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대에 내딛는 장사익... 그윽한 토종음악의 매력

2년 만에 미주공연 '꽃구경' 여는 소리꾼 장사익씨

등록 2009.04.16 14:28수정 2009.04.16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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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만에 미주 공연을 갖는 소리꾼 장사익 씨. ⓒ 김범태

2년 만에 미주 공연을 갖는 소리꾼 장사익 씨. ⓒ 김범태

 

'한국의 소리를 미국에 알린다'

 

소리꾼 장사익(60)씨가 미국의 중심부에서 다시한번 신명나는 소리판을 벌인다. 장씨는 18일 미국 뉴욕시티센터에서 '꽃구경'이라는 제목으로 단독공연을 펼친다.

 

약 150분간 진행될 이번 콘서트에서 그는 '이게 아닌데' '바보천사' '귀천' 등 6집 신곡과 '찔레꽃' '국밥집에서' '아버지' '자동차' 등 대표작 20여곡을 선보인다. 삶과 죽음의 노래들을 인생의 깊은 관조와 진지한 성찰로 담아 부르는 장인의 목소리를 만날 수 있다.

 

2007년에 이어 2년 만에 열리는 이번 미국공연은 특히 세계적 비영리공연기획단체인 '월드뮤직인스티튜트(WMI)'가 공동주최를 한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WMI는 세계의 다양한 전통적인 음악을 미국에 소개하는 일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으며, 이번 공연은 장씨의 노래에 감명을 받은 현지 관계자가 추진해 이뤄지게 됐다. 한국 대중가수가 WMI의 초청으로 공연을 갖는 것은 그가 처음이다. 

 

"한국의 대중음악이 세계인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면 같이 소통하고 공감하자는 의미에서 판을 벌였지요. 재작년 공연에서 이미 그 가능성을 봤습니다. 우리 음악의 정체성을 제대로 보여주겠다는 것이 제 각오입니다." 

 

뉴욕시티센터 공연... '아버지' '자동차' 등 대표작 20여곡 선보일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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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익 씨가 임종성 화백과 차를 나누며 담소하고 있다. ⓒ 김범태

장사익 씨가 임종성 화백과 차를 나누며 담소하고 있다. ⓒ 김범태

 

장씨는 세계무대에 내딛는 토종음악의 매력을 한껏 뿜어낼 이번 공연이 주류사회 미국인들에게 한국적인 소리를 본격적으로 알리고 소개할 수 있는 장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극히 한국적인 음악으로 지구촌의 공감을 만들어낼 수 있는 공연을 보여 주겠다는 마음이다.

 

이번 소리판에도 죽음을 바라보며 삶의 의미를 되찾는 장씨 특유의 역설적 의미와 한국적 정서가 녹아들어 있다. 관객들에게 다소 무겁고 낯설게 느껴질지는 모르지만, 삶과 죽음을 바라보는 한국인의 철학과 색깔을 목소리에 담아 무대로 옮기겠다는 게 그의 욕심이다.

 

'꽃구경'이란 제목만 얼핏 들어선 요즘 계절과 잘 맞아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지만, 정작 노래의 내용은 세월의 풍상을 이겨낸 그의 목소리만큼이나 구슬프다. 고려장을 하려고 어머니를 등에 업고 나서는 아들이 행여 깊은 산속에서 길이라도 잃을까 속으로 눈물을 삼키며 솔잎을 따 흩뿌리는 모정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꽃구경이란 제목 뒤에는 이처럼 어둡고, 무거운 주제가 숨겨져 있죠. 어머니에겐 꽃구경이 인생의 마지막 구경이 될 테니까요. 이런 노래가 외국인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 것인가 은근히 기대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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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무대에 한국음악의 정체성을 보여주고 싶다는 장사익 씨. ⓒ 김범태

세계무대에 한국음악의 정체성을 보여주고 싶다는 장사익 씨. ⓒ 김범태

이어지는 그의 목소리에 몰인정한 세태를 안타까워하는 마음이 담긴다. 

