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빠라서 <아빠 책>이 더 끌려요
7월이 되면 아기가 태어납니다. 예전에 "아기가 아기를 낳네"라는 광고문구를 보고 피식 웃었는데,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꼬맹이가 아이를 낳는 것은 아닌지 아직도 얼떨떨합니다.
산달이 다가오면서 아내의 배는 불러 가고 아이는 발길질을 심하게 하는지 자다가도 깜짝깜짝 놀라는 횟수가 늘어났습니다. 요즘 일이 많아서 태아에게 책을 읽어주지도 못했는데 태아와 엄마에게 읽어주기 좋은 책을 만나서 기분이 좋습니다.
책읽는곰 출판사의 작은곰자리 신간 <아빠가 아빠가 된 날>과 <엄마가 엄마가 된 날>을 동시에 만났습니다. 여기서 아빠와 엄마는 한 가족입니다.
저는 예비아빠라서 그런지 <아빠가 아빠가 된 날>이 조금 더 끌립니다.
귀여운 아들과 딸을 하나씩 둔 아빠가 곧 태어날 아기를 집에서 낳기로 하면서 챙겨야 할 것들이 많습니다. 엄마의 배는 점점 불러 오고 아이들은 아기가 태어나는 일이 신기한 듯 아빠에게 이것저것 마구 물어봅니다.
"아빠는 언제 아빠가 되었어요?"
"아빠는 어떻게 아빠가 된 걸 알았어요?"
"아빠는 아기도 안 낳았는데, 어째서 그렇게 생각했어요?"
아이들과 나누는 짧은 이야기이지만 아빠가 아빠가 된 날을 회상하며 남긴 한줄 느낌은 사색적으로 보이기까지 합니다.
아빠가 아빠가 된 날은, 눈부시단다.
아빠가 아빠가 된 날은, 떨린단다.
아빠가 아빠가 된 날은, 늘 보던 풍경이 빛나 보인단다.
아빠가 아빠가 된 날은, 어쩐지 쑥스럽단다.
- <아빠가 아빠가 된 날> 일부
아빠의 이야기에 몰두하는 사이에 벌써 엄마의 산통이 시작되었어요. 아이들은 엄마가 애를 낳는 것을 기어코 보겠다고 눈을 비비면서 참지만 아기는 나올 줄을 모르네요. 아기가 태어나는 일은 참으로 고되고 대단한 일이라는 것을 온몸으로 체험한 듯합니다. 아기가 태어나는 순간을 담은 짧은 묘사는 평이하지만 강하고 섬세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기가 태어나서 기뻐
세상에 태어난다는 건 대단한 일이야
아기는 대단해
- <아빠가 아빠가 된 날> 일부
엄마의 육성으로 직접 듣는 "내가 태어난 날"
저도 어릴 때, 제가 태어난 날부터 신생아였을 때, 아기였을 때의 일이 궁금해 엄마에게 자주 물었습니다. 태어날 때의 순간은 어땠고 아빠의 표정은 어땠는지. 아빠는 그 자리에 있었는지, 내가 예정일에 맞게 태어났는지. 혹시 늦게 나와서 엄마 아빠를 애태우지는 않았는지. 저는 예정일보다 보름은 늑장을 부려서 하필이면 엄마가 '이 날만은 안 돼'한 바로 그 날에 태어났어요. 음력과 양력이 다 아홉수(9로 끝나는 날)라서 어릴 적 병치레가 잦았나 봅니다.
<엄마가 엄마가 된 날>은 아기가 태어날 무렵부터 태어나는 날까지의 긴박한 과정과 가슴 떨리는 순간을 엄마의 일상을 통해 잘 보여줍니다. 엄마는 어린애처럼 안절부절 못하며 병원을 이리저리 돌아다닙니다. 낮잠도 자보고, 샤워도 해보고, 신생아실로 가보고 참 부지런히 움직이는 엄마의 모습에 아기를 만나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전달됩니다.
<엄마가 엄마가 된 날>은 <아빠 책>에 비해서 스토리가 단순하고 비교적 평범한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아기에 대한 그리움을 온몸으로 표현했다는 점에서 더 애정이 갑니다. 이에 비해 <아빠가 아빠가 된 날>은 관찰자로서 사색이 묻어난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이 두 책을 엄마와 아기에게 읽어 주었습니다. 딸과 아들 두 꼬마와 아빠, 엄마의 목소리를 변형시켜 상황에 맞게 감정을 조절해가면서 읽었고, 특히 엄마가 진통을 하는 장면에서는 감정을 더 많이 넣어서 "으응" 하고 읽었더니 아내가 박장대소를 터뜨립니다. 그러면서 책읽기가 많이 늘었다고 칭찬해줍니다. 아내의 칭찬을 받고 기분이 좋았습니다.
2009.05.04 10:33 | ⓒ 2009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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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아빠가 된 날
나가노 히데코 지음, 한영 옮김,
책읽는곰,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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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놀이 책>, <인문고전으로 하는 아빠의 아이 공부>, <공자, 사람답게 사는 인의 세상을 열다> 이제 세 권째네요. 네 번째는 사마천이 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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