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의 해변야자수 나무와 방갈로
이희동
얼마나 망중한을 보냈을까. 부스스 눈을 뜨니 눈앞에 리조트 직원으로 보이는 베트남인이 열심히 해변을 정리하고 있었다. 순간 느끼는 이 당혹감과 죄책감. 대부분의 외국인들은 이들에게 전혀 괘의치 않고 나처럼 반라의 복장으로 휴양을 즐기고 있었지만, 막상 땀을 뻘뻘 흘리며 일하고 있는 베트남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나는 괜스레 좌불안석이었다.
과연 내가 열심히 노동하는 저들 앞에서 이렇게 편안하게 쉬워도 되는 것인지. 한국군의 베트남전 참전이라는 케케묵은 과거는 차치하고서라도 나의 모국이 그들의 모국보다 조금 더 잘 산다는 이유만으로 내가 가진 돈으로 그들의 노동을 사는 것이 과연 합당한 일인지. 나처럼 늘어지게 누워있는 외국인들을 보면서 그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어쩌면 이는 그와 같은 상황을 벗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국가의 국민으로서, 제국주의적 침략보다는 수탈이 낯익은 내가 할 수 있는 당연한 생각인지도 모른다. 아무리 돈이 좋은 자본주의라지만 리조트가 해변에 선을 그어놓고 내 땅이라고 우긴 뒤, 그 곳에 외국인들만 버글버글 하다면 그 모습을 어찌 곱게 볼 수 있겠는가.
개인적으로는 공식적으로 사회주의를 내걸고 있는 베트남 국가가 국민들에게 이와 같은 현상을 도대체 어떻게 설명하고 있는 지도 궁금했다. 완벽한 자본주의 논리 앞에서 그들은 무엇으로 그들의 사회주의를 외치고 있을까? 여타 사회주의 국가가 그렇듯이 일당독재만을 외치며 정치적 자유를 억압함으로써 사회주의를 주장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어쨌든 아름다운 나짱 해변에서 마냥 마음 편히 쉬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보트트립다음날 우리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그 유명하다는 나짱의 보트트립을 하기 위해 부산을 떨었다. 그 전날과 마찬가지로 하루를 통틀어 쉴까도 했지만 여기까지 와서 마냥 리조트에만 있기도 아깝지 않은가. 때문에 우리는 전날 밤 호치민과 마찬가지로 지역 여행사를 돌아다니며 보트트립을 예약했었다.
우리를 픽업하기 위해 온 봉고차에 몸을 실으니 그곳에는 젊은 외국인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었고 벌써부터 차 안은 젊음의 에너지로 후끈 달아올라 있었다. 하긴 휴양을 하기 위해 온 나이든 유럽인이 대부분인 리조트와 어찌 비교할 수 있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