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 없애야 말 된다 (189) 충동적

― ‘충동적으로 데려오곤’, ‘충동적으로 ‘땡땡이’를 쳐 버렸다’ 다듬기

등록 2009.04.09 16:39수정 2009.04.09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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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충동적으로 데려오곤

 

.. 새끼고양이를 보고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충동적으로 새끼고양이를 데려오곤 하는 것이다 ..  《권윤주-to Cats》(바다출판사,2005) 18쪽

 

 "없을 것이다"는 "없으리라"나 "없다고 생각한다"로 손보고, "데려오곤 하는 것이다"는 "데려오곤 한다"로 손봅니다.

 

 ┌ 충동적(衝動的)

 │  (1) 마음속에서 어떤 욕구 같은 것이 갑작스럽게 일어나는

 │   - 충동적 감정 / 충동적인 행동 / 충동적으로 말하다 /

 │     무모하고 위험한 짓에 충동적으로 휩쓸릴 사람

 │  (2) 마음을 흔들어 놓아 어떤 일을 하고 싶도록 만드는

 │   - 충동적 음성 / 충동적인 몸짓

 ├ 충동(衝動)

 │  (1) 순간적으로 어떤 행동을 하고 싶은 욕구를 느끼게 하는 마음속의 자극

 │   - 충동에 이끌리다 / 충동을 억제하다 / 뛰어들고 싶은 충동이 든다

 │  (2) 어떤 일을 하도록 남을 부추기거나 심하게 마음을 흔들어 놓음

 │   - 그의 충동으로 나는 내키지 않는 일을 억지로 하고 말았다

 │

 ├ 충동적으로

 │→ 덜컥

 │→ 불현듯

 │→ 자기도 모르게

 │→ 저절로

 └ …

 

 갑작스럽게 일어나는 느낌이라면 '갑작스러움'입니다. '문득' 드는 느낌, '퍼뜩' 스치는 생각, '난데없이' 튀어나오는 말, '불현듯' 터져나오는 이야기입니다. '깜짝 놀라도록' 보여주는 모습입니다.

 

 ┌ 충동적인 행동 → 갑작스런 몸짓

 ├ 충동적으로 말하다 → 난데없이 말하다

 ├ 충동적 음성 → 마음을 흔드는 목소리

 └ 충동적인 몸짓 → 마음을 사로잡는 몸짓

 

 이와 같은 모습은 으레 '뜻하지 않은' 모습이곤 합니다. '생각하지 못한' 매무새이기도 합니다. '꿈에도 몰랐던' 일입니다. '저도 모르게' 보여주는 일이기도 합니다. 내 마음이 흔들려 그때그때 보여지는 모습이요, 내 마음과 마찬가지로 네 마음을 흔들게 하는 모습입니다.

 

 

ㄴ. 충동적으로 '땡땡이'를 쳐 버렸다

 

.. 원래는 스웨덴어 수업을 들어야 했지만 충동적으로 '땡땡이'를 쳐 버렸다 ..  《이하영-열다섯 살 하영이의 스웨덴 학교 이야기》(양철북,2008) 161쪽

 

 '원래(元來)는'은 "이때에는"이나 "이무렵에는"으로 다듬어 봅니다. '스웨덴어(-語)'는 '스웨덴말'로 손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 충동적으로 '땡땡이'를 쳐 버렸다

 │

 │→ 그냥

 │→ 불쑥

 │→ 확

 │→ 에라 모르겠다 하고

 │→ 심심풀이로

 └ …

 

 한자말 '충동'이 자기 느낌을 살려 준다고 본다면, "충동이 이끄는 대로 땡땡이를 쳐 버렸다"로 손질해 줍니다. "충동에 따라 땡땡이를 쳐 버렸다"라 해도 됩니다. 그런데 '충동'이란 갑자기 무엇인가를 하고픈 마음을 나타내니, 우리 말 '갑자기'나 '갑작스레' 같은 낱말을 적어 보아도 우리 느낌을 살포시 담아낼 수 있습니다.

