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접대자'가 본 청와대 성매매 사건

청와대의 밤문화를 이제야 알았다

등록 2009.04.04 17:30수정 2009.04.04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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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의 밤은 불야성이다. 특히 테헤란로 주변으론 먹고 마시는 식당과 유흥주점들이 콩나물시루처럼 빼곡이 박혀 있고, 그 사이 사이에는 호텔과 모델들이 취객들의 마지막 안식처(?) 역할을 하고 있다. 식당과 유흥주점과 숙박업소들은 서로 상부상조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그중에 하나라도 없다면 그 지역 상권은 무너지고 만다.

 

강남은 부동산 값만 비싼 것이 아니다. 유흥문화의 지존인 룸싸롱 비용도 단연 으뜸이며 그만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도 최고급이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무슨 뜻인지 다 알고 있다고 사료되기에 여기서 자세하게 설명은 하지 않겠다.

 

물론 월급쟁이나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은 자비를 들여 그러한 룸싸롱에 갈 수는 없다. 금전적으로 주체 못하는 상류층 사람들이야 향락을 위해서는 결코 큰돈이 아니지만 보통 사람들에겐 언감생심 근처에도 가지 못한다. 기껏해야 노래방이나 혹은 정신을 잠시 놓는다면 단란주점 정도가 종착점일 게다.

 

향락문화의 꽃 룸싸롱의 존재 이유는 바로 접대다. 룸싸롱을 먹여 살리는 것은 접대이기 때문이다. 접대문화가 없다면 룸싸롱도 결코 존재할 수 없다. 잘나가는 기업들이 밀집해 있는 테헤란로에 수많은 룸싸롱이 존재하는 것은 그래서 너무도 당연하다. 그뿐만 아니라 타 지역에서도 중요한 접대일 경우는 강남의 룸싸롱을 안 찾을 수 없다. 서로가 양질의 향락을 원하니까 말이다.

 

그 접대의 주인공들은 다양하지만, 그중에서도 정관계 공직자들이나, 건설과 관련이 있는 일명 노가다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사실은 그 세계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물론 접대의 목적은 이권과 관련된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순수한 인간관계로 그러한 세계에 출입한다면 그들은 정신감정이 필요한 향락 중독자들이다.

 

갑(접대 받는 자)과 을(접대자)은 저녁에 일식집이나 고깃집에서 만나 저녁을 조촐하게 먹고 룸싸롱으로 직행한다. 그때는 갑의 단골이나 을의 단골집을 골라가는 것이 정석이다. 모르는 집은 만남의 속성상 불안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십대 초중반의 예쁜 접대부를 골라 옆에 앉히고 폭탄주를 돌린다. 폭탄주는 을의 담당이다. 그들은 취기가 오르면 넥타이를 풀고 사정없이 놀아대기 시작한다.

 

밀폐된 공간에서의 놀이는 은밀하며 사회적 지위나 점잖음은 알콜 속에 녹아 사라진다. 쾌락만이 유일한 상황의 목적이다. 여자가 마음에 안 들면 바꿔도 어느 누가 뭐라 하지 않는다. 주지육림이 따로 없다. 갑은 그 공간에서는 왕이다. 개같이 놀아도 말리는 사람, 욕하는 사람은 없다. 그렇게 환락의 밤은 계속 이어진다.

 

시간이 자정 정도가 되면 2차가 준비된다. 성접대 시간인 것이다. 대개 룸싸롱은 모텔 지하에 위치하는 경우가 많아 밖으로 나갈 필요는 없다. 룸싸롱은 프라이버시를 최대한 지켜준다. 교통비와 적당한 팁 줄 돈이 든 봉투를 받은 갑은 비틀거리며 모텔 어디론가 깊숙이 사라진다. 또 다른 환락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

 

강남에서 이정도의 접대를 하려면 일인당 평균 70만원은 써야 한다. 괜히 1~20만원 아끼려다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기 때문에 접대할 때는 아낌없이 써야 함은 접대정석개론서의 첫페이지에 나오는 공식이다. 거기다 저녁 식대, 교통비와 팁 등을 따지면 일인당 100만은 족히 들어간다.

 

위에서 서술한 접대 방법은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것이다. 어떻게 보면 서민(?)적일 수도 있다. 이보다 더 고급스런 접대는 얼마든지 있다. 대기업에서 갑에게 하는 접대가 귀족적이라면 위의 접대는 지극히 평민적이다.

