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빛 바다에 온 몸을 담그고!

신록으로 물든 금정산 등반(의상봉 640미터, 원효봉 687미터)

등록 2009.04.27 15:18수정 2009.04.27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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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록으로 물든 금정산 4망루...의상봉...그리고... ⓒ 이명화

▲ 신록으로 물든 금정산 4망루...의상봉...그리고... ⓒ 이명화

 

밤새워 내린 봄비에 천지는 온통 초록으로 물들었다. 근래에 들어 자주 봄비 오시더니 신록을 입혔구나. 한마디로 초록이라고 말해버리기엔 너무도 다양한 빛깔로 물들어가는 산과 들은 눈에도 마음에도 온 몸에도 초록물이 뚝뚝 떨어질 것처럼 내가 물든다.

 

어제부터 비, 오늘 오전까지만 해도 봄비 오시더니, 갑자기 주춤해지는가싶더니 햇살이 방긋 웃으며 돋아 마음 설렌다. 이렇게 좋은 날엔 가끔씩 옥상에 올라가서 바라만 보던 산, 산으로 가고 싶어진다. 남편과 함께 화창한 봄날, 봄볕 속으로 나왔다.

 

눈을 들어 바라보는 온 산과 들엔 온통 초록물감을 엎질러 놓은 듯 하다. 오랜만에 보는 이 초록빛 바다에 감탄사를 연발하며 시선을 온통 사로잡는 초록빛 바다에 마음과 눈을 뺏긴다. 모처럼 투명한 봄볕 아래 나오니 마음 상쾌도 하다. 가끔 먹구름이 햇살을 가로막아 흐려지기도 하지만 좋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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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정산 산성길 따라 걸으며... ⓒ 이명화

▲ 금정산 산성길 따라 걸으며... ⓒ 이명화

시간이 시간인 만큼 먼 산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언제 찾아도 친근하고 실망을 주지 않는 산, 가깝고 좋은 금정산으로 간다. 언제라도 마음먹으면 갈 수 있어 좋은 산, 오후 늦은 시간에도 숲길에서 사람을 만날 수 있어 음산하지 않은 산, 여백이 있고 툭 트여있어 좋은 산, 넉넉한 길, 넉넉한 숲, 넉넉한 계곡 물소리 환한 금정산이다.

 

800미터 산 치고는 엄청난 규모의 넓이와 길이, 그리고 탁월한 전망을 두루 갖춘 산, 국내 최대의 산성길이 있는 금정산으로 간다. 금정산성은 사적 제215호(1971.2.9)로 길이 1만 7337미터, 성벽높이 1.5~3미터, 총면적 약 71만5468㎡의 국내 최대의 산성이다. 행정구역상 부산광역시 금정구 금성동, 장전동, 구서동, 북구 금곡동, 화명동, 만덕동까지 이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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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정산 하늘은 흐렸다 맑았다 바람마저 높은데...산성길 따라 걷다... ⓒ 이명화

▲ 금정산 하늘은 흐렸다 맑았다 바람마저 높은데...산성길 따라 걷다... ⓒ 이명화

양산에서 부산, 부산 범어사 주차장을 지나 오늘 우리 산행 들머리로 정한 상마마을에 도착하니 오후 3시 15분이다. 상마마을 한켠에 차를 주차한 후 금정산 제3등산로인 '손씨집'옆 등산로로 들어선다. 숲길에 들어서자마자 싱그러운 나무잎새들이 나무 가지가지마다 커텐처럼 드리워져 눈을 씻어주고 마음 씻어준다.

