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회 장애인의 날인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대문 앞 사거리에서 장애인들이 휠체어에 쇠사슬과 사다리를 묶고 도로 점거 기습시위를 벌이자 경찰들이 강제로 인도로 끌어내고 있다.
유성호
휠체어를 탄 장애인 5명이 도로에 뛰어들어 기습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차도 한가운데 사다리를 놓은 뒤 여기에 쇠사슬로 자신의 몸을 묶었다. 그리고는 "장애인도 인간이다, 인간답게 살아보자"는 구호를 외쳤다. 시위 10분 만에 경찰이 휠체어 채로 이들을 들어서 인도로 옮겼다.
경찰은 "일단 오늘은 돌려보내고 이후에 책임을 묻겠다"면서 장애인들에게 인적사항을 말하라고 요구했다. 장애인들은 이를 거부하면서 비에 젖은 채로 약 3시간을 길에서 버텼다. 끝까지 인적사항을 말하지 않은 장애인 2명은 결국 경찰에 연행됐다.
시위를 벌인 박현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자립생활위원회 부위원장은 "보건복지부 앞에서 24일간 노숙농성을 벌였지만 정부는 우리 목소리를 안 듣는다, 시민들에게 상황을 전하고 싶어서 여기까지 나왔다"고 말했다.
"어제 이명박 대통령의 눈물 보셨습니까? 그건 악어의 눈물이었습니다!"
20일 오후 2시 30분, 서울 마로니에 공원에서 열린 장애차별철폐투쟁결의대회의 첫 발언은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비난으로 시작됐다. 이날 무대 위에 올라선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는 전날(19일) 이 대통령의 장애시설 방문에 대해 "먹이를 잡아먹고 불쌍해서 우는 악어와 같다"고 비난했다.
박경석 대표는 "장애인들이 사회에서 주체적인 인간으로 살 수 있도록 주택과 활동보조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그런데 이들을 (사실상) 가둬놓고서는 이 대통령은 그 곳에 가서 '위로를 받았다'고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가 내리는 쌀쌀한 날씨 속에서도 이날 집회에는 600여명의 장애인단체 회원들이 참석했는다. 사회를 맡은 김도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실장은 "어제는 MB가 울더니 오늘은 하늘이 운다, 지금 내리는 것이 바로 우리의 눈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장애인 가둬놓고 위로 하다니... 악어의 눈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