 

요즘 청와대 행정관 성접대 파문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케이블업체인 티브로드 직원이 방통위 과장과 청와대 행정관 2명(3명이란 설도 있다)에게 180만원짜리 접대를 했다고 언론이 들끓고 있다고 한다. 케이블 업체에서 신이 내린 최고의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겨우 180만원을 가지고 접대를 하였으니 당연히 탈로가 날 수뿐이 없겠고, 그런 싸구려 접대를 받은 행정관들도 세상물정 모르는 순진한 청맹과니가 아닐 수 없다. 접대하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들이나 모두 다 아마추어들임이 분명하다. 프로들은 결코 걸리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들의 도덕성이다. 한 나라의 최고 핵심 관직에 근무하는 공직자가 룸싸롱 접대와 속칭 2차라는 성접대를 받았다는 것은 후진국에서도 볼 수 없는 비천한 윤리의식의 소행이 아닐 수 없다. 천박한 그들의 비윤리성에 국민은 쓴웃음을 삼킨다. 청백리 정신으로 나라를 꾸려가는 데 매진하더라도 그 역량이 부족한 판국에 그까짓 쾌락의 유혹에 넘어간 그들의 정신상태가 가증스럽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현재 이 어려운 총체적 난국에서 성매매의 당사자가 되어 있으니 국민적 지탄을 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되었다. 아마도 백악관 직원이 이런 경우를 당했다면 청문회는 물론이고 대통령이 직접 국민에게 사죄를 하였을 것이다. 다른 죄도 아니고 낯 뜨겁게도 성매매 단속에 걸렸으니 그 창피함은 몸이 열 개라도 숨길 수 없다. 속된 말로 쪽팔리는 짓이다.

 

하기사 그들의 상관도 도덕적으로 원죄를 가지고 있으니 그 부하 직원인들 윤리의식의 부족함은 어찌 보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누구를 탓하겠는가. 상관은 그들의 롤모델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그렇지 않더라도 윤리적인 측면에서 그들은 태생적으로 미숙아인지도 모른다. 윤리적 미숙아, 그들이 대한민국을 이끌고 있다. 가히 희대의 희극이 아닐 수 없다.

 

하여튼 그들은 본능에 너무나 충실했다. 섹스의 쾌락에 그들은 자신의 영혼을 팔았다. 겨우 180만원짜리 싸구려 쾌락에 그들은 죄의식 없이 자신의 자아를 버렸다. 그들에게 대한민국이 맡겨져 있다. 망망대해를 떠도는 대한민국은 그들의 힘에 의해 움직인다. 당신이라면 그 배를 타겠는가. 우리야 어쩔 수 없는 운명적 선민이니 배에서 내릴 수는 없지만 당신은 진정 그 배를 탈 수 있겠는가.

 

관계 당국은 이번 사건의 수사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안 봐도 뻔한 사건을 은폐 축소시키기 위해 미온적인 수사로 일관하고 있고, 언론이나 야당, 시민단체에서 이의를 제기해야만 대응하는 수동적인 행동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이 국민의 공복인지 개탄스럽지 않을 수 없다.

 

청와대는 뒤늦게 사과문을 발표했다. 정정길 대통령실장이 1일 이번 사건과 관련해 "윤리·도덕적으로 가장 엄격해야 할 청와대 직원이 최근 불미스런 일에 연루돼 국민 여러분께 실망과 참담함을 안겨 드린 점을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으며 "또 이번 사건은 한 점 의문도 남지 않도록 하겠다"며 "향응 제공을 포함해 그동안 제기된 모든 의혹을 수사기관에서 철저하게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청와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100일 직무감찰'에 들어갔다"했다. 정정길 대통령실장의 지시에 따라 실시되는 이번 내부감찰은 오는 7월 7일까지 진행될 예정라고 덧붙였다고 한다.

 

이번 '성매매 게이트'는 대충 넘어 갈 문제가 아니다. 민주노총 간부의 성추문 사건이 있을 때 언론에서는 가혹하리만치 혹독한 논조를 보였고, 관계 당국도 엄정한 수사가 뒤따랐으며 따라서 민주노총의 존폐가 걱정되는 위기에 직면하였다. 이번 사건은 그보다 윤리적으로 더 엄한 잣대를 대어야 한다. 최고 지도층에 있는 공직자이며, 더구나 돈을 주고 성매매 한 비인륜적인 행위이기에 때문에 준엄하고 솔직한 수사 결과가 나와야 된다. 그리고 청와대는 비서실장이 아니라 대통령이 직접 국민 앞에 나와 사죄를 해야 할 것이다.

 

도덕이 무너져 내리는 우리의 자화상을 그들에게서 보는 것 같아 올 4월은 그래서 씁쓸하다.

2009.04.04 17:30 ⓒ 2009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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