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기자간담회에서 공보관 시절 '성접대' 사실을 털어놓으며 "(성매매하고) 재수 없으면 걸린다"고 말해 물의를 빚고 있는 강희락 경찰청장이 공식 사과했다. <한겨레>가 단독 보도한 지 하루 만이다.
강 청장은 3일 오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출석해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에 대해 국민께 사과드린다"고 머리를 숙였다. 강 청장은 또 기자간담회에서 '미국 연수 직전 기자들에게 성접대를 했다'고 한 발언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행안위에 출석한 강 청장은 회의에 앞서 "부적절한 발언으로 국민께 심려를 끼쳐 드려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성매매 문제의 심각성을 강조하고 단속의 어려움 설명하는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나온 것"이라고 해명했다.
강 청장은 또 "깊이 반성하고, 이번 일로 솔선해 헌신하면서 신뢰 회복과 안정된 치안 확보에 더욱 매진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공보관 시절 미국 연수 직전 기자들에게 '성접대'를 했다는 실토에 대해서는 강하게 부인했다. 강 청장은 "공보관 시절인 2001~2002년 실제로 모텔에서 기자들에게 모텔 키를 나눠줬느냐"는 장제원 한나라당 의원의 질문에 "그런 사실이 없다"고 답했다.
이어 장제원 의원이 "없는데 왜 그런 말을 했느냐"고 몰아붙이자, 강 청장은 "기자들과 제가 친밀하다는 것을 과장하다 보니 부적절한 표현이 나왔다"고 해명했다. 다만 강 청장은 미국 연수 직전 기자들과 술자리를 여러 차례 했다는 점은 시인했다.
'청와대 행정관 성접대' 축소·은폐 의혹... "회사원이라 속여 파악 못해"
이날 강 청장은 국회의원들 앞에서 거듭 사과와 유감을 표명하면서 곤혹스러워했다. 하지만 여야 의원들은 한목소리로 강 청장을 질책했다.
장제원 의원은 "경찰총수 위치에 대한 긴장감, 성접대 죄의식을 못 느끼는 분이 어떻게 성접대 리스트의 수사 총책임자냐"며 "납득이 안 된다"고 성토했다. "이래서 성접대 수사를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고 따지기도 했다.
김유정 민주당 의원은 "사건이 터진 뒤 왜 변명만 하고 사과는 안했느냐"고 몰아붙였다. 이에 대해 강 청장은 "기자간담회는 비보도를 전제로 하고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다 보니 그런 말이 나왔다"고 답했다가 또 한 번 호된 질책을 받았다.
발끈한 김 의원이 "비보도면 자기 고백을 해도 되느냐"고 따지자 "반성하고 있다, 제가 실기한 것 같다"고 또 한 번 머리를 숙였다.
특히 김 의원은 사건 초기 경찰이 '청와대 행정관 성접대 로비'를 무마하려 했다는 강한 의혹을 제기했다. 김 의원은 "김 전 행정관 성매매가 발각된 게 25일이고, 26일 서울청으로부터 청와대가 보고받고, 27일 김 전 행정관을 방통위로 돌려보냈다"면서 "어떻게 청와대가 아는 일을 경찰청장이 모를 수 있느냐"고 따졌다.
이에 대해 강 청장은 "28일 저녁 언론보도가 난 뒤에야 보고 받았다"며 "김 전 행정관이 회사원이라고 속여 파악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강기정 민주당 의원도 "경찰은 지난 1일 청와대 비서실장이 행정관 문제를 사과한 뒤에야 처음 수사의지를 보였다"면서 "사건 발생 뒤 일주일간 청와대 눈치보기나 한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 의원은 또 "경찰의 초동수사도 문제가 많다"며 "사건 발생 일주일 만에 해당 술집을 압수수색했는데, 사진촬영, 영상채증 등 아무 증거가 없다"고 질타했다.
강 청장은 "처음에는 여성청소년계가 단순 성매매로 적발해 그것만 수사했다"고 해명했지만, 곤혹스런 표정이 역력했다.
이은재 한나라당 의원도 "강 청장 발언은 반여성적, 반인권적 인식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면서 "장자연 사건 늑장수사 비판 여론이 높은 민감한 시기에 스스로 '뒷북수사'라는 불신을 초래하는 발언"이라고 비난했다. 이 의원은 또 "이번 일은 뇌물과 상납이라는 비리사건이 성매매와 결합한 추악한 사건"이라며 수사에 속도를 내달라고 주문했다.
강 청장은 "내 발언은 경찰이 성매매 확실한 의지 갖고 단속하고 있으니까 조심하라는 취지였다"며 "결과적으로 성매매 동의하는 것으로 이해됐고, 깊이 사과드린다"고 다시 한번 사과했다.
2009.04.03 18:31 | ⓒ 2009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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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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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락 "기자들에게 모텔 키 나눠준 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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