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돈' 600만 달러의 정중앙에 선 노 전 대통령의 장남

[분석] 검찰 소환조사 받고 있는 노건호씨에게 쏟아지는 의혹들

등록 2009.04.12 13:00수정 2009.04.13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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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12일 노무현 전 대통령 아들 건호씨를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해 조사 중이다. 검찰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과 노 전 대통령 일가 사이의 돈거래 의혹 등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12일 노무현 전 대통령 아들 건호씨를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해 조사 중이다. 검찰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과 노 전 대통령 일가 사이의 돈거래 의혹 등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 이경태/이종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12일 노무현 전 대통령 아들 건호씨를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해 조사 중이다. 검찰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과 노 전 대통령 일가 사이의 돈거래 의혹 등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 이경태/이종호

'박연차 게이트'와 관련해, 검찰이 쫓고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 일가의 돈 거래 규모는 모두 145억 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노 전 대통령의 후원자인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구속)이 (주)봉화 설립에 투자한 70억 원을 뺀다면, 노 전 대통령측과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 사이에서 이루어진 돈거래 규모는 75억 원 정도다.

 

'75억 원'은 노 전 대통령이 퇴임 직후 박 회장에게 빌린 15억 원,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 연철호씨가 '투자금' 명목으로 받았다고 주장하는 500만 달러(50억 원), 재임기간 중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통해 부인 권양숙씨에게 전달된 100만 달러(10억 원) 등을 합친 금액이다.  

 

여기서 차용증이 존재하는 15억 원은 검찰 조사 결과 '문제가 없는 돈'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나머지 500만 달러와 100만 달러는 돈의 성격과 전달 경위 등의 측면에서 '수상한 돈'으로 의심받고 있다. 이 '수상한 돈' 500만 달러와 100만 달러 사이에 노 전 대통령의 장남 노건호(37)씨가 서 있다.

 

박 회장의 정관계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대검 중앙수사부가 연철호씨는 물론이고, LG전자의 미국 법인에 근무 중인 노씨를 12일 전격 소환한 것도 이 '600만 달러'의 실체를 규명하기 위한 조치다. 

 

[의혹①] 왜 노씨는 유학 중에 베트남에 갔을까?

 

노씨는 2006년 근무하던 LG전자를 휴직하고 미국 유학을 떠났다. 노씨는 스탠포드대 경영대학원(MBA)에 재학 중이던 2007년 12월과 2008년 1월에 박연차 회장을 베트남에서 만났다. 노씨는 박 회장의 해외사업 성공 모델을 견학하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2008년 1월에는 조카사위 연씨와 함께 박 회장을 만난 점은 석연치 않다.

 

당시 연씨는 박 회장을 만나 500만 달러 투자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점에서 노씨가 500만 달러를 송금받은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규명되어야 한다. 검찰은 500만 달러 거래에 노씨가 적극 개입했다고 보고 있다. 

 

[의혹②] 2007년 말∼2008년 초 일시 귀국한 이유는?

 

노씨는 2007년 12월 갑자기 귀국했다가 2008년 1월 다시 미국으로 출국했다. 노씨가 일시 귀국한 시기는 베트남에서 두 차례에 걸친 박 회장과의 만남이 이루어진 시기와 겹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특히 노씨는 귀국해 있는 동안 연씨와 함께 박 회장을 만났다.

 

노씨와 연씨가 함께 베트남과 한국에서 박 회장을 여러 차례 만난 이유는 '500만 달러 거래'와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문제의 500만 달러는 노 전 대통령이 퇴임하기 직전인 2008년 2월 22일 연씨의 계좌에 송금된 것으로 확인됐다. 

 

[의혹③] 연철호씨의 창업투자회사의 대주주인가?

 

사촌매제 사이인 노씨와 연씨는 1973년생 동갑내기다. 두 사람은 한때 공동 창업을 꿈꿀 정도로 가까웠다고 한다. 부인(노건평씨 맏딸)과 함께 웹사이트 개발사업을 하던 연씨는 갑자기 2008년 1월과 4월 각각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와 한국에 '타나도 인베스트먼트'와 '엘리쉬 인베스트먼트'를 설립했다.

