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대책? 보험료 한 푼 안 내는 종신보험 있잖아"

[5060 노후대책②] 돈보다 아내, 그게 제일 든든해요

등록 2009.04.22 10:08수정 2009.04.23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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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 후유증으로 30년 넘게 운영하던 가게가 부도나고, 자칭 프리랜서로 지낸 지 7년째. 나이 육십이 되도록 '계약하자'는 사람이 없어 아내에게 생활비를 지급받고 있으며, 성실한 주부(廚夫)가 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바로 접니다. 

 

그나마 국민연금을 넣었던 게 있어 만 65세가 되는 해부터는 매월 18만원 정도가 지급된다고 하네요. 연금수령액도 물가 상승에 따라 인상되겠지만 노후 생활에 크게 도움이 될만한 금액은 아닙니다.

 

세월은 가는데 마땅한 벌이가 없어 고민이지만, 나이가 들수록 건강과 자신감 그리고 절약정신이 돈보다 우선이라는 것을 깨우치며 사는 요즘입니다. 

 

노후대책... 스스로 부양 80%, 경제적으로 가능할까

 

a  보건사회연구원이 전국 성인 남녀 105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자신의 노후 대책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77.2%가 '스스로 부양할 것'이라고 답했고, 11.9%는 '정부와 사회가 부양해 줄 것', '자녀가 부양해 줄 것'이라는 응답은 10.9%로 가장 낮은 걸로 나타났다.

보건사회연구원이 전국 성인 남녀 105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자신의 노후 대책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77.2%가 '스스로 부양할 것'이라고 답했고, 11.9%는 '정부와 사회가 부양해 줄 것', '자녀가 부양해 줄 것'이라는 응답은 10.9%로 가장 낮은 걸로 나타났다. ⓒ 임현철

보건사회연구원이 전국 성인 남녀 105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자신의 노후 대책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77.2%가 '스스로 부양할 것'이라고 답했고, 11.9%는 '정부와 사회가 부양해 줄 것', '자녀가 부양해 줄 것'이라는 응답은 10.9%로 가장 낮은 걸로 나타났다. ⓒ 임현철

어제는 TV 드라마 시청에 열중인 아내에게 "자신의 노후대책을 묻는 여론조사에서 노후를 '스스로 부양할 것'이라는 응답이 80% 가까이 된다"고 말해주니 놀라더군요. 부자가 세습되고 빈부 차가 심한 사회에서, 자신의 노후를 스스로 부양할 만한 경제력을 가진 국민이 그렇게 많냐는 것이었습니다.

 

저와 비슷한 생각이었는데요. 노후대책 해결은 고질적인 노인성 질환 치료와 입원을 위한 돈 문제가 비중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겠는데, 80%에 가까운 국민이 자신의 노후를 이끌어갈 경제적인 여력을 갖췄는지 의문입니다. 몸이 불편한 주변 어른들이나 노인병원에 근무하는 아내를 통해 듣는 환자들의 생활 환경을 보면, 여론조사 통계와 괴리가 크거든요.

 

집에서 치료를 하거나 병원에 입원하는 노인환자 대부분이 생활보호대상자이거나 중산층 이하인데, 자신의 노후 대책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77.2%가 '스스로 부양할 것'이라고 답했고, 11.9%는 '정부와 사회가 부양해 줄 것', '자녀가 부양해 줄 것'이라는 응답은 10.9%로 가장 낮았다니. 답변자들의 생각이나 원하는 게 그렇다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현실과는 너무 동떨어진 결과라고 생각됩니다. 

 

"지들은 지들 인생 살고, 우린 우리대로"

 

a  "노후보장도 뭐가 있어야 하든지 말든지 하지, 먹고 살기 바쁜데 무슨 노후보장을 생각하느냐고, 하지만 지금은 노후대책 잘하고 있어"라고 말하는 아내.

"노후보장도 뭐가 있어야 하든지 말든지 하지, 먹고 살기 바쁜데 무슨 노후보장을 생각하느냐고, 하지만 지금은 노후대책 잘하고 있어"라고 말하는 아내. ⓒ 조종안

"노후보장도 뭐가 있어야 하든지 말든지 하지, 먹고 살기 바쁜데 무슨 노후보장을 생각하느냐고, 하지만 지금은 노후대책 잘하고 있어"라고 말하는 아내. ⓒ 조종안

화제를 노후에 대한 생각과 대처 방법으로 돌려 아내와 잠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자기는 노후를 어떻게 대처하고 있남?"

"노후보장도 뭐가 있어야 하든지 말든지 하지, 먹고 살기 바쁜데 무슨 노후보장을 생각하느냐고, 하지만 지금은 노후대책 잘하고 있어."

"무엇으로 어떻게 하고 있는데?"

