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09.05.07 15:14수정 2009.05.07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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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어버이날이면 듣는 노래지만 나이가 들수록 더 가슴에 와닿는 노래입니다.
나실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기르실제 밤 낮으로 애쓰는 마음,
진 자리 마른 자리 갈아뉘시고, 손발이 다 닳도록 고생하시네.
내일이 어버이날입니다. 1년에 단 하루만이라도 부모님 은혜를 생각하라는 날인데, 낳아 주시고 길러주신 어버이 은공을 생각하면 하루가 아니라 365일 생각해도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어제 저녁에 중학교에 다니는 딸이 학교에서 직접 만들었다며 카네이션을 가지고 왔습니다. 내일 어버이날 달아준다고 가지고 와서 저는 기분이 좋았지만 아내는 카네이션을 받자 눈물을 흘렸습니다. 딸은 엄마에게 왜 우느냐고 물었지만 아내는 대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아내가 왜 눈물을 흘리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장모님은 3년 전 치매에 걸리셨습니다. 장인 어른이 41살에 돌아가신 후 장모님은 억척스럽게 6남매를 홀로 키워 막내 처남까지 장가를 보냈습니다. 그런데 막내처남이 장가를 간 후 긴장이 풀려서 그런지 장모님은 치매가 오기 시작했습니다. 맞벌이 하는 큰 처남집에서 함께 살다가 치매가 오자, 처남들은 장모님을 요양원에 모신다고 했습니다. 아내는 극구 말렸지만 처남들 형편으로 봐서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아내는 장모님을 우리 집으로 모셔와서 살 수도 없었습니다. 아내 역시 아이들 학원비 등으로 맞벌이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내가 맞벌이를 하지 않으면 제 월급만으로 생활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 학원비가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아내는 3년 전 장모님이 요양원으로 가신후 늘 가슴 한구석에 응어리가 진 것처럼 지냈습니다. 그리고 해마다 어버이날이나 장모님 생신날이 오면 자식으로서 어머니를 보살피지 못하는 것에 대해 늘 눈물을 보이고 있습니다.
현재 장모님은 지방 모 요양원에 계십니다. 요양원을 가실 때 아내는 장모님께 핸드폰을 사드렸으나 장모님은 핸드폰을 간수할 만한 상황이 못돼 무용지물입니다. 정신을 놓으시면 누구도 알아보지 못하는데, 핸드폰을 사 드렸지만 금방 잃어버렸습니다. 일주일에 한두번 요양원으로 전화를 걸어 아내는 어머니의 안부를 묻습니다. 그리고 가끔은 장모님의 정신이 반짝 돌아올 때 직접 통화도 합니다.
그러나 장모님의 정신이 잠시 돌아와 전화통화를 하는 날 저녁이면 아내의 눈은 항상 퉁퉁 부어있습니다. 장녀로서 어머니를 어찌하지 못하고 먼 곳에 버리고 온 듯한 죄책감을 아내는 떨쳐버리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아내의 눈물을 보는 못난 남편으로서 제 무능력함을 자책하기도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쩌지 못해 저 역