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막한 봉하마을... 측근들 "안타깝다, 묻지말라" 당혹

[현장] 가림막에 둘러싸인 노무현 전 대통령 사저 주변 표정

등록 2009.04.08 09:19수정 2009.04.08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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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박연차 리스트'와 관련해 노무현 전 대통령이 7일 사과한 가운데 봉하마을은 침통한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사진은 봉하마을 주차장 주변에 내걸려 있는 펼침막의 모습.

'박연차 리스트'와 관련해 노무현 전 대통령이 7일 사과한 가운데 봉하마을은 침통한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사진은 봉하마을 주차장 주변에 내걸려 있는 펼침막의 모습. ⓒ 윤성효


침통한 분위기 속에 적막감까지 감돈다. 대신 홈페이지에는 위로글이 줄을 잇고 있다.

'박연차 리스트'와 관련해 7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과 소식이 전해지자 경남 김해 봉하마을은 침통한 분위기에 빠졌다. 마을 주민들은 말을 아끼거나 바깥 출입을 자제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의 사저 주변에는 적막감이 감돌고 있으며, 경비대원들만 주변을 지키고 있다. 마을에 있는 테마식당도 이날 7일에는 일찍 문을 닫았다. 하지만 김해노사모가 내건 펼침막이 여전히 펄럭이고 있었고 관광객 1000여 명이 이곳을 다녀가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 사저 앞에는 가림막이 설치되어 있다. 김해시가 사저 앞에 있던 생가를 허물고 다시 짓고 있는데, 먼지 등이 날려 차단하려고 설치한 것. 하지만 이 가림막은 최근 '박연차 리스트'가 터지면서 묘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김경수 비서관은 "사저에 큰 나무도 없고 가릴 게 없어 바깥에 쉽게 노출되는 측면이 있었지만, 이번 가림막은 순전히 생가 공사와 관련해서 설치한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인사들도 말을 아끼고 있다. 경남의 한 민주당 인사는 "말을 못 하겠다"면서 "그래도 지금까지 측근들이 연루되어도 노 전 대통령은 관련이 없는 것으로 자부해 왔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에 근무했던 한 인사는 "이번만은 묻지 않았으면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한 인사는 "노 전 대통령의 사과 내용을 보면 아직 밝혀야 할 부분이 많지만, 친구(정상문)가 검찰에 잡혀 가니까 친구가 다쳐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밝힌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런 부분 또한 노 전 대통령답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a  노무현 전 대통령 사저 앞에 설치된 가림막으로, 최근 김해시가 생가 복원 공사에 들어가면서 설치한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사저 앞에 설치된 가림막으로, 최근 김해시가 생가 복원 공사에 들어가면서 설치한 것이다. ⓒ 윤성효


노 전 대통령이 사과의 글을 올린 홈페이지(사람사는세상)는 뜨겁다. 노 전 대통령은 7일 오후 3시 28분경 홈페이지 '회원추천글'란에 글을 올렸는데, 곧바로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노 전 대통령의 글에는 8일 오전까지 6만여 명이 조회하고, 댓글은 무려 800여 개가 달렸다. 또 홈페이지 '회원추천글'란에는 회원들이 쓴 글이 수십 개 올라와 있다. 상당수 회원들은 노 전 대통령을 위로하고 있다.

한 회원은 "노무현 정권의 성과가 너무 과소평가되었다는 것에는 요즘 들어 동의를 하고 있는 바이지만, 가장 큰 장점으로 내세웠던 도덕성에 타격을 입는 모습을 보니 좀 안타깝군요"라고 밝혔다. 한 회원은 "돈 빌리면 사과 하고 조사 받아야 합니까?"라 하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이 부인(권양숙)의 빚 때문에 돈을 받아 사용했다고 하자 회원들은 모금운동을 벌일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한 회원은 "용기에 감사드리며, 빚 청산과 환경운동에 필요한 돈을 모금한다면 동참하고 싶다"고, 다른 회원은 "내일 이곳으로 돼지 저금통을 보내려고 한다"고 밝혔다.
#노무현 #봉하마을 #사람사는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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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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