 

"요즘 노부모가 병들면 시골 요양시설에 돈 몇 푼 쥐어주고, 자식 도리 다한 양 그렇게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아요? 극단적이지만 형태만 바뀌었을 뿐, 그게 고려장이랑 뭐가 달라요? 삶의 근본을 잊지 말자는 게 노래로 이 시대를 풀어놓으려는 저의 마음입니다"  

 

장 씨의 홈페이지에는 '하루하루가 모여 인생이 되고, 즐겁고 슬픈 얘기를 엮어 노래를 부르니 세상이 참 아름답고 살 맛 난다'라는 문구가 손님들을 맞이한다. 그렇다면, 그가 추구하는 진정한 음악은 어떤 세계일까 궁금했다.

 

대답에 앞서 그가 특유의 너털웃음을 짓는다.

 

"음악은 내게 있어 '희로애락'입니다. 한 마디로 노래가 곧 삶이요, 인생이죠. 슬프면 울고, 기쁘면 웃으며 뛰노는 것처럼 내 일상을 음악으로 표현하는 겁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진실성이 담겨 있어야 한다는 거예요. 껍데기로 부르면 사람들과 공유할 수 없어요. 대중은 그걸 '귀신같이' 알아봐요. 진실하게 풀어내야죠."

 

그는 이처럼 자신의 음악에 있어 대중과의 진정어린 교감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긴다. 비록 언어는 통하지 않아도, 음악은 관객과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속에는 듣는 이에 대한 위로의 마음도 담겨 있다.    

 

실제 현실세계에서 힘들고 어렵게 살아가는 대부분의 민초들에게 진정한 위로를 전해 줄 수 있는 노래를 찾아 불러주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철학이다. 사람들이 '그래. 그게 내 이야기야'라며 공감하고, 같이 울어주고, 받아들이는 음악 말이다.

 

"음악은 내게 있어 '희로애락'... 한 마디로 노래가 곧 삶"  

 

"요즘 노래들은 단순히 즐거움만 주고 끝나는 것이 너무 많아요. 물론 그것도 의미는 있겠지만... 마치 비온 뒤 세상이 밝아지는 것처럼 마음이 개운해지는 노래를 부르고 싶어요. 그게 대중과 소통하는 내 음악적 방식입니다." 

 

대화를 나누다보니, 어떤 면에서 그의 노래는 소통이 막힌 요즘 우리네 사회를 향한 역설적 웅변이라는 생각이 스쳤다. 그가 대답 대신 '이게 아닌데'라는 노래의 가사를 읊어주었다. 원래 김용택의 시 '그랬다지요'에 곡을 붙인 것이다.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사는 게 이게 아닌데

 

이러는 동안

어느새 봄이 와서 꽃은 피어나고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그러는 동안 봄이 가며 꽃이 집니다

 

그러면서

그러면서 사람들은 살았다지요

그랬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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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익 씨는 음악에 있어 대중과의 교감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긴다. ⓒ 김범태

장사익 씨는 음악에 있어 대중과의 교감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긴다. ⓒ 김범태

노랫말 하나하나에 세상의 이치와 삶의 가치를 툭툭 내던지 듯 말을 이어가던 그는 자신의 노래가 어영부영 아무런 목적의식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인생의 아름다운 의미를 깨닫게 해주는 메시지가 되길 희망했다.

 

"낮과 밤, 하늘과 땅, 삶과 죽음, 밝음과 어둠 등 무수히 벌어지는 자연의 순환 속에서 양면을 바라보며 '오버페이스'하지 말고 순리대로 살아가야 지요. 그게 소통의 시작입니다."

 

자리를 일어서며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이번 미주 공연 후 5월에는 세종문화회관에서 앙코르 공연이 예정되어 있고, 올 안으로 2-3곡의 신곡을 발표할 예정이란다. 그는 이번 뉴욕공연에서도 늘 하던 대로 소리에 무게중심을 둘 것이라며 된장냄새 그윽한 우리의 토속적 음악을 세계시장에서도 인정할 것이라고 의욕을 보였다.

 

자신의 삶에서 길어 올린 희로애락을 특유의 후련한 목소리에 담아 객석에 쏟아낼 장 씨의 무대가 재미동포는 물론, 현지인들에게 어떠한 모습으로 사랑받을 지 기대가 모아진다.

2009.04.16 14:28 ⓒ 2009 OhmyNews
#장사익 #꽃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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