 

역시 산에 오길 잘했다. 얼마동안 산행다운 산행을 하지 않은 탓에 몸이 무겁다. 아침까지만 해도 비가 온 때문인지 흙길은 꿉꿉하게 젖어있지만 햇볕에 적당히 말라 먼지 풀썩이지 않아서 좋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산행을 할 때면 긴 가뭄 때문에 먼지가 허리위로 풀썩거렸다. 적당히 젖어 꿉꿉한 길을 따라 온통 초록빛 바다에 몸을 담그듯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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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정산... 철쭉꽃 사이로 4망루가 보이고... ⓒ 이명화

▲ 금정산... 철쭉꽃 사이로 4망루가 보이고... ⓒ 이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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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본 의상봉 ...비온 뒤 하늘이 맑다... ⓒ 이명화

▲ 멀리서 본 의상봉 ...비온 뒤 하늘이 맑다... ⓒ 이명화

눈에도 온 몸에도 마음에도 초록물 짙게 물들겠다. 금정산 어깨나 가슴께 정도를 걷고 있는 것일까. 신록으로 물들어가는 금정산 길을 따라 한참을 걷다보니 용락암이 보인다. 오후 3시 40분이다. 사월초파일을 앞두고 있어서인지 색색의 연등이 달렸다. 이따금 깊은 계곡 물소리 들려오니 걷는 길 더욱 상쾌하다. 그동안 봄비가 꽤나 왔나보다.

 

전보다 훨씬 계곡 물 흐르는 소리 힘차고 상쾌하다. 긴 겨울 가뭄 끝에 불어난 이 맑은 물소리 한번 깊고 상쾌해 숲은 더욱 싱그럽게 느껴진다. 4시 15분, 계속되던 숲길이 열리며 하늘이 탁 트인다. 드디어 능선길 앞이다. 저기 저만치 산성길 보인다. 동문에서 북문까지 이어진 산성길이다. 산성길을 걸어본 것은 꽤 오래된 것 같다. 바람이 세차게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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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정산... 의상봉에 올라... ⓒ 이명화

▲ 금정산... 의상봉에 올라... ⓒ 이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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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정산 산성길 걷다가 의상봉에 올라 뒤 돌아보니...지나온 4망루 보이고... ⓒ 이명화

▲ 금정산 산성길 걷다가 의상봉에 올라 뒤 돌아보니...지나온 4망루 보이고... ⓒ 이명화

산성길엔 바람이 막힌 곳 없이 자유롭다. 어제, 그리고 오늘 이른 아침까지 비가 와서 기온이 떨어진데다 바람마저 차갑고 거칠게 자유로이 불어대니 한기가 든다. 준비한 여벌옷을 껴입는다. 여름장갑도 벗고 봄가을용 장갑으로 다시 손에 낀다. 내가 생각해도 난 준비성이 철저한 것 같단 말야. 모자를 쓰고 오지 않아 얼굴시린 남편 위해 손수건으로 터번을 만들어 남편 머리에 씌워 줬더니 따뜻해 한다.

 

산성길 더 높이 걸어 올라갈수록 바람이 더욱 세차게 분다. 마른 풀들이 납작하게 땅에 포복한다. 눕되 바짝 엎드린다. 바람 부는 산성길 걸으며 나는 바람에 깃발처럼 나부끼고 펄럭인다. 머리에 눌러쓴 모자까지 들썩들썩, 옷에 달린 모자까지 머리 깊숙이 눌러쓴다. 어느새 해가 많이 길어졌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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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정산 의상봉 맞은 편 높은 암봉 위에 바위를 타는 사람 보이고... ⓒ 이명화

▲ 금정산 의상봉 맞은 편 높은 암봉 위에 바위를 타는 사람 보이고... ⓒ 이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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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정산 암벽타기 하는 사람들... ⓒ 이명화

▲ 금정산 암벽타기 하는 사람들... ⓒ 이명화

일찍 서녘 하늘 물들이며 꼴깍 넘어가 버리곤 했던 해가 오후 4시가 훨씬 넘은 시간에도 머물고 있어 마음 여유 또한 조금 더 길어졌다. 여름이 다가올수록 해는 더 오래 머물겠지. 이런 시간에도 금정산에서는 언제나 우리처럼 늦은 산행을 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 좋다. 4망루가 가까이 보인다. 높이 부는 바람을 맞받으며 4망루에 도착, 회동수원지, 낙동강, 파리봉, 고당봉이 두루 조망된다.

