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암산 연분홍빛 철쭉꽃, 꽃물 들던 날!

보성 여행, 초암산(576미터) 등반

등록 2009.05.04 15:05수정 2009.05.04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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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초암산 등반 흐드러지게 피어난 연분홍 철쭉꽃~

초암산 등반 흐드러지게 피어난 연분홍 철쭉꽃~ ⓒ 이명화

▲ 초암산 등반 흐드러지게 피어난 연분홍 철쭉꽃~ ⓒ 이명화

 

꽃 먼저 피고 잎 뒤에 피는 봄이 무르익기 시작하면 봄꽃 지고 연두빛 잎새 물감 번지듯 지천을 초록으로 물들이는 5월에 이른다. 봄의 향연을 이루던 진달래, 개나리, 목련꽃, 벚꽃 그 많던 봄꽃들 진자리에 아쉬움이 자리 잡으면 위로라도 하듯 피어나는 연분홍빛 철쭉꽃, 온 산야를 연분홍 꽃물을 들여놓아 다시 한번 산으로 들로 사람들의 마음을 끈다.

 

피리소리에 마을아이들을 불러냈던 동화이야기처럼 말이다. 우린 어릴 때 진달래는 먹을 수 있는 꽃이라 하여 참꽃이라 하지만 철쭉꽃은 먹을 수 없어 '개꽃'이라고 불렀다. 참꽃 진자리에 지금쯤 철쭉꽃 그 연분홍 꽃불 지피고 있을까. 이번엔 제 때에 맞추어 흐드러지게 피어난 연분홍빛 철쭉꽃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a 초암산 철쭉꽃 바다를 이루고...꽃길 사이로 걷다...

초암산 철쭉꽃 바다를 이루고...꽃길 사이로 걷다... ⓒ 이명화

▲ 초암산 철쭉꽃 바다를 이루고...꽃길 사이로 걷다... ⓒ 이명화

이렇게 맑고 화창한 5월의 첫날, 남편과 단둘이 여행하던 여느 날과 달리 오늘은 동행도 많아 기대가 된다. 오늘 동행은 두 동생과 제부 모두 다섯 명이다. 바람결타고 온 철쭉꽃 소식에 설렘 안고 길을 나선다. 오늘 목적지는 전남 보성이다. 말로만 듣던 보성, 그림으로 사진으로만 보아오던 보성, 그곳에 가고 싶다 했더니 정말 보성으로 간다.

 

전날부터 마음 들떠서 김밥재료를 준비하고 먹거리를 이것저것 준비하느라 바빴고, 이왕 만들어가는 김밥을 좀더 맛있게 하기 위해 지난밤에 미리 싸놓지 않고 새벽 일찍 일어나서 부지런을 떨었다. 김밥을 싸고 부엌 한쪽에 모셔놓았던 누렁 호박을 마침내 잘라서 호박부침개를 만들고 조갯살과 오징어를 넣어 정구지 부침을 만들고, 매추리알을 삶아 튀김을 하는 등, 출발 직전까지 바빴지만 함께 여행길에 나서니 마음 상쾌하다.

 

a 초암산 철쭉꽃 바다...

초암산 철쭉꽃 바다... ⓒ 이명화

▲ 초암산 철쭉꽃 바다... ⓒ 이명화

a 초암산 철쭉꽃...꽃바다를 이루고...

초암산 철쭉꽃...꽃바다를 이루고... ⓒ 이명화

▲ 초암산 철쭉꽃...꽃바다를 이루고... ⓒ 이명화

a 초암산 철쭉꽃...

초암산 철쭉꽃... ⓒ 이명화

▲ 초암산 철쭉꽃... ⓒ 이명화

눈을 들어 바라보는 산과 들녘은 나날이 연초록에서 짙은 초록으로 물들어가고 있고 맑고 화창한 날씨라 더욱 좋다. 여행길 내내 주고받는 대화들은 어린시절 추억부터 사는 이야기들로 화제도 풍성하다. 눈을 들어 바라보는 곳곳마다 다양한 빛깔로 물들어가는 초록에 그만 풀물이 들 것 같다. 한참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다보니 어느새 순천IC(10:05)를 지난다.

