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님들아, 제발 들이대지 좀 말아주세요

[대한민국에서 '여성운전자'로 산다는 것 ②] 끼어드는 운전자는 '공공의 적'

등록 2009.04.13 08:45수정 2009.04.13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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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등록대수가 지난해 말 기준으로 1600만 대를 넘었습니다.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2007년 대비 37만여 대가 증가한 것으로 올 하반기가 되면 1700만 대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네요. 


우리나라 여성운전자수도 어느새 1천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이는 전체 운전자의 40%에 해당하는 수치입니다. 택시는 물론 요즘은 버스 운전자 중에서도 여성운전자들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여자들 특유의 섬세함 때문에 사고가 적어 버스나 택시기사들의 경우 오히려 운수회사에서 여성들을 더 선호하고 있다고도 합니다. 그러나 운전을 하다보면 아직도 여성운전자라는 이유로 남성들에게 무시당하거나 "집에서 밥하고 빨래나 하지 왜 나와서 차 막히게 하느냐"는 등의 소리를 듣게 됩니다.

길 막힐 때마다 남자들 눈치 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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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여성운전자수도 어느새 1천만 명을 넘어섰다. 이는 전체 운전자의 40%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 한현자


저는 면허를 딴 지 10년이 넘었지만 운전을 하지 않아 소위 '장롱면허'였습니다. 그러나 3년 전부터 밤늦게까지 학원에 다니는 고등학생 딸 때문에 운전을 하게 됐습니다.

그러나 운전은 하면 할수록 자신감이 는다는데, 개인적인 울렁증과 소심함 때문인지 운전대를 잡을 때마다 여간 조심스럽지 않습니다. 솔직히 남자들에 비해 여자들이 운전 감각이나 순발력이 떨어지는 것은 인정하지만, 남자들은 자신들의 운전실력(?)에 대한 지나친 자신감으로 과속이나 신호위반, 추월, 끼어들기 등 얌체운전을 많이 하잖아요. 물론 여성운전자 중에서도 남자 못지않은 얌체운전자들도 있지만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어쨌든 저는 차를 가지고 나갔을 때 길이 많이 막히면 눈치를 보게 됩니다. 요즘처럼 날씨가 무더울 때면 창문을 열고 신호대기 하면서 무심결에 옆 차 운전자와 간혹 눈이 마주치는데, 그럴 때마다 "여자들이 집에서 밥하고 빨래나 하지 왜 나돌아 다녀 이렇게 길이 더 막히게 하나, 에이 짜증나~"하고 말하는 듯합니다.

그러나 여자들, 특히 주부 운전자들은 콩나물 값 100원도 깎는 아줌마들이라 기름 값이 아까워 웬만해선 차를 가지고 나가지 않습니다. 주부들이 차를 가지고 나갈 때는 그만큼 바쁜 일이 있다고 봐야 합니다.

김흥국도 아닌 데 왜 이리 들이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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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운전자들에게 일명 '미꾸라지 운전자'는 공공의 적이다. ⓒ 한현자


제가 차를 운전하면서 가장 어려움을 느끼는 것은 무분별한 '끼어들기'입니다. 여성운전자들은 선천적으로 겁도 많고 사고를 내지 않기 위해 안전거리를 어느 정도 확보하며 운전을 합니다. 그런데 앞차와 조금만 틈이 보이면 끼어들기 하는 사람들 때문에 짜증날 때가 많습니다. 미꾸라지처럼 요리 조리 끼어들기와 빠져나가기를 반복하는 운전자를 보면 인생도 그렇게 살겠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여성운전자들에게 일명 '미꾸라지 운전자'는 공공의 적입니다.

어느 날은 송파에 사는 친구를 만나러 가기 위해 차를 몰고 가는데, 승용차 한 대가 계속 차선을 바꾸어 가며 요리 조리 위험천만하게 운전을 합니다. 여자들은 운전할 때 조심조심 운전을 해서 안전거리를 어느 정도 두고 가는데, 이 운전자는 조금만 틈이 생기면 '깜빡이' 신호도 넣지 않고 들어옵니다.

김흥국도 아닌데, 왜 이리 차를 들이대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요리 조리 피해가며 운전을 했지만 결국 신호등에 멈추어 서니 차이도 없었습니다. 집에 꿀단지를 숨겨 놓았는지 왜 이리 급한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이 미꾸라지 운전자가 차선을 이리 저리 바꾸고 끼어들기 하는 바람에 동시간대 같이 운전을 하던 사람들은 움찔 움찔 하며 브레이크도 밟고, 사고 우려로 가슴을 조였을 것입니다.

버스나 지하철을 탈 때도 끼어들기(새치기) 하고, 직장에서 승진도 빨리하기 위해 끼어들기(상사에게 잘 보이기 등) 하고, 남보다 돈도 많이 벌기 위해 무리한 끼어들기(탈세 등 부정한 방법)하면서 살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빨리빨리'가 몸에 밴 이런 운전자를 만나면 짜증도 나지만 겁이 납니다. 혹시 접촉사고라도 나면 시간 버리고, 서로 잘했다고 말씨름을 벌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미꾸라지 운전자들에게 한마디 하고 싶습니다.

"미꾸라지 운전자님! 저승도 끼어들기 하실 건가요?"

5분 빨리 가려다 50년 먼저 가시지 말고 여유를 가지고 양보운전 한다면 교통체증도 줄어들고 운전하면서 받는 스트레스도 줄어들 것입니다.
#여성운전자 #미꾸라지 #끼어들기 #자동차사고 #교통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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