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 없애야 말 된다 (194) 자연친화적

― ‘장례도 자연치화적이어야’, ‘자연친화적인 다른 방법’ 다듬기

등록 2009.04.19 18:36수정 2009.04.19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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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장례도 자연친화적이어야 하며

 

.. 또한 그는 장례도 자연친화적이어야 하며, 이것은 사람과 만물의 본성이 같다는 그의 사상에 근거한 것이다 ..  《홍대용/이숙경,김영호 옮김-의산문답》(꿈이있는세상,2006) 148쪽

 

 "사람과 만물의 본성(本性)이 같다는"은 "사람과 만물은 바탕이 같다는"이나 "사람과 자연은 뿌리가 같다는"으로 다듬습니다. "그의 사상(思想)에 근거(根據)한 것이다"는 "자기 생각에 따른 이야기이다"나 "자기 생각에 따른다"로 손질합니다.

 

 ┌ 자연친화적 : x

 ├ 친화(親和) : 사이좋게 잘 어울림

 │   - 친화가 깨지다 / 다른 사람들과의 친화가 어렵다

 │

 ├ 장례도 자연친화적이어야 하며

 │→ 장례도 자연을 생각해야 하며

 │→ 장례도 자연과 잘 어울려야 하며

 │→ 주검을 묻을 때에도 자연을 헤아려야 하며

 └ …

 

 환경을 생각한다면서 '환경친화적'이라 말하고, 자연을 생각한다면서 '자연친화적'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환경생각'이나 '자연생각'으로 적어 본다면, 한결 수월하고 뜻이 또렷할 텐데, 사람들 말씀씀이는 껍데기 들씌우는 쪽으로만 치닫습니다.

 

 ┌ 환경생각 / 환경을 생각하는

 └ 자연생각 / 자연을 생각하는

 

 때와 곳에 따라서 쓰임새가 다르니, 어느 자리에서는 '환경생각'이나 '자연생각'으로 적어 봅니다. 이런 짜임새로 '사람생각'이나 '학교생각'이나 '나라생각'을 적어도 어울립니다. 다른 자리에서는 말을 풀어서 '환경을 생각하는'이나 '자연을 생각하는'으로 적어 봅니다. 이 같은 짜임새로 '사람을 생각하는'이나 '나라를 생각하는'을 적어도 어울립니다.

 

 우리 나름대로 우리 말씨를 살피고, 우리 깜냥껏 우리 말투를 보듬어, 우리 힘으로 우리 말 문화를 가다듬어 나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ㄴ. 자연친화적인 다른 방법

 

.. 여름철 바닷가 축제마다 빠지지 않을 뿐더러, 갈수록 그 규모가 커져만 가는 불꽃놀이 대신 안전과 환경을 생각하여 자연친화적인 다른 방법으로 밤바다를 즐길 수 있는 길을 찾았으면 좋겠다 ..  《홍선욱,심원준-바다로 간 플라스틱》(지성사,2008) 34쪽

 

 '축제(祝祭)'는 '잔치'로 손질할 일본말인데, 이렇게 손질해서 쓸 분이 얼마나 될는지 모르겠습니다. '규모(規模)'는 '크기'로 다듬고, '대신(代身)'은 '말고'로 다듬습니다.

 

 ┌ 자연친화적인 다른 방법으로

 │

 │→ 자연을 아끼는 다른 방법으로

 │→ 자연을 사랑할 다른 길로

 │→ 자연과 가까워질 다른 길로

 │→ 자연을 살가이 껴안을

 │→ 자연을 있는 그대로 껴안을

 └ …

 

 요사이는 자연을 생각한다는 아파트가 지어집니다. 그렇지만 이 아파트가 앞으로 몇 해나 그 자리에서 버티면서 건설쓰레기를 더 만들어 내지 않을는지는 알 길이 없습니다. 또한, 아파트를 지으면서 무너뜨리는 삶터는 얼마나 넓은지, 게다가 이런 일에 들어가는 자원은 우리 자연을 얼마나 생각하는 일인지 궁금합니다. 나아가, 아파트에서 쓰이는 수많은 자원은 우리 자연을 어떻게 돌보는 일이 될까 모르겠습니다.

 

 곰곰이 살피면, 풀약과 비료와 항생제를 쓰지 않았다는 유기농 곡식을 팔 때에도 비닐에 담습니다. 푸성귀 한 줌을 가게에서 사더라도 비닐에 담아야 하고, 또 한 번 비닐에 담습니다. 장바구니를 마련해 들고 다녀도, 낱낱으로는 비닐로 싸여 있기에 어떤 테두리에서 자연사랑이 될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원자력발전도 자연을 헤아리는 일이라 하고, 서울과 부산을 잇는다는 물길도 자연을 보살피는 일이라 합니다. 갯벌을 메울 때에도 자연을 사랑한다는 말이 붙고, 산에 구멍을 뚫어 고속도로와 고속철도를 낼 때에도 자연을 살핀다는 말이 따릅니다.

 

 말로는 '친환경' 개발이고, '친환경' 건설이며, '친환경' 정책입니다. 그런데 이런 말을 내거는 분들은 '환경'을, '자연'을 무엇이라고 생각하고 있을까요. '자연 친화'라 할 때에는 무엇이 "자연과 가까운" 일이라고 여기는지 궁금하며, "자연에 가까워지고자" 하는 일을 어떻게 한다는 소리인지 궁금합니다.

 

 ┌ 자연사랑을 이루는 다른 길

 ├ 자연사랑을 보여주는 다른 길

 ├ 자연사랑으로 나아가는 다른 길

 ├ 자연사랑으로 거듭날 다른 길

 └ …

 

 자연도 사람도 있는 그대로 볼 줄 아는 눈이어야 우리 말과 글도 있는 그대로 볼 줄 아는 눈이 됩니다. 자연도 사람도 꾸밈없이 껴안을 줄 아는 몸이어야 우리 말과 글도 꾸밈없이 껴안을 줄 아는 몸이 됩니다. 여기 따로 저기 따로란 없습니다. 겉과 속이 다를 수 없습니다. 왼손과 오른손이 다른 일을 할 수 없습니다.

 

 삶을 사랑하듯 일을 사랑합니다. 자연을 사랑하듯 말과 글을 사랑합니다. 사람을 사랑하듯 뭇 목숨붙이를 사랑합니다. 모든 사랑은 한동아리입니다. 모든 사랑은 언제 어디에서나 골고루 펼치거나 나누게 됩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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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19 18:36ⓒ 2009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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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 #적的 #우리말 #한글 #국어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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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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