 

그런데 연씨가 설립한 '타나도 인베스트먼트'의 대주주가 노씨라는 의혹이 불거진 상태다. 대검 중앙수사부가 박 회장의 태광실업 본사 등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노씨를 타나도 인베스트먼트의 대주주로 적시한 문건을 입수했다는 것. 이는 사촌매형인 연씨는 500만 달러의 관리인일 뿐이고, 노씨가 실제 주인이라는 의혹으로 증폭되고 있다.

 

이것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500만 달러는 노 전 대통령을 거쳐 노씨에게 들어갔을 가능성이 높다. 박 회장도 검찰조사에서 "노 전 대통령이 요청해 500만 달러를 연씨에게 보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 측은 "우리와 전혀 무관한 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의혹④] 청와대에서 건넨 100만 달러의 일부가 노씨에게 흘러갔나?

 

노씨는 2006년 미국 유학을 떠났다가 2008년 10월 LG전자에 복귀했다. 약 2년간 미국 유학생활을 한 셈이다. 대학 기숙사에서 생활하던 노씨는 지난해 4월 실리콘밸리의 한 고급주택가로 거처를 옮겼다.

 

노씨가 이 주택을 월세 3600달러(360만 원)에 임대했고, 두 대의 고급 승용차를 굴렸다고 알려지면서 '호화유학생활'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1년간 학비와 생활비 등을 합쳐 1억 원 이상이 들어가는 유학비용이 '100만 달러'에서 나왔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박 회장이 현금 10억 원을 미화 100만 달러로 환전해 정상문 전 비서관을 통해 청와대에 전달한 시기는 2007년 6월이었다. 그런데 100만 달러가 전달된 직후에 노 전 대통령 부부는 국제올림픽위원회의 과테말라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출국했다가 미국 시애틀에서 동포간담회를 열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이 노씨를 만나 유학비용 등의 명목으로 100만 달러의 일부를 건넸다는 의혹이다. 

 

노 전 대통령 측이 출국하기 며칠 전 급하게 미화로 환전해 달라고 요청한 점은 물론이고, 노씨가 부친의 시애틀 방문을 전후해 동창생이 세운 벤처회사에 10만 달러(1억 원)를 투자한 점도 이러한 의혹을 뒷받침하고 있다.

 

박연차-노건호-연철호 커넥션 일지

▲2006년 노건호씨, LG전자 휴직하고 미국 스탠포드대 MBA 유학

▲6월 박연차 회장,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통해 대통령 부인 권양숙씨에 100만 달러 전달

▲6월 30일 노무현 대통령 부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과테말라 총회 참석차 출국

▲7월 노무현 대통령, 미국 시애틀에서 동포 간담회 개최

▲2007년 8월 박연차-강금원(창신섬유 회장)-정상문 3자 회동. 박연차 회장이 "홍콩계좌에 50억원이 있으니 찾아서 대통령 재단에 보태라"고 제안함.

▲12월 노건호씨, 스탠포드대 MBA 동문들과 함께 박연차 회장의 태광실업 베트남법인 방문

▲12월 노건호씨, 일시 귀국

▲12월 정상문 전 비서관, 박연차 회장에 투자 권유

▲2008년 1월 노건호·연철호씨, 베트남·한국에서 박연차 회장과 만남

▲1월 노건호씨, 미국으로 출국

▲1월 연철호씨,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에 '타나도 인베스트먼트'(창업투자회사) 설립

▲1월 연철호씨, 정상문 전 비서관에 "박 회장에게 투자를 받고 싶다, 도와 달라"고 요청

▲2월 22일 박연차 회장, 연철호씨 홍콩계좌에 500만 달러 송금

▲2월 25일 노무현 대통령 퇴임

▲4월 노건호씨, 학교 기숙사에서 실리콘밸리 고급주택가로 거처 옮김

▲4월 연철호씨, 엘리쉬 인베스트먼트(경영컨설팅회사) 설립

▲10월 노건호씨, 미국 유학 마치고 LG전자 복귀

▲2009년 1월 LG전자 미국 샌디에이고법인 모바일커뮤니케이션존부에 근무

▲4월 10일 연철호씨, 경기도 분당 자택에서 전격 체포(외환관리법 위반 혐의)

▲4월 12일 검찰, 노건호씨 소환조사 / 연철호씨 석방

#박연차 리스트 파문 #노건호 #연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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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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