"연금도 들어가고 있고, 보험도 들어가고, 건강관리도 하고 있거든."

"자기 월급에서 들어가는 것을 말하는 모양인데, 연금이랑 보험이랑 들어가니까 노후에 대해 마음이 놓이남?"

 

"하다 하다 안 되면 가면 되는 거지 뭘.(웃음)"

"농담이라도 그런 극단적인 말은 하지 말라고. 그럼 안나(딸)는 어떻게 할 것이라고 생각허는디? 혼자 사는 지금이니까 그렇지 그래도 딸이니까 결혼하면 우리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지 몰라서···."

 

고등학교를 졸업도 하기 전에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해 서울로 올라가 자취를 하면서 대학 4년을 스스로 벌어서 다녔고, 취직을 해서는 결혼비용 모으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딸이지만, 그러는 동안 부모에게 금전적인 도움 등을 준 적은 없습니다. 저 앞가림 잘 하고 있는 거 조용히 지켜볼 뿐입니다.

 

그러면서도 내심 '그래도 자식인데…'하고 노후에는 딸에게 의지하고 싶은 마음이 없지는 않았는데, 아내는 생각이 달랐습니다. 아내는 (시간이 지나면 마음이 어떻게 달라질지 두고 봐야 알겠지만) 결혼도 딸이 벌어서 한다고 했고, 월급도 꼬박꼬박 저축하고 있으니까 결혼 비용도 대주지 않을 것이라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안나는 지 인생 지가 사는 거지 뭐. 노후보장도 지가 알아서 할 것이고, 자기는 안나가 우리 보험이라도 될 것 같어? 천만에. 옛날에는 자식이 부모에게 보험이 됐지만, 세상이 달라진 지금은 아녀. 아니라고. 자기도 알잖아."

"그러면 내 노후대책은 어떻게 되는 거여, 하긴 지금이니까 그렇지 나도 닥치면 거리에서 군고구마 장수라도 할 각오가 돼있는디···."

"어떻게 되긴, 자기는 함께 사는 내가 진짜 노후대책이지, 보험도 들어놨고, 여자가 남자보다 평균수명이 7년 정도 더 길다고 하잖아. 그러니 아직은 걱정 말라고!"

"········."

 

"자기는 함께 사는 내가 진짜 노후대책이지"


a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 늙고 병들면서 가장 믿을 만한 노후대책을 꼽으라면 바로 '배우자'가 아닌가 싶습니다. 사진은 영화 <노트북>의 한 장면.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 늙고 병들면서 가장 믿을 만한 노후대책을 꼽으라면 바로 '배우자'가 아닌가 싶습니다. 사진은 영화 <노트북>의 한 장면. ⓒ 뉴 라인 시네마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 늙고 병들면서 가장 믿을 만한 노후대책을 꼽으라면 바로 '배우자'가 아닌가 싶습니다. 사진은 영화 <노트북>의 한 장면. ⓒ 뉴 라인 시네마

3-4년 전으로 기억하는데요. 제 몸이 부실한 것을 아는 아내가 "자기는 30년 넘게 고생했으니까 이제부터는 내가 벌어서 먹고 살면 되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라고 위로해 주며 내게 용기를 북돋워 주었습니다. 얼마나 큼 힘이 되었는지 모릅니다.

 

그래서인지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 늙고 병들면서 가장 믿을 만한 노후대책을 꼽으라면 바로 '배우자'가 아닌가 싶습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돈이 있어야 한다고들 하는데, 맞는 말이지만 더 중요한 게 있습니다. 믿음과 배려 속에 자신을 이해해주는 배우자야말로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늙으면 외로움이 가장 무섭다는 말을 많이 들었거든요.

 

결혼하고 첫아들 출산 직후 암 진단을 받고 투병 중인 아내를 30년 넘게 수발해 오는 선배가 생각납니다. 선배는 올해 67세이고 부인은 60세인데요. 아내가 혈 정맥 수술과 유방암 수술을 하면서도 금실이 좋다고 소문났거든요. 장인·장모를 모시고 힘들게 문구점을 경영하면서도 말입니다.

 

"지독한 병을 이겨가는 부인이 고맙고 기특하다"는 선배와 "자신의 인생을 포기하고, 수족이 되어준 남편이 있어 숨을 쉬며 살아가고 있다"는 부인에게 진정한 부부애가 뭔지 깨닫습니다. 꼭 노후를 잘 보내기 위해서는 아니지만 보험료 한 푼 안들이는 종신보험, 아내에게 잘 하고 싶습니다.

2009.04.22 10:08ⓒ 2009 OhmyNews
#노후대책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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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8월부터 '후광김대중 마을'(다움카페)을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정치와 언론, 예술에 관심이 많으며 올리는 글이 따뜻한 사회가 조성되는 데 미력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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