취재 원본까지 내 놓으라고 하면서도, 미국 쇠고기를 선전하기 위해 사진을 조작한 신문보도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한다.

 

그 뿐만 아니라 쇠고기 재협상을 하라고 요구하기 위해 촛불시위에 참석했던 어머니들을 '아동학대범'으로 몰아붙이려 하고, 선진국에서는 이미 폐기처분하고 있는 전기통신법의 유언비어 유포죄를 들먹여 '미네르바'를 구속수사하고 있으니 얼마나 한심한지, 얼마나 정치권력에 과잉충성하고 있는지, 그야말로 법의 중립성을 잃고 있는 모습들이다.

 

"정부와 여당은 쇠방망이를 써야 할 곳에는 솜방망이로 토닥거리고 있고, 방망이를 쓰지 말아야 할 곳에 되레 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절대 우위의 국회의석과 소수 '강부자' 핵심 지지층을 믿고 그러는지 모르지만, 지금처럼 휘두르는 쇠방망이는 언젠가는 자신의 뒤통수를 칠 것이다."(38쪽)

 

그렇다면 사법기관이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할 수 있는 길은 어디에 있겠는가? 그것은 법원 내부에 있는 모순을 개혁하는 일로서, 대법원장 한 사람에게 집중돼 있는 권한을 모두 분산해야 한다고 한다. 왜냐하면 13인의 대법관 전원에 대한 임명 제청권뿐만 아니라, 고등부장은 물론 법관 인사에 영향을 미치는 6개 위원회의 50여 명에 이르는 위원 위촉도 그의 몫이기 때문이란다.

 

대법원장의 권한에 대한 개혁과 아울러, 또 한 가지 필요한 것이 있다. 그것은 '전관예우'이다. 이른바 대법관들이 퇴임한 후 변호사 개업을 하는 일이 그것인 바, 이는 후배 법관들이 맡은 사건의 소송대리에 관여하여 참된 법집행이 힘들게 한다고 한다. 그 까닭에 변호사 개업을 퇴임 대법관들의 선택에 맡길 사항이 아니라 법으로 강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법관의 임명권도 선거를 통해 선출하고, 임기 내 신임도 필히 물어야 하고, 변호사에 대한 시험을 '자격시험' 성격으로 바꾸고, 국민참여재판을 전국적으로 하루빨리 시행할 때에만, 우리의 법이 정권의 도구가 아닌 국민과 친숙한 법이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렇게만 된다면 '유전무죄 무전유죄'도 사라질 것이고, 사회적 약자의 외침과 함성을 '떼법'이라고 폄하하는 사람들의 입에 재갈을 물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국민과 단절된 채 오로지 법률관료들이 자기들만의 기준과 판단에 따라 구성하는 '그들의 법'이 아니라, 설령 미진하거나 온정적이라 하더라도 우리가 우리들의 법에 따라 내린 판결이 바로 우리의 생활을 규율하는 법이 되어야 한다는 요청이 그것이다."(180쪽)

2009.04.03 15:22ⓒ 2009 OhmyNews

떼법은 없다 - 벼랑 끝에 몰린 법치와 인권 구하기

김창록 외 지음,
해피스토리, 2009


#떼법 #전관예우 #사법기관 독립 #국민참여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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