 

야트막한 산과 들이 펼쳐져 있다. 논밭은 편편하고 논밭 저 뒤로 산자락 아래 앉은 집들은 아늑하고 평화로운 풍경이다. 곳곳마다 산이요 밭이요 작은 마을들이 멀리 혹은 가까이 모여 있다. 이제 보성이 가깝다. 보성은 전라남도 남부 중앙부에 있는 군으로 동쪽은 벌교천을 건너 순천시, 서쪽은 장흥군, 북쪽은 화순군, 남쪽은 득량만과 고흥군에 접한다. 2읍 10면으로 이루어져 있다.

 

군을 상징하는 꽃은 철쭉, 나무는 차나무 새는 비둘기이다. 전라남도 보성군 겸백면 사곡리 초암골에 위치한 초암산(576미터)철쭉은 제암산과 일림산의 유명세에 가려 많이 알려지지 않은 산에 속하지만 입소문을 통해 알려지기 시작해 제법 많은 사람들이 찾곤 한단다. 보성 사곡리 초암마을에 들어서니 낮 12시 30분이다.

 

a 초암산 정상에서...세자매^^

초암산 정상에서...세자매^^ ⓒ 이명화

▲ 초암산 정상에서...세자매^^ ⓒ 이명화

 

초암산 등산로를 찾느라 지체를 했지만 그래도 다들 즐겁기만 하다. 한갓진 주차장에 차를 대놓고 그 옆 풀밭에 자리를 깔고 앉아 가지고 온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한 후 등산로 입구에 들어선다. 맑고 화창한 5월의 첫날, 숲은 더욱 싱그럽다. 숲 속 어디선가 돌돌 흐르는 맑은 계곡물 소리 청량도 하다.

 

물 흐르는 소리 들으며 걷는 산행길에 아카시아 향기 그윽하다. 그렇구나. 5월이면 아카시아 향기도 얼마나 향기롭던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함께 걷는 산행길 다정하고 좋아라. 초암산 오르는 산행길 주변에는 산나물, 춘란, 둥글레 등 숲 속 보화들도 많다. 과연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임에 틀림없는 것 같다.

 

얼마쯤 올랐을까. 부지런도 하지 벌써 하산하는 사람도 있다. 아주머니 홀로 온 것일까. 취나물을 캐서 혼자서 여유있게 내려오는 아주머니에게 인사하고 얼마나 가야하는지 묻는다. 아직 40분쯤 더 가야한다고 한다. 천천히 오르는 산행길, 초암산만 보랴, 보성하면 철쭉꽃과 초록융단을 깐 듯한 차밭이라는데, 보성 그 유명한 녹차밭도 보려면 속도를 좀 내야겠다.

 

a 초암산 철쭉 온 산야를 물들인 철쭉...

초암산 철쭉 온 산야를 물들인 철쭉... ⓒ 이명화

▲ 초암산 철쭉 온 산야를 물들인 철쭉... ⓒ 이명화

풀냄새 맡으며 느긋하게 걸어가는 동생들을 향해 "속도를 좀 내시오!" 했더니 넷째 동생이 하는 말 좀 들어보소, "부릉, 부르릉~!" 입소리로 음향효과를 낸다. 모두들 한바탕 웃음 날려 보내며 조금 더 걸음을 빨리 해 본다. 하지만 느릿느릿 걷는 걸음에 큰 변화는 없는 것 같다. 산길은 흙길인데 낙엽이 녹고 바스러져서 마치 쿠션처럼 부드럽다. 제법 땀방울이 맺힌다.