 

 ┌ 워낙은 스웨덴말을 배우는 때였지만 나도 모르게 땡땡이를 쳐 버렸다

 ├ 이때는 스웨덴말을 배워야 했지만 불쑥 땡땡이를 쳐 버렸다

 ├ 이제는 스웨덴말 수업을 들어야 했지만 그냥 땡땡이를 쳐 버렸다

 └ …

 

 우리 말이란 우리 느낌을 담아내는 말입니다. 우리 삶을 드러내고 우리 생각이 실리며 우리 얼과 넋이 스미는 말입니다. 예부터 수많은 사람들 마음자리를 함께한 말입니다. '그냥'이든 '불쑥'이든 '확'이든, '갑작스레'든 '저절로'든 '덜컥'이든, 조금씩 다른 맛과 멋을 보여주는 우리 말입니다.

 

 다만, 세상이 바뀌고 사람이 달라지면서 이와 같은 우리 말은 더는 제값을 못한다고 여기지 않느냐 싶습니다. 이런저런 토박이말로는 느낌이 옅거나 맛이 밍밍하여 그리 쓸 만하지 않다고 생각하지 않느냐 싶어요.

 

 여느 사람들은 예부터 물려받은 우리 말로 당신들 생각과 느낌을 차곡차곡 담아내어 왔으나, 지식을 다루는 사람들은 우리 말이 아닌 바깥말, 그러니까 중국말로 당신들 생각과 느낌을 하루이틀 담다가 일본말로 당신들 생각과 느낌을 담았고, 그 뒤로는 미국말을 비롯한 서양말에 당신들 생각과 느낌을 담습니다. 이러는 동안 여느 사람들 말매무새와 지식을 다루는 말매무새는 벌어지게 되면서, 같은 한국말이면서도 두 갈래 세 갈래로 쩍쩍 쪼개어집니다. 그런데 학교 문턱을 밟지 못했어도 어버이와 이웃한테 말을 물려받던 사람들까지 제도권 보통 교육을 받게 되는 가운데, 또 집집마다 텔레비전이 놓이면서 물끄러미 바라보게 되는 동안, 여느 사람들 말씨는 지식을 다루는 사람들 말씨에 물들고 길들고 익숙하게 됩니다. 우리들이 배우는 교과서며 우리가 보는 텔레비전이며 우리가 읽는 신문이며, 모두모두 지식을 다루는 사람이 만들어서 펼치기 때문입니다. 밑자리에서 조용히 일하며 살아가는 사람들 말씨와 글투는 교과서며 텔레비전이며 신문이며, 또 인터넷이며 깃들거나 자리잡지 못해요.

 

 "난 그렇게 생각한다우." 하고 읊던 밑자리 사람들 말씨는 "개인적 견해는 아래와 같습니다." 하고 외는 지식자리 사람들 말씨에 밀려납니다. "고마워." 하고 나누던 밑자리 사람들 말투는 "감사합니다."에 이어 "땡큐."에 잡아먹힙니다. "우리 아버지"는 벌써 "나의 아버지"한테 짓밟혔고, 어머니도 누나도 누이도 아가씨도 아줌마도 할머니도 어린 딸아이도 모두모두 '그녀'가 되어 버렸습니다.

 

 하루아침이 아닌 기나긴 날에 걸쳐서 바깥말에 밀려나고 짓밟히고 잡아먹히는 우리 말입니다. 어느 한두 사람이 아닌 거의 모든 사람 손과 입에 쫓겨나고 팽개쳐지고 푸대접받는 우리 글입니다. 오늘날 우리한테 우리 말다운 우리 말이 남아 있다고 할 수 있는지, 우리 글다운 우리 글을 쓰고 있다고 할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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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09 16:39ⓒ 2009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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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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