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사 가는 길. 양 쪽으로 뿌연 먼지가 내려 앉았다.
이돈삼
이젠 태안사 입구다. 고속국도 나들목에서 태안사 입구까지 해찰을 하면서 드라이브를 즐기기에 참 좋은 길이다. 큰 느티나무가 서 있는 이곳에서부터 태안사까지는 2㎞ 남짓. 아름다운 숲길이 이어진다. 비포장 길을 따라 느릿느릿 걸어볼 요량으로 차를 세운다. 그런데 웬걸. 자동차 3대가 나란히 지나더니 하얀 먼지를 일으킨다.
나도 모르게 손을 코와 입으로 가져간다. 잠시 뒤, 먼지가 가라앉는가 싶더니 차 한 대가 또 쏜살같이 지나간다. 이번엔 두 대가 용용하게 먼지를 휘날리며 내려온다. 걷고 싶은 마음이 일순간에 사라지고 만다. 그러고 보니 석가탄신일이다. 평소보다 절로 향하는 자동차들이 눈에 띄게 많다.
그냥 돌아갈까 잠시 망설이다 '여기까지 왔는데' 하는 생각이 든다. 그들 틈에 끼어들어 차를 타고 숲길로 들어간다. 태안사에서 내려오는 차들을 피해 뿌연 먼지 사이를 뚫고 능파각 앞에 닿는다. 쉬엄쉬엄 걷던 호젓하던 숲길은 간 데 없다. 고로쇠나무, 떡갈나무, 단풍나무, 소나무 잎사귀엔 먼지가 무성하게 내려앉았다. 잎사귀가 노랗게 질려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