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파트에서 담장 치고 사는 사연

분양과 임대로 나뉜 게 원인... 계층·구역·주차 갈등 불러

등록 2009.04.07 09:24수정 2009.04.07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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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아파트인데도 담장을 쳐 빙 돌아가야 하니 불편해. 아이들도 돌아간단 말이야."


지인의 하소연이었습니다. 있는 담장도 없애는 때에 한 아파트에서 담장을 막고 산다니 기찰 노릇이었지요. 대체 무슨 사연일까 궁금증이 일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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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은 아파트 내 담장으로 인한 불편을 호소했습니다. ⓒ 임현철


담장, 시공사 부도로 분양과 임대로 나뉜 게 원인

어제(6일) 오후, 같은 아파트에서 담장을 치고 사는 해당 아파트를 찾았습니다. 전남 여수시 소호동에 있는 이곳의 원래 이름은 프레지던트. 그런데 2002년 시공사 부도로 1단지 프레지던트(466세대)와 2ㆍ3단지 주은금호 아파트(1400여 세대)로 나뉘게 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당초 분양하려던 아파트는 분양과 임대로 분리되었지요.  

완공 후, 2년은 담이 없어 왕래가 자유로웠습니다. 이때만 해도 2단지 쪽 아이들이 1단지를 거쳐 등ㆍ하교 하는 경우도 제법 많았습니다. 그러나 2004년 담장이 쳐지는 바람에 빙 돌아다녀야 했습니다.

표면적인 이유는 "관리 부담과 등하교 길 교통사고" 등이었습니다. 그러나 속사정은 따로 있었습니다.


오성수 주은금호 관리소장은 "임대와 분양 아파트 차이가 난다며 프레지던트 측에서 먼저 담장을 쳤다"더군요. 그러면서 "왜 담을 칠까 싶었지만 1단지 사람들이 2단지에 주차하는 바람에 주차 공간이 줄어들어 지켜만 보고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계층 갈등 측면으로 파악하고 있었지요.

김진기 프레지던트 관리소장은 "이곳은 분양아파트라 사유재산으로 재산권 문제가 있어 관리상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유승욱 프레지던트 전 자치회장은 "교통사고와 도난사고 외에도 개인 재산이라 옹벽 등 관리문제로 인한 소유지분 등 책임 한계로 인해 부득이하게 700여 만 원을 들여 담장을 쳐야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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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 창구였던 쪽문까지 폐쇄되었습니다. ⓒ 임현철


아파트 내 담장은 계층ㆍ구역ㆍ주차 등 갈등... 사회적 중재 필요

결국 재산상 불이익을 우려해 담장을 치게 된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1ㆍ2단지 사이에 작은 쪽문을 만들어 왕래를 하였습니다. 그러다 열쇠로 잠그기 시작했고, 결국 문을 폐쇄했다 합니다.

현재 프레지던트 쪽에서 은근히 트기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 예로 문을 잠그지 않은 상태입니다. 그러나 주은금호 측에서는 거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양쪽은 "주민 동의가 있을 경우, 아파트 벽 허물기에 동참하겠다"고 합니다.

양쪽 일부 주민은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없는 사람, 있는 사람 나누느냐"며 "아이들이 서로 소통하면 좋은데 왜 굳이 펜스를 치고 사는지 모르겠다"는 입장입니다. 아이들은 "친구 집에 놀러가면서 급한 마음에 철조망을 넘다가 다치기도 한다"고 합니다.

서울 등 몇몇 지역에서 임대와 분양 아파트 사이에 내재된 차별로 인해 담을 쳐 초등학생들이 바로 코앞에 있는 학교를 위험한 길로 멀리 돌아가는 사례가 있었다지요?

이곳도 유사한 사례입니다. 좀 늦은 감도 있고 쉽지 않겠지만 서로 조금씩 양보하면 풀기 어려운 과제는 아닐 듯합니다. 그래도 대화 등 중재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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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철조망 사이를 끼어다니다 다치기도 한다 합니다. ⓒ 임현철

덧붙이는 글 | 다음과 U포터에도 송고합니다.


덧붙이는 글 다음과 U포터에도 송고합니다.
#담장 #계층 갈등 #분양 #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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