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전 대통령의 '결백 주장'을 둘러싼 두 가지 시각

600만 달러 모두 '노무현 돈' 판단... 검찰 vs 노무현 대결 불가피

등록 2009.04.13 21:37수정 2009.04.14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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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 노건호씨가 지난 12일 오전 서초동 대검찰청에 소환되어 조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박연차 게이트'를 수사 중인 10층과 11층 중수부 사무실에서 직원들이 분주히 오가며 업무를 보는 가운데 11층 사무실은 외부에 노출이 되지 않도록 블라인드로 가려져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 노건호씨가 지난 12일 오전 서초동 대검찰청에 소환되어 조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박연차 게이트'를 수사 중인 10층과 11층 중수부 사무실에서 직원들이 분주히 오가며 업무를 보는 가운데 11층 사무실은 외부에 노출이 되지 않도록 블라인드로 가려져 있다. ⓒ 권우성


"노무현 전 대통령 소환조사 계획 없다."

노건호씨가 소환조사를 받은 다음 날인 13일 오후,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소환조사 시기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전직 대통령의 소환조사가 부담스럽기 때문에 나온 답변이다. 하지만 홍 수사기획관은 소환 가능성 자체를 배제하지는 않았다.

"500만 달러 실체를 밝히는 데는 많은 수사가 필요하다. 며칠 기다린 후에 소환시기를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이다."

검찰이 권양숙 재조사 가능성을 일축하는 이유?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정관계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대검 중앙수사부의 칼끝이 시나브로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향하고 있다.

검찰의 박연차 게이트 수사는 현재 '투 트랙'(two track)으로 진행되고 있다. 하나는 박 회장이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 연철호씨에게 투자금 명목으로 건넸다는 500만 달러건이고, 다른 하나는 박 회장이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통해 건넸다는 100만 달러건이다.

노 전 대통령 측의 주장에 따르면, 500만 달러는 박 회장과 조카사위 연씨 사이에 이루어진 개인적 돈거래이고, 100만 달러는 부인 권양숙씨가 채무 변제를 위해 받은 돈이다. 이것이  지난 7일과 8일, 12일 세 차례에 걸친 노 전 대통령의 글과 대언론창구인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해명에 흐르는 일관된 주장이자 논리다.


하지만 검찰은 500만 달러와 100만 달러 모두 노 전 대통령에게 건너간 돈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는 검찰이 500만 달러 거래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노건호씨와 100만 달러를 받았다고 시인한 권양숙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해왔다는 데에서 잘 나타난다.

a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 노건호씨가 지난 12일 밤 11시 35분경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과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 연철호씨 사이의 500만 달러 거래 의혹 등과 관련해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14시간여 동안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은 뒤 굳은 표정으로 귀가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 노건호씨가 지난 12일 밤 11시 35분경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과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 연철호씨 사이의 500만 달러 거래 의혹 등과 관련해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14시간여 동안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은 뒤 굳은 표정으로 귀가하고 있다. ⓒ 권우성

홍만표 수사기획관은 13일 "노건호씨가 참고인 신분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바뀔 가능성은 없다"며 노씨를 계속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또 그는 전날(12일) '권 여사에게 혐의가 없다고 보는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예"라고 답했다.


특히 검찰은 지난 11일 부산지검에서 비공개 조사를 받은 권씨가 100만 달러의 사용처인  '채무변제'와 관련된 자료를 한 건도 제출하지 못한 것도 그가 100만 달러의 단순 전달자임을 보여주는 '정황증거'라고 보고 있다.

실제 검찰은 11시간여 진행된 비공개 조사에서 "채무가 있다고 했는데 상대방(채권자)이 누구냐?"고 캐물었지만, 권씨는 "상대방에 피해가 가기 때문에 어디에 돈(100만 달러)을 썼는지 얘기할 수 없다"고 버틴 것으로 알려졌다.

홍만표 수사기획관은 "권씨가 직접 100만 달러의 사용처를 밝히기를 기대했지만 '얘기할 수 없다'고 해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며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검찰이 권씨의 재조사를 일축하고 있는 배경에는 사용처를 굳이 추적하지 않더라도 100만 달러의 실체를 밝힐 수 있다는 자신감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노 전 대통령은 검찰 프레임 전면 부인

하지만 '600만 달러' 실체 의혹의 한복판에 서 있는 노 전 대통령은 '이러한 검찰의 프레임'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그는 전날(12일) 개인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몰랐던 것을 몰랐다고 말하기로 했다"며 "사실이라도 지키기 위하여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이 지키겠다고 나선 '사실'이란 500만 달러와 100만 달러는 자신과 무관한 돈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그가 일관되게 '결백함'을 주장하고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박 회장의 진술 외에 600만 달러가 노 전 대통령의 돈이라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검찰 증거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보는 시각이다. 그가 변호사 출신이라는 점에서 제법 설득력이 있다. 즉 법정에서 다퉈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하고 "600만 달러는 나와 무관하다"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는 것.

노 전 대통령이 "'몰랐다니 말이 돼?' 이런 의문을 가지는 것은 상식에 맞는 일이지만 중요한 것은 증거"라며 "그래서 저는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고 말한 것도 그런 시각을 반영한다.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도 "현재 검찰이 지나치게 박 회장의 진술에만 의존하는 것 같다"며 "증거로서 박 회장만의 진술만 있을 경우 법정공방에서는 검찰에 불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한 노 전 대통령이 '역사적 오점'을 남기기 않기 위해 돈이 전달된 사실의 인지 여부 등 '부차적 진실'을 계속 부인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실제 그는 지나치게 '역사적 평가'에 집착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12일자 글에도 그런 흔적이 남아 있다.

"도덕적 책임을 지고 비난을 받는 것과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일이라는 것입니다. 국민들에게 주는 실망과 배신감의 크기도 다르고, 역사적 사실로서의 의미도 다르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도 검찰의 칼끝이 시시각각 자신을 향해 다가오고 있음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가 "성실하게 방어하고 해명하겠다"고 나선 것도 그러한 절박한 사정과 무관하지 않다.
#박연차 게이트 #노무현 #권양숙 #노건호 #연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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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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