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심판을 위한 제2의 촛불을 들자!

미디어행동, 용산살인진압 100일과 촛불 1주년을 즈음한 논평

등록 2009.04.30 15:33수정 2009.04.30 15:33
0

오늘부터 100일 전, 서울 한복판에서 믿을 수 없는 참사가 벌어졌다. 최소한의 주거권과 생존권을 요구하며 망루에 올랐던 사람들이 주검이 되어 내려왔다. 그 비참한 광경을 지켜본 시민들은 건설자본의 이익을 위해 강경진압에 나서 세입자를 죽음에 이르게 한 이명박 정부와 경찰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용산살인진압 100일, 아무 것도 변한 게 없다

 

그리고 100일이 흘렀다. 참사 이후에도 정부의 대응은 달라진 게 없다. 진상규명도, 책임자 처벌도 이뤄지지 않았다. 대통령을 비롯해 청와대, 정부여당 그 누구도 고인과 유가족에게 사과 한마디 하지 않았다. 사건의 진상을 밝혀야 할 검찰은 '희생자'를 '가해자'로 둔갑시켜 고인들을 모욕하고, 유가족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 검찰에게 면죄부를 받은 경찰은 반성은커녕 추모집회를 방해하고, 대책위를 탄압하는 데만 혈안이 돼 있다. 국가폭력에 의해 처참하게 죽어간 다섯 분의 영령은 100일이 지난 지금까지 장례조차 치르지 못한 채 구천을 떠돌고 있다. 이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민주주의의 현 주소다.

 

6월 언론악법 통과는 언론장악 마침표!

 

용산참사뿐만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우리 사회가 일궈낸 민주주의의 성과를 끝없이 난도질하고 있다. 특히 정부 출범 직후부터 시작된 방송장악과 언론탄압은 더욱 악랄해지고 있다. '프레스 프렌들리'를 외치며 집권한 이명박 정부 1년 동안 언론계는 그야말로 혼란과 고난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집권하자마자 공권력을 총동원하여 KBS와 YTN을 비롯한 방송사와 언론기관에 '이명박 낙하산'을 무더기로 투하하고 언론장악에 나섰다. KBS와 YTN에서 낙하산 사장 임명에 맞서 싸운 양심적 언론인들은 관제사장의 '보복학살'에 의해 해고되거나 제작현장에서 쫓겨났고, MBC <PD수첩>의 제작진은 정부정책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1년째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독재국가에서나 볼 수 있는 언론인 체포와 구금이 일상 다반사로 일어나는 게 최근의 언론현실이다.

 

한편, '대통령 형님 친구'가 장악한 방송통신위원회는 최전선에서 언론통제를 이끌었다.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정연주 KBS 사장 축출' 및 '낙하산 사장 투입', 'YTN 재허가 유보', '방송법 시행령 개악' 등을 주도함으로써 '방송통제위원장'으로서의 면모를 과시했다. 친MB, 한나라당 인사가 6명을 차지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역시 정부여당과 수구보수단체의 '청부심의기관'으로 전락해 비판언론과 네티즌을 탄압하는 데 앞장섰다. 한나라당은 이제 6월 국회에서 조중동과 재벌에게 방송과 여론시장을 통째로 넘기는 언론악법을 통과시킴으로써 언론장악의 마침표를 찍으려 하고 있다.

 

언론악법 의도는 국민들의 눈과 귀를 가리기 위한 것

 

이명박 정부가 조중동과 재벌에게 방송시장을 통째로 넘기려는 의도는 뻔하다. 이명박 정부는 이미 실패한 정부의 길을 가고 있다. 단 1년만에 이명박 정부의 무능과 실정이 낱낱이 드러났다. 이명박 정부는 경제위기의 여파로 서민들의 삶이 바닥으로 치닫고 있는데도 1% 부자와 재벌, 특권층을 위해 '부자감세', '재벌특혜 정책'을 밀어붙이면서 서민들에겐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

 

청소년들은 서열화를 부추기는 무한경쟁체제 속에서 신음하고, 청년들은 1000만 등록금과 실업난에 허덕이며 '인턴세대'로 몰락하고 있다. 지난 민주정부 10년 동안 힘겹게 진전돼온 남북관계는 파탄지경에 이르렀다. 이것이 수많은 도덕적 결함에도 불구하고 '경제 하나는 살리겠지'라는 국민들의 염원으로 당선된 이명박 정부의 1년 성적표다.

