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 없애야 말 된다 (187) 기계적

― ‘기계적으로 흘러가지 않게’, ‘기계적으로 “싫어요”를 반복하는’ 다듬기

등록 2009.04.05 19:01수정 2009.04.05 19:01
0
원고료로 응원

 

ㄱ. 기계적으로 흘러가지 않게

 

.. 이렇게 나는 새롭게 시작되는 하루가 기계적으로 흘러가지 않게 하기 위해, 아침마다 그들을 마음에 담고 나만을 위해 준비된 '아침의 숲'을 만난다 ..  《남효창-나는 매일 숲으로 출근한다》(청림출판,2004) 머리말

 

 "새롭게 시작(始作)되는 하루"는 "새롭게 여는 하루"나 "새롭게 열리는 하루"나 "새롭게 맞이하는 하루"로 다듬고, "하기 위(爲)해"는 "하고자"나 "하려고"로 다듬습니다. "나만을 위(爲)해 준비(準備)된"은 "나한테만 마련된"이나 "나한테만 펼쳐질"로 손질하고, "아침의 숲"은 "아침 숲"으로 손질합니다.

 

 ┌ 기계적(機械的)

 │  (1) 기계를 사용하여 하는

 │   - 기계적 생산 방식 / 기계적 에너지로 사용됩니다

 │     요즘은 제품의 포장이나 운반 등을 기계적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 /

 │  (2) 기계와 관계된

 │   - 기계적 결함 / 기계적인 문제가 있는 경우에는 교환해 드리겠습니다

 │  (3) 정확하고 규칙적인 점이 기계와 비슷한

 │   - 기계적 손놀림 / 아무래도 기계적인 정확성은 기대할 수 없었다

 │  (4) 인간적인 감정이나 창의성이 없이 맹목적ㆍ수동적으로 하는

 │   - 기계적 사고방식 / 암기 위주의 기계적 교육 방식 / 기계적 인간

 ├ 기계(機械)

 │  (1) 동력을 써서 움직이거나 일을 하는 장치

 │   - 기계 제조 / 기계가 돌아가다

 │  (2) 생각, 행동, 생활 방식 따위가 정확하거나 판에 박은 듯한 사람을

 │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   - 그 사람은 사과 깎는 데는 기계야

 │  (3) 자기 뜻이 아닌 남의 뜻에 따라 행동하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   - 요즘 남자들은 돈 벌어 오는 기계로 전락했다.

 │  (4) 소매치기들의 은어. 직접 손을 대어 훔치는 사람이나 그 손을 이르는 말

 │

 ├ 하루가 기계적으로 흘러가지 않게 하기 위해

 │→ 하루가 기계같이(기계처럼) 흘러가지 않게 하려고

 │→ 하루가 똑같이 흘러가지 않게 하려고

 │→ 하루가 그날이 그날인 듯 흘러가지 않게 하려고

 │→ 하루가 대충(대충대충) 흘러가지 않게 하려고

 └ …

 

 우리 스스로 기계를 쓰지 않더라도 우리가 쓰는 거의 모든 물건은 기계가 만들어 냅니다. 우리 삶터 구석구석 수많은 기계가 스며들면서, 우리들은 예전부터 해 오던 일을 '손-' 무엇무엇이라고 가리키게 됩니다. 한자로 '手-'를 붙여서 가리키기도 하고요.

 

 선거를 치른 다음 표를 살펴볼 때 '손개표'라고도 하지만 '수개표'라고도 하는데, 이제는 선거표를 기계가 세기 때문입니다. 우리 일은 모두 '손'으로 해 왔으나 이제는 기계가 거의 모두를 해내고 있어서, 따로 '손일'이나 '수작업'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글씨를 써도 '손'으로 쓰지 다른 무엇으로 쓰지 않건만, 타자기나 셈틀로 척척 찍어내는 글이 넘쳐나는 가운데 '손글씨'가 나옵니다. 손이 아닌 다른 무엇을 써서 하는 빨래가 아니었으니 누구나 빨래라고만 했는데, 이제는 '손빨래'라는 이름이 새로 생깁니다.

 

 ┌ 기계적 생산 방식 → 기계 생산 방식

 ├ 기계적 에너지로 사용됩니다 → 기계힘으로 쓰입니다

 ├ 기계적 결함 → 기계 잘못

 └ 기계적인 문제가 있는 경우에는 → 기계에 말썽이 생긴 때에는

 

 손을 덜 쓰게 되니 우리 삶은 한결 나아졌다고 할 수 있을까요. 손을 덜 쓰게 되면서 우리들은 우리 삶터를 한결 무너뜨리고 있다고 해야 할까요. 두 다리로 뚜벅뚜벅 걷지 않고 자동차로 잽싸게 옮겨다닐 수 있는 가운데, 자동차를 만드느라 또 자동차 다닐 길을 닦느라 또 자동차가 먹는 기름을 캐고 나르고 쓰느라 또 낡은 자동차를 버리느라 우리 땅과 하늘과 물이 나날이 어마어마하게 더러워지고 있는 줄을 느끼지 않습니다. 몸이 느긋해지면서 마음이 비어 버립니다. 몸이 한갓지게 되면서 마음이 제자리를 잃습니다.