 

초암산 정상 700미터를 앞두고 '베틀굴'이 있다. 베틀굴 표시판 주변에는 머구잎이 무성해 머구밭을 이루고 있다. 삼거리(사곡리주차장, 금화사지마애불, 초암산)에 이른다. 이제 초암산 정상이 가까운가보다. 많은 등산객들이 보이고 예서제서 여럿이서 쉬고 있거나 점심을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삼거리에서 조금 더 걸어가니 나무계단 가파른 길이 시선을 가로막는다. 높은 경사진 나무 계단길을 올라가니 조망이 드러나면서 선연한 분홍빛 철쭉꽃이 보인다. 초암산 정상이다 생각하니 조금 가파른 길이야 못 오르랴. 드디어 정상이 드러난다. 맑은 하늘 아래 철쭉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반긴다. 온 산 가득 철쭉꽃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a 초암산 철쭉꽃 ...

초암산 철쭉꽃 ... ⓒ 이명화

▲ 초암산 철쭉꽃 ... ⓒ 이명화

a 초암산 에는 지금 철쭉꽃 만발...

초암산 에는 지금 철쭉꽃 만발... ⓒ 이명화

▲ 초암산 에는 지금 철쭉꽃 만발... ⓒ 이명화

흐드러지게 피어난 연분홍 철쭉꽃들 사이사이길로 걷는다. 모두들 좋아라, 탄성을 내지른다. 온 산을 뒤덮은 철쭉꽃에 홀린 듯 걷는다. 걷는 길마다 꽃길이요 붉은 꽃바다, 꽃물결이다. 문득 철쭉꽃에 얽힌 전설 하나 떠오른다. '붉디붉은 바위 끝에 잡고 온 암소를 놓아두고, 나를 부끄러워 아니한다면 저 꽃을 바치겠나이다.'

 

옛날 신라 성덕왕 때, 강릉 태수로 부임하는 순정공을 따라 그 암소로 동행하던 수로부인이 있었다. 수로부인은 절세미인인데다 꽃을 무척 좋아했다. 그들 일행이 바닷가에서 쉬게 되었는데, 그 주위에는 바위가 병풍처럼 둘려 있었다. 마침 철쭉꽃이 몇 길이나 되는 절벽 위에 한창 피어 있는 것을 본 수로부인은 시종들을 보고 누가 저 꽃을 꺾어 올 자가 없느냐고 하니 아무도 꺾어오겠다는 이가 없었다.

 

때마침 소를 몰고 지나가던 한 노인이 그 말을 듣고 그 꽃을 꺾어다 부인에게 바칠 때 헌화가의 가사도 함께 바쳤다 한다. 이제 막 꽃불 지피기 시작한 초암산 철쭉은 철쭉 축제가 있는 며칠 뒤면 산마다 꽃불이 활활 타오르고도 남겠다. 이렇게 좋은 날에 초암산에 오른 사람들 발걸음도 가볍다.

 

이리저리 눈을 들어 둘러보아도 연분홍 철쭉꽃이 타오르고 있고, 철쭉꽃 사이사이로 많지도 적지도 않은 산객들 걷는 사람들 모습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초암산 정상부근은 크고 작은 암반들이 붉게 핀 철쭉꽃과 어우러져 자연이 만든 천혜의 경관을 이루고 있다.

 

바위를 둘러싸고 철쭉꽃 만발한 초암산을 아쉬움을 안고 하산한다. 오후 2시 45분이다. 온 산을 붉게 물들인 철쭉꽃 바다, 붉은 물결 일렁이는 초암산을 두고 하산 하는 길에도 여전히 낮 햇살 따사롭다.

 

 

산행수첩

 

1. 일시: 2009년 5월 1일(금). 맑음

2. 산행기점: 전남 보성 사곡리 초암마을

3. 진행: 보성 사곡리 초암마을(낮12:30)-삼거리(사곡리주차장, 금화사지마애불, 초암산)(2:00)-초암산 정상(2:15)-하산(2:45)- 수남리주차장(3:40)

 

2009.05.04 15:05ⓒ 2009 OhmyNews
#초암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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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이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니라.'(데살전5: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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