 

이런 정부가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자신들의 부패와 실정을 은폐하고, 국민들의 눈과 귀를 가리는 것밖에 없다. 용산참사도 조중동의 악의적인 왜곡보도가 없었다면 이처럼 철저하게 은폐되지 못했을 것이며, 정부가 유가족의 요구를 묵살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이 정부가 대다수 국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언론악법을 밀어붙이는 진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명박 정부 심판을 위한 '6월 선도투쟁'에 나설 것

 

오는 5월 2일은 촛불시민들이 청계광장에서 촛불을 든 지 꼭 1년이 되는 날이다. 지난 여름 청소년들이 청계광장을 열면서 시작된 촛불집회는 졸속적인 미국산 쇠고기 협상문제로 번지며 100만 촛불의 물결로 이어졌다.

 

촛불시민들이 이명박 정부에 보낸 메시지는 명료하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이다. 100만 촛불은 국민이 나라의 주인임을 선포했다. 뜨거운 6월의 광장에서 시민들은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미국산 쇠고기 협상의 폐기를, 서민들의 의료비 부담을 가중시키는 의료민영화 중단을, 환경을 파괴하는 대운하사업 철회를 함께 외치며 '광장의 민주주의'를 실험했다.

 

결국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두 번이나 고개를 숙이며 국민에게 사죄하였다. 그러나 잠시뿐, 이명박 정부는 촛불이 잦아들자 태도를 돌변하여 촛불시민과 네티즌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노동조합, 시민사회단체는 물론이고 광장을 메웠던 시민과 네티즌을 대상으로 한 노골적인 탄압이 계속되면서 촛불의 힘은 서서히 위축되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와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우리 언론시민사회단체들은 오는 6월 대한민국 언론사에 길이 남을 일대 대회전을 앞두고 있다. 6월 국회에서 언론악법이 그대로 통과되어 조중동과 재벌이 방송을 장악하게 되면 민주주의는 돌이킬 수 없는 위기에 처할 것이다. 재벌자본과 수구족벌신문, 방송 미디어의 전면적인 일체화가 가져올 정보유통과 여론소통의 획일화는 언론의 공공성과 다양성을 무참히 파괴할 것이다. 재벌과 1% 특권층만을 위한 언론만 살아남고 비판언론과 독립언론은 고사할 것이다. 이런 언론환경에서는 용산참사와 같은 비극이 일어나도 제대로 보도되지 않을 것이며, 빼앗긴 자, 가난한 자들의 억울한 삶이 반복될 것이다.

 

이에 우리는 결코 포기하거나 물러설 수 없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국민적 심판은 이미 시작되었다. 어제 실시된 4.29 재보궐선거에서 국민들은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에 0대5, 1:15의 참패를 안기며, 강력한 경고장을 보냈다.

 

이제 이어 4월 29일 용산참사 100일, 5월 1일 노동절대회, 2일 촛불 1주년을 기해 제2의 촛불을 밝힐 것이다. 지난해 촛불시민들이 함께 품었던 꿈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우리 언론시민사회단체는 촛불시민들과 힘을 모아 본격적인 이명박 정부 심판을 위한 '6월 선도투쟁'에 나설 것이다.

 

우리는 촛불시민과 함께 승리하여 억울하게 희생된 용산참사 희생자들과 유가족의 한을 풀고 이 땅의 민주주의를 반드시 지켜낼 것이다. 20년 전 독재정권을 몰락시켰던 6월 항쟁의 정신을 계승하여 다시 광장으로 나가 시민들과 손잡고 새로운 민주주의를 창조해나갈 것이다. 자, 다시 촛불을 들자!

덧붙이는 글 | 이 논평문은 미디어행동 블로그(http://mact.tistory.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2009.04.30 15:33ⓒ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 논평문은 미디어행동 블로그(http://mact.tistory.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언론악법 #용산100일 #촛불 1주년
댓글

미디어행동은 미디어공공성 관련 법, 정책 개선 및 투쟁, 공공부문 사유화 저지를 목적으로 결성된 언론시민사회단체 연대단체입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보수논객 정규재 "이재명 1심 판결, 잘못됐다" 보수논객 정규재 "이재명 1심 판결, 잘못됐다"
  2. 2 사유화 의혹 '허화평 재단' 재산 1000억 넘나 사유화 의혹 '허화평 재단' 재산 1000억 넘나
  3. 3 중학교 졸업여행에서 장어탕... 이건 정말 '세상에 이런 일이' 중학교 졸업여행에서 장어탕... 이건 정말 '세상에 이런 일이'
  4. 4 남자선배 무릎에 앉아 소주... 기숙사로 가는 내내 울었다 남자선배 무릎에 앉아 소주... 기숙사로 가는 내내 울었다
  5. 5 [단독] 조은희 "명태균 만났고 안다, 영남 황태자? 하고 싶었겠지" [단독] 조은희 "명태균 만났고 안다, 영남 황태자? 하고 싶었겠지"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