 

 ┌ 기계적 손놀림 → 기계 같은 손놀림 / 잽싼 손놀림 / 빈틈없는 손놀림

 ├ 기계적인 정확성 → 기계 같은 꼼꼼함 / 빈틈없는 꼼꼼함

 ├ 기계적 사고방식 → 기계 같은 생각 / 딱딱한 생각 / 뻣뻣한 생각

 ├ 암기 위주의 → 기계적 교육 방식 외우게만 하는 똑같은 교육 틀

 └ 기계적 인간 → 차가운 사람 / 무뚝뚝한 사람

 

 기계를 좋아하고 사랑하고 아끼고 부둥켜안는 우리 삶은 기계와 같은 삶으로 맞춰지지 않을까 걱정스럽습니다. 기계에 따라 움직이고 생각하고 부대끼는 우리 삶은 기계처럼 판박이가 되지 않을까 근심스럽습니다. 모든 물건을 똑같이 척척척 빠르게 많이 만들어 내어 좋은 대목이 틀림없이 있으나, 이런 좋은 대목을 누리려고 우리들이 버려야 할 대목 또한 꼭 있습니다. 게다가 많아요. 가볍게 쓰기 좋은 비닐봉지이지만, 썩지 않고 우리 터전을 더럽히는 비닐봉지입니다. 우리가 손을 놓으면서 잃는 일과 놀이와 사람과 땅 또한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쓸모가 많은 기계라 할지라도, 하나둘셋넷 기계 쓰임새가 넓어지면서, "기계 같은 사람"이 나타나고 "기계 같은 생각"이 엿보이며 "기계 같은 학교교육"마저 이루어집니다. 이러는 동안 저절로 "기계 같은 말", 그러니까 차갑고 딱딱하고 무뚝뚝하고 판에 박은 지루한 말, 따순 가슴이 없는 메마른 말, 너그러운 마음씨가 사라진 거친 말이 마구잡이로 날뜁니다.

 

 

ㄴ. 기계적으로 "싫어요"를 반복하는

 

.. 망누스는 좋은 말로 설득을 하고, 일바는 기계적으로 "싫어요"를 반복하는 설전이 끝나자 마자 일바는 화난 곰 같은 표정으로 휙 나가 버렸다 ..  《이하영-열다섯 살 하영이의 스웨덴 학교 이야기》(양철북,2008) 197쪽

 

 "좋은 말로 설득(說得)을 하고"는 "좋은 말로 달래고"로 손보고, "반복(反復)하는 설전(舌戰)"은 "되풀이되는 말다툼"으로 손봅니다.

 

 ┌ 기계적으로 "싫어요"를 반복하는

 │

 │→ 딱딱하게 "싫어요"를 거듭하는

 │→ 그저 "싫어요"를 되풀이하는

 │→ 똑같은 말투로 "싫어요"를 외는

 │→ 무뚝뚝하게 "싫어요"를 읊는

 └ …

 

 말을 '기계적으로' 하는 모양새는 어떻게 보일까 궁금합니다. '기계적으로' 하는 말은 우리들한테 어떻게 느껴질까 궁금합니다. 말을 '기계적으로' 내뱉는 사람은 어떤 마음이요 느낌일까 궁금합니다.

 

 똑같은 말을 되풀이하는지, 그저 그렁저렁 할 뿐인지, 반가움이나 싱그러움이란 조금도 없이 무뚝뚝하거나 딱딱하거나 차가울는지 궁금합니다. 사람 냄새는 얼마나 나고 사람 느낌은 얼마나 깃들일는지 궁금합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작은자전거 : 인천+부천+수원 자전거 사랑이] http://cafe.naver.com/inbusu

2009.04.05 19:01ⓒ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작은자전거 : 인천+부천+수원 자전거 사랑이] http://cafe.naver.com/inbusu
#-적 #적的 #우리말 #한글 #국어순화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집 정리 중 저금통 발견, 액수에 놀랐습니다 집 정리 중 저금통 발견, 액수에 놀랐습니다
  2. 2 한전 '몰래 전봇대 150개', 드디어 뽑혔다 한전 '몰래 전봇대 150개', 드디어 뽑혔다
  3. 3 저는 경상도 사람들이 참 부럽습니다, 왜냐면 저는 경상도 사람들이 참 부럽습니다, 왜냐면
  4. 4 국무총리도 감히 이름을 못 부르는 윤 정권의 2인자 국무총리도 감히 이름을 못 부르는 윤 정권의 2인자
  5. 5 단풍철 아닌데 붉게 변한 산... 전국서 벌어지는 소름돋는 일 단풍철 아닌데 붉게 변한 산... 전국서 벌어지는 소름돋는 일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