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면장에 웃음꽃이 피었지요.
임현철
나무꾼 되어 선녀의 옷을 내주고픈 심정"여보, 등 대소."아내의 몸에 비누칠을 했지요. 아이 둘 낳은 여인의 펑퍼짐한 엉덩이. 불어만 가는 뱃살. 처진 가슴. 살이 오른 허벅지. 탱탱하던 아내의 몸에도 어느 새 세월이 앉았더군요.
나이가 켜켜이 쌓여가는 아내의 몸을 보니 '나무꾼과 선녀' 생각이 나더군요. "아이 셋 낳을 때까지 날개옷을 보여주지 마라"는 말을 잊고, 옷을 내 준 나무꾼처럼 행동하고 싶더군요.
하여, 아내가 훨훨 날 수 있게 옷이라도 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랑과 현실의 차이겠지요. 못난 신랑 만나 고생하는 아내가 측은하게 여겨지더군요. 남편들의 비애 아니겠어요? 그로 인해 정성껏 비누칠을 하였지요.
"여보, 고마워요."목욕을 마친 후, 아내의 표현이었습니다. 정성에 대한 보답(?)이었지요. 하지만 당치 않았습니다. 결혼 12년간 묵묵히 살아온 아내의 수고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기 때문이지요. 아내에게 미안하기 짝이 없더군요.
이날 저는 젊은 날의 열정적인 사랑이 아닐지라도, 결혼생활 12년 된 부부의 잔잔한 사랑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게 작은 행복이겠지요?
덧붙이는 글 | 다음과 U포터에도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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