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 개별꽃 ⓒ 안병기
▲ 개별꽃
ⓒ 안병기 |
|
꽃 나라에서 실시되는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개별꽃은
선거운동 와중에
다른 후보로부터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당했다
자신의 이름을 도명(盜名)했다는 혐의였다
이건 말도 안 되는 억울한 누명이다
당신이, 별꽃이란 꽃이
어떻게 생겨먹은 꽃인지 난 모른다
우연히 스친 적도 없다
게다가 유권자의 혼동을 줄여주려고
개자 접두어를 덧붙이는 등
나름대로 성의까지 표시하지 않았는가 말이다
그럼에도 남의 이름을 불법 차명했다고
끝내 내게 선거법 위반 혐의를 덧씌운다면
이 나라의 정치 도의는 막장이라 할 것이다
날 함부로 허위 비방하지 말라
난 절대 남의 이름 따위나 도용하는
파렴치한 꽃이 아니다
그럴 리야 없겠지만 만일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내가 다른 꽃의 이름을 도용한 것이라는 판정을 내리면
내 성을 갈든가
즉각 정계에서 은퇴하겠다
그리고 재단을 만들어서
꽃수술만 빼고
나머지 전 재산을 반드시 이 사회에 헌납하겠다
개별꽃의 이런 호언장담에도 불구하고
꽃 나라 선거관리위원회는
개별꽃이 별꽃의 이름을 표절한 것이라는,
따라서 선거법을 위반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개별꽃은 결국 후보를 자진 사퇴하고 말았다
그러나 재산을 헌납했다는 소식은 아직 없다
올봄, 일 년 만에 다시 만난 개별꽃은
여전히 건재한 모습이다
재산 헌납 약속은 어찌 돼 가는지
줄기 꽃받침 꽃잎 꽃수술 등
내가 작년에 들여다봤던
그의 재산 가운데 하나도 축난 게 없는 듯하다고 했더니
개별꽃 호탕하게 웃으면서 말하길
그 세련된 정치기술
모두 인간세상에서 배운 것이라 말한다
사람 사는 세상이나
꽃들 사는 세상이나 어찌 그리 한결같은지
선거 중에 한 약속은 왜 헌신짝처럼 내팽개치는지.
2009.04.20 09:32 | ⓒ 2009 OhmyNews |
|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