 

가끔 먹구름이 해를 가려 그늘을 드리우기도 하지만 비온 뒤 씻은 듯 깨끗한 산들이 어깨를 두르고 있다. 바람에 나부끼며 의상봉에 이른다. 4시 40분이다. 의상봉 바위 비탈에 기대어 핀 철쭉꽃 붉은 빛 더욱 선연하다. 의상봉 꼭대기에 올랐으나 바람이 높아 몸을 낮춘다. 포복하듯 바위틈에 숨어보지만 추워서 오래 머무를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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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정산 산성길....신록에 물들다 ⓒ 이명화

▲ 금정산 산성길....신록에 물들다 ⓒ 이명화

 

오래 서 있지도 앉아 있지도 못하고 조심스럽게 바위를 다시 내려간다. 바람 높은데 의상봉 맞은편에 보이는 높은 암봉에서 밧줄타기를 하고 있는 대여섯 명의 무리들이 보인다. 높은 곳까지 밧줄타고 올라가서 다시 한 사람씩 밧줄을 타고 내려가고 또 한 사람씩 내려가는 시간이 꽤 길다. 기다림과 인내로 서두르지 않고 행동하고 있다.

 

높이 펄럭이는 바람 부는 산성 길을 계속 걷는다. 이 능선은 언제 걸어도 좋다. 앞을 보아도, 걸어온 뒤를 돌아보아도 멋진 산성 능선길에 절로 감탄하게 된다. 의상봉을 지나 원효봉(687미터)에 이른다. 오후 5시 10분이다. 원효봉엔 예전에 없던 표시판이 보인다. 이 시간쯤 되니 산성길엔 사람 발길 드문드문하다.

 

뒤로는 우리가 걸어온 의상봉이 보이고 앞에는 금정산 최고봉 고당봉이 조망된다. 이렇게 높은 바람이 부는 시간에도 고당봉 꼭대기에 서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이제 북문으로 간다. 북문도착, 5시 30분이다. 이제 햇빛은 스러지고 저녁 그늘이 드리워진다. 앞서가는 등산객들 따라 우리도 범어사 쪽으로 하산한다.

 

범어사로 내려가는 길에 암괴류를 통과한다. 불어난 계곡 물소리 힘차고 장쾌하다. 계곡 물소리 환한 바윗길을 따라 우린 몸도 마음도 콸콸~바위틈 사이로 힘차게 흘러내리는 물소리로 가득 차오른다. 울긋불긋 단풍인양 연등 달린 범어사 경내를 지나 주차장을 거쳐 상마마을까지 걸어간다. 상마마을에 도착하니 저녁 6시 30분이다. 해는 졌지만 아직 어둠은 멀다.

 

해 길이가 많이 길어졌다. 모처럼의 산행, 신록으로 물든 초록빛 숲바다에 몸과 마음을 담구고 나온 기분은 생각보다 훨씬 상쾌하고 가볍다. 초록빛바다에서 초록물 한번 깊이 들었나보다. 한동안 내 몸에서 내 눈에서 내 마음에서 초록물이 뚝뚝 떨어질 것 같다. 신록으로 물든 숲 향기 계속될 것 같다.

 

 

산행수첩

일시: 2009.4.25(토). 아침엔 비, 낮에 잠깐 개고 다시 흐림

산행기점: 상마마을 손씨집 앞

산행시간: 3시간 15분

진행: 상마마을 손씨집 앞(오후3:15)-용락암(3:40)-능선(4:15)-4망루(4:30)-의상봉(4:40)-원효봉(687미터/5:10)-북문(5:30)-범어사(6:05)-상마마을(6:30)

 

덧붙이는 글 | 2009.4.25(토), 다녀왔습니다.

2009.04.27 15:18 ⓒ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2009.4.25(토), 다녀왔습니다.
#금정산 #산성 #의상봉 #원효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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