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스파이 사건, 한미동맹 훼손 의도 있었다"

롤리스 전 차관보 "국정조사 해달라"... 백성학 회장은 '침묵'

등록 2009.04.15 15:19수정 2009.04.15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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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장의 롤리스 전 차관보 15일 오전 리처드 롤리스 전 미 국방부 아태담당 차관보가 "미 스파이 사건의 배후에 정치적 의도가 있었다"는 발언을 하고 있다. ⓒ 김도균


"'미 스파이 사건'의 배경에는 한미 동맹관계를 훼손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있었다"

15일 오전 '미국 스파이 사건 진상규명 대책위원회'가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당시 사건 연루 의혹을 받았던 리처드 롤리스 전 미 국방부 아태담당 차관보가 입을 열었다.

"미 스파이 사건, 한미동맹 훼손 의도 있었다"

이른바 '미국 스파이 사건'이란 지난 2006년 10월 31일 경인방송 전 대표 신현덕씨가 국정감사장에서 또 다른 공동대표 백성학 영안모자 회장에 대해 "백 회장이 국내 여러 사람들로부터 정보와 문서를 제공받고 있으며, 이것을 영문으로 번역해 미국으로 보내고 있다. 그가 미국 정부와 정보기관을 위해 일하고 있다"라며 '국가정보 유출 의혹'을 제기한 일을 말한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롤리스 전 차관보뿐만 아니라 백성학 영안모자 회장, 배영준 전 USASIA 한국지사 사장, 황장수 전 한국농림수산정보센터 사장 등 '백성학 미국 스파이 사건'의 관련 인물로 지목된 인사들이 배석했다.

2002년부터 2007년까지 미 국방부 아태담당 차관보를 지냈던 리처드 롤리스는 당시 신현덕 대표에 의해 백성학 회장의 배후 인물로 지목되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롤리스 전 차관보는 "이 사건은 우연히 일어난 사건이 아니라 특정목적을 위하여 일어났다고 생각한다"며 "이 사건이 추진되고 진행된 배경에는 한미 동맹관계를 훼손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2002년 미군 장갑차에 의해 사망한 두 여중생의 죽음과 그로 인한 촛불시위 및 그것이 2002년 대통령 선거에 미친 영향, 주한미군 기지 문제, 북한의 핵문제에 대한 시각 차, 주한미군의 지위와 역할에 대한 상반된 기대 등이 반미, 반동맹 분위기를 조장하는 데 한몫을 했고, 이른바 '미국 스파이 사건'도 이런 배경에서 조작되었다고 믿고 있다"고 밝혔다.


또 롤리스 전 차관보는 "지금까지 취해진 조치들이 형평성과 공정성이 결여된 것으로 보여지기 때문에, 대한민국 국회에서 이 사건에 대해 국정조사를 해 주실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장에는 백성학 회장도 배석했지만, 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기자의 질문에는 일절 함구했다.

롤리스 전 차관보 "미 스파이 사건, 국정조사 해달라"


이날 기자회견에서 사회를 맡은 봉태홍 '라이트코리아' 대표는 "한미 관계가 악화되어 있던 당시 대통령 선거를 대비해 국면전환용 대형이슈가 필요했던 노무현 정부 관련자들이 미국의 정재계 인사들과 친분을 가지면서 대한민국을 위해 애써 온 애국기업인 백성학 회장을 미국의 간첩으로 몬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나 여러모로 이날의 기자회견은 이 사건에 쏠렸던 세간의 의혹을 해소하기에는 충분치 않아 보였다. 무엇보다 기자회견에 배석한 백성학 회장이 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기자의 질문에 일절 함구했다. 검찰의 압수수색 과정에서 발견된 이른바 'D-47' 문건에 대해서 이 문건의 원본인 '정국동향'을 번역했다고 말한 배영준 전 USASIA 한국 사장은 "이 문건(D-47)이 조작되었고, 문건 자체가 정보보고서로서의 질적인 면, 내용, 번역 면에서 너무나 허술하다"며 "이 문건이 처음 등장한 것도 검찰의 압수수색일로부터 두 달이나 지난 시점이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D-47 문건과 함께 스파이 사건 의혹을 규명하는 데 핵심자료 중의 하나인 '이(리)빈 대사 관련 정책'이란 제목의 문건에 대해서는 아무도 해명하지 않았다. 이 문건은 2007년 1월 검찰이 백성학 회장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할 때 발견된 영문 문건으로 "리빈 전 주한 중국대사에게 '암호명'을 부여하고 중국으로 돌아간 후 그를 관리하는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누가, 왜, 어떤 이유에서 이 문건을 작성했는지 밝혀지지 않은 것이다.
#리처드 롤리스 #백성학 #미국 스파이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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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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