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의 부활을 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시대다. 인문학 강좌도 여기저기서 마련되고 있고 사람들의 눈길과 발걸음도 그곳을 향하고 있다.
인문학을 통해 위로를 얻고 위안을 삼으려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증거다. 그만큼 삶이 팍팍하고 고단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시절이 이처럼 하수상한데 눈치 없는(?), 그러나 기특한 구석이 많은 과학책 한 권이 등장했다. 매우 인문스러운 제목을 가진 <대통령을 위한 과학에세이-아래 '과학에세이'>(이종필 지음, 글항아리 펴냄)가 바로 그것이다.
딱딱하고 어려운 과학 용어들로 도배한 채 어려운 과학 이론을 가르치려드는 과학책들도 많았지만 최근엔 상황이 좀 달라졌다.
과학의 대중화 혹은 알기 쉬운 설명이나 비유를 통한 독자 유혹하기 전략을 지닌 과학 서적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영화 속 명장면에도 과학이 숨어있음을 알려준다든가 하는 것처럼 말이다. <과학에세이>도 바로 그런 책들 가운데 하나다.
영화, 드라마를 과학으로 풀어본 <과학에세이>
<과학에세이>는 과학자의 눈으로 정치 현실을 분석하기도 하고, '주몽'이나 '신기전'같은 드라마와 영화를 끌어와 문화 속 과학의 실체를 보여주기도 한다. '대통령을 위한 물리학1․2․3'은 이명박 대통령의 BBK 사건 등을 돌아보며 대통령 지망생에게 물리학이 전공 필수가 돼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제4부 '인간'편에서는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이야기>를 끌어와 작년 촛불 정국의 도화선이 되었던 쇠고기 협상에 '인류원리'가 빠져있다며 "'인류원리'가 실종된 한국 정부"를 비판한다. 심지어 과학자인 지은이가 부적을 3년이나 지니게 된 사연을 설명하면서 '반증이 가능해야 과학'이라고 설명한다.
이처럼 글의 내용으로 보면 인문·사회서적처럼 보이는데 내용을 풀어가는 기술은 과학적 논리에 의지하고 있다. 이를테면 이 책은 '퓨전도서'인 셈이다. 과학의 논리에 인문․사회학의 내용을 담은 문장의 만남!
지은이도 "인문학이 도와줘야 과학이 그럴 듯해진다"는 걸 알고, 자연과학인 "물리학이 발전하기 위해서라도 인문학이 발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덕분에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말 그대로 에세이를 읽듯 과학을 읽을 수 있다. 문과 출신에 인문학적 지식으로 밥벌이하며 살고 있는 이들에게도 무난할 것 같다.
과학은 세상을 바꾸고, 책은 사람을 바꾼다고 했다. 그렇다면 과학자가 쓴 책은? 독자들이 읽고 판단하시면 되겠다.
덧붙이는 글 | 대통령을 위한 과학 에세이, 이종필 지음, 글항아리 펴냄. 13,500원.
2009.04.29 17:05 | ⓒ 2009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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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을 위한 과학 에세이 - 어느날 과학이 세상을 벗겨버렸다
이종필 지음,
글항아리,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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