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철 대법관의 촛불 재판 개입과 관련해 8일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첫 회의를 개최한 것에 대해, 법관 재직 시 사법부에 쓴소리를 내왔던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출신 문흥수 변호사(사법시험 21회)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특히 문 변호사는 오는 20일 열릴 예정인 전국 법관회의에 대해서도 "그냥 통과 의례 식이다. 법원의 구조적인 문제를 고치려는 사법개혁을 위한 회의가 아니다"라며 다시 말해 '전시용'에 불과하다는 평을 내놓았다.
문 변호사는 8일 CBS 라디오 <변상욱의 시사자키>와 가진 전화인터뷰에서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 회의와 전국 법관회의에 대해 이같이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윤리위원회는 법관의 비위 사건 관련해 대법원장이 부의했을 때 조사하고 의견을 내도록 돼 있다. 그 의견은 징계를 해야 되느냐 말아야 되느냐인데, 대법원장에게 제시하는 의견은 단지 의견일 뿐"이라고 말했다.
사회자가 "신 대법관 사건이 징계위원회로 안 가고 윤리위에 가서 또 의견을 내는 것은 이상해 보인다"고 지적하자, 문 변호사는 "분명한 것은 재판 관련해 법원장이 휴대전화로 이렇게 저렇게 지시하고 비밀이메일로 지시한 그야말로 법관의 재판에 대해 법원장이 간섭한, 법관의 독립을 침해한 분명한 사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 사건은 굉장히 국기를 흔드는 사건"이라며 "그만큼 충격이 큰 사건이기 때문에 대법원장이 신중의 신중을 거듭한다는 차원에서 (윤리위원회에 부의한 것으로 보이는데) 법원행정처 진상조사단 결론 이상의 것이 있겠느냐"고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아울러 "공직자윤리위원회는 법원행정처 진상조사단보다 권위나 권한에 있어 떨어지는 곳"이라며 "이미 진상조사단 결론(재판 관여)이 나왔는데도 불구하고 윤리위에 회부한 것은 '시간 끌기'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문 변호사는 "(신 대법관의 행위는) 분명한 재판 간섭"이라며 "지금 중학생 정도만 돼도 '야, 우리나라 법원이 법원장 지시를 받는 법원이구나. 재판을 그런 식으로 하는구나'라며 온 국민이 알게 됐다"고 법관 출신으로서 안타까움도 표시했다.
그러면서 "이는 굉장한 사법권 독립의 훼손이다. 국민이 법원을 믿을 수 없게 됐다"고 쓴소리를 냈다. 그는 "이런 사안이 분명한데 대법원장은 어떻게 하면 이 문제를 파장이 적게 정리할 할 것인가 그런 차원에서 (윤리위원회에 부의한 것 같다) 자꾸... 한마디로 말하면 대법원장도 이 사건의 연출자 내지는 감독 책임이 있다"고 이용훈 대법원장을 겨냥했다.
특히 문 변호사는 "(법관징계위원회가 아닌 윤리위원회에 부의해 논의하게 한 것은) 국민들을 우롱하고 필요 없는 절차를 반복해서 국가 예산을 낭비하는 한마디로 물타기에 능수능란한 모습"이라고 이 대법원장에 직격탄을 날렸다.
"중요한 것은 헌법의 가장 중요한 틀이 훼손됐다는 것"
사회자가 "이 정도면 대법관이 옷을 벗어야 되지 않느냐"고 묻자, 그는 "이것은 국기를 흔든 문란시킨 사안으로 대법관이 물러나느냐는 중요하지 않다"며 "중요한 것은 삼권분립·권력분립, 헌법의 가장 중요한 틀이 훼손됐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금 국민들이 우리나라 법원의 재판을 믿을 수 있게 됐다. 이거 심각한 문제다. 이것을 어떻게 바로잡을 것인가. 국민이 재판을 못 믿는다는 것은 법을 못 믿는다는 것"이라며 "국민들이 법이나 법원을 믿지 못하면 무엇을 믿어야 되느냐. 돈이나 힘을 믿는다면 그야말로 고대사회 중세사회로 돌아가자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사퇴로 끝날게 아니라 처벌도 해야 되지 않느냐"라는 질문에, 문 변호사는 "처벌이 중요한 게 아니다"며 현재 사법부의 법관인사 시스템을 꼬집었다.
그는 "우리 사법부가 사법행정권이 비대해지면서 이를테면 법관인사를 주관적이고 자의적이고 밀행 비밀리에 근무평가 법원장이 평정을 해서 법관들의 생사여탈을 결정하는 그야말로 이루 말할 수 없는 비독립적인 사법시스템"이라며 "이런 시스템 때문에 일어난 것이어서 신 대법관이 물러난다고 해서 또 이런 일이 안 일어나겠느냐"고 법관인사 시스템을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국민들이 이 사건의 원인과 의미를 다 알고 있다"며 "신 대법관은 직권남용죄는 분명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문 변호사는 오는 20일 열릴 예정인 전국법관회의에 대해서도 "워낙 법관들이 점잖고 자기들의 신상에 관한 문제이어서 활발한 토론이 되기 어렵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근본적으로 사법행정권을 쥐고 있는 대법원장 본인의 문제 그리고 또 대법원장을 보좌하는 법원행정처가 나서서 법관회의를 하는데, 2003년 사법파동 때도 똑같은 일이 있었다"며 "그때 참석했었는데 어떻게 보면 그냥 한 번 '통과 의례' 식으로 정리를 해 본다 뭐 이런 식이다"라고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문 변호사는 한발 더 나아가 "(전국 법관회의가) 근본적으로 국민들이 불신하는, 못 믿게 된 법원의 구조적인 문제를 고치려는 회의는 아니라고 본다"며 "법관들을 통해 듣는 바로는 근본적으로 개혁을 위해서, 개선을 위해서 하는 회의는 아니라고 본다"고 형식적인 '전시용' 법관회의에 그칠 것임을 예상했다.
한편, 문 변호사는 지난달 10일 서울변호사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수렁에 빠진 사법부, 어디로 가야하나'라는 주제로 열린 긴급토론에서 이용훈 대법원장에 대해 "조선시대 포도대장"이라고 독설을 퍼붓고, 나아가 '대법원장의 사퇴만이 해법'이라고 직격탄을 날렸었다.
2009.04.09 11:54 | ⓒ 2009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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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장판사 출신 문흥수, 전국 법관회의는 "통과 의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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