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이른바 600만 달러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관련성을 입증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정관계 로비 의혹을 수사해온 대검 중수부(검사장 이인규)는 노 전 대통령의 장남 건호씨와 조카사위 연철호씨, 최측근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수 차례 소환조사했지만 현재까지는 노 전 대통령에게 포괄적 뇌물죄 혐의를 적용할 만한 결정적인 단서를 확보하는 데는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수사 성과는 미진한데도 600만 달러 종착지는 노무현?
대검 중수부는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씨가 받았다고 주장하는 100만 달러 일부가 미국 시애틀에서 노건호씨에게 전달됐다는 의혹과 관련, 권아무개 전 시애틀 총영사도 긴급하게 소환해 조사했지만 바라던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검찰은 "언론에서 2007년 6월 30일 시애틀 방문과 관련된 의혹을 제기했지만 현재까지 돈이 노씨에게 전달됐는지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또한 노건호씨가 제출한 1년 6개월치 분량의 미국 금융거래자료에서도 의미있는 단서를 찾지 못했다. 오히려 노씨가 대주주로 있는 엘리쉬앤파트너스가 500만 달러의 일부를 국내 회사 2곳에 투자했다는 사실이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자 검찰이 "너무 크게 부각돼 부담스럽다"고 하소연할 정도다.
500만 달러의 실체 의혹과 관련, 검찰은 노씨가 엘리쉬앤파트너스의 300만 달러 투자에 얼마나 관여했는지를 밝혀내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노씨가 500만 달러의 투자처와 투자 규모 등을 결정했다면 이 돈의 실제 종착지를 노씨나 노 전 대통령으로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생기기 때문이다.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노건호씨가 500만 달러 투자에 어느 정도 관여했느냐와 관련 지배력을 행사한 사실이 확인되면 소기의 성과를 거두는 것"이라며 "하지만 500만 달러 일부가 국내에 유입됐다는 사실은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권양숙 여사가 (100만 달러를) 사용했는데 (남편인) 노 전 대통령이 몰랐고, 아들이 (500만 달러를) 사용했는데 아버지가 몰랐겠느냐"며 "이건 상식의 틀"이라고 강조했다.
수사 성과가 미진함에도, 검찰이 여전히 노 전 대통령을 600만 달러의 종착지로 보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검찰 "노건호씨 굉장히 조심스럽게 답변... 수사 검사가 답답해하고 있어"
검찰은 100만 달러 사용처 의혹을 밝혀내기 위해 돈이 전달된 2007년 6월 29일 청와대 공식 일정 등까지도 면밀하게 살펴보고 있다.
홍만표 수사기획관은 "당시 오후 3시까지 청와대에서 일정이 있었는데 그 이후 상황은 잘 모르겠다"며 "권 여사나 정상문 전 비서관이 얘기하는 것처럼 관저에서 돈을 주고 받았다면 노 전 대통령도 알았을 것이라는 것이 상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이 채무 규모나 변제 사실 등을 전혀 몰랐다고 하는데 어디에 변제를 했는지 진술을 해주면 (그 주장의) 타당성을 검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의 소환시기와 관련, 홍만표 수사기획관은 "아직 시기가 정해지지 않았고, 이번 주말까지는 소환계획이 없다"며 "500만 달러 실체는 노 전 대통령을 소환하기 전에 결론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이날 수사를 받고 있는 노건호씨의 태도에 우회적으로 불만을 제기해 눈길을 끌었다. 대검 중수부의 한 관계자는 "노씨의 태도가 굉장히 조심스럽고 답변이 늦다"며 "수사 검사가 답답해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노씨가 굉장히 신중하고 생각을 많이 하고 있어 조사가 굉장히 늦어지고 있다"며 "500만 달러 관련 (금융 자료를) 정리해서 내겠다고 한 것도 제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2009.04.16 17:47 | ⓒ 2009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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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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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만 달러 실체 규명도 힘겨운데 노무현 소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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