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을 담은 자전거 길은 위험했다

등록 2009.04.16 17:14수정 2009.04.16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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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모임이 있었다. 모이는 장소가 지지난해 공공근로를 했던 놀이터 근처라 자가용이 아니라 자전거로 가기로 했다.  공공근로를 할 때 하루도 쉬지 않고 달렸던 자전거 길은 익숙한 길이었다. 남강 둔치를 따라 만들어진 자전거 길은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강바람을 맞으면서 걷기 운동을 하는 사람, 자전거 동호회원들이 삼삼오오 짝지어 달리는 모습은 참 아름답고 건강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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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만든 자전거 도로 ⓒ 김동수

잘 만든 자전거 도로 ⓒ 김동수

 

그런데 이상했다. 이맘 때면 다니는 사람이 많아 다니기가 불편할 정도인데 사람이 없었다. 하늘이 흐리고, 바람이 조금씩 불어 날씨가 쌀쌀해서 그런가보다 생각했다. 하지만 이유는 금방 드러났다. 남강둑에 새 자전거 길을 만드는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가는 날리 장날이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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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회하라는 표지판 ⓒ 김동수

우회하라는 표지판 ⓒ 김동수

 

참 난감했다. 이미 자전거를 타고 집을 나섰고, 다시 돌아가서 차로 갈 수도 없는 노릇이라 그냥 가기로 했다. 달려보니 재미는 있엇다. 터닦기 공사가 한창이라 콘크리트가 아니라 아직 흙길이었다. 흙길을 자전거로 달려 본 일이 중학교 때쯤으로 기억이 날 정도로 오래된 옛 추억이다.

 

달리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은 흙길을 조금 더 다듬고 콘크리트를 덧씌우지 않았으면 했다. 흙으로 만든 자전기 길. 생각만 해도, 얼마나 멋진가. 강둑 위에 콘크리트를 덧씌우는 것보다 흙길을 그대로 살린느 것도 자연을 지키는 또 다른 방법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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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도로를 새롭게 만들고 있다 ⓒ 김동수

자전거 도로를 새롭게 만들고 있다 ⓒ 김동수

 

흙길로 만든 자전거 길을 떠올리면서 달렸는데 그만 또 길이 막혔다. 강둑 길 위에서 다리로 올라가야 하는데 길을 새로 만든다고 빙빙 돌아가야만 했다. 약속 시간은 다 되었고, 길을 돌아가야 하고. 마음은 급해졌다.

 

급한 마음에 화도 났지만 한 가지 위로는 전에는 강둑 길에서 다리로 올라가려면 자전거에서 내려 들고 가야했지만 길이 다 만들어지면  내리지 않고 다리로 바로 올라갈 수 있다는 점이다. 길이 다 만들어지기만을 기다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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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도로를 새롭게 만들고 있다. ⓒ 김동수

자전거 도로를 새롭게 만들고 있다. ⓒ 김동수

 

다리 위에 만들어진 자전거 길은 뻥 뚫렸다. 강바람이 시원하다. 꽉 막힌 가슴을 뻥 뚫어준다. 자전거가 주는 재미이다. 2년 전 이 다리위를 얼마나 다녔는지 모른다. 그 때가 생각났다. 또 다른 사람이 이 길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달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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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도로가 시원하게 뚫린 다리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 김동수

자전거 도로가 시원하게 뚫린 다리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 김동수

 

하지만 뻥뚫린 자전거 길은 금방 막혔다. 자전거 길(?) 사람다니는 길(?()무슨 길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시각 장애인 보도 블록도 끊어졌다. 자전거 길도 아니고, 사람다닌 길도 아니고, 장애인도 다닐 수 없다. 자전거 길이라는 표시만 해 두면 저절로 자전거 길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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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도로가 이어지지 않는다. 장애인 보도블록도 끊어졌다. ⓒ 김동수

자전거 도로가 이어지지 않는다. 장애인 보도블록도 끊어졌다. ⓒ 김동수

어떤 곳은 자전거 길을 잘 만들었지만 시각 장애인 보도블록이 가운데 있었다. 끊어진 시각 장애인 보도블록 보다는 훨씬 낫지만 자전거를 타고 가는 사람이 조금만 먼산을 보면 가운데 걸어가는 시각 장애인과 부딪힐 수 있다. 시각 장애인을 조금만 더 배려 한다면 자전거 길 가운데 시각 장애인 보도블록을 만들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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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도로와 함께 장애인 보도 블록이 함께 있다. 장애인들이 다니기에 불편할 수밖에 없다. ⓒ 김동수

자전거 도로와 함께 장애인 보도 블록이 함께 있다. 장애인들이 다니기에 불편할 수밖에 없다. ⓒ 김동수

 

자전거 길에 시내버스 주차장이 있다. 사람이 많지 않아 자저거를 타고 가는 데 불편하지 않았지만 출퇴근 시간과 아이들 등하굣길에는 매우 불편하고, 위험할 수 있다. 사람 다니는 길에 자전거 길을 만들었다는 자체가 문제다. 사람 다니는 길과 자전거 다니는 길을 꼭 같은 곳에 만들 수밖에 없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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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도로 위에 시내버스 정류장이 함께 있다. 사람이 없어 다행이지만 사람들이 많을 때는 복잡하고 위험할 것 같다 ⓒ 김동수

자전거 도로 위에 시내버스 정류장이 함께 있다. 사람이 없어 다행이지만 사람들이 많을 때는 복잡하고 위험할 것 같다 ⓒ 김동수

 

또 공사중이다. 이번에는 보도블록 교체이다. 보도블록 교체는 빨리 끝나겠지만 자전거가 갈 곳이 없다. 결국 차 다니는 길로 갈 수밖에 없다. 쌩쌩 달리는 차를 피하면서 자전거를 탄다는 것은 보통 위험한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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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중이라 자전거 다니기가 위험하다 ⓒ 김동수

공사 중이라 자전거 다니기가 위험하다 ⓒ 김동수

 

2년 전 추억을 떠올리면서 달린 자전거 길은 위험했다. 조금만 더 배려하면 안전한 길을 만들 수 있는데 아직 부족하다. 자전거 길 가운데를 다녀야 하는 시각 장애인, 자전거 길 위에 있는 주차장, 곳곳에 끊어진 자전거 길. 조금 더 노력하여 시각 장애인과 자전거 타는 사람 모두가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그리고 콘크리트 자전거 길이 아니라 흙길로 만든 자전거 길을 기대한다.

2009.04.16 17:14 ⓒ 2009 OhmyNews
#자전거길 #시각장애인 #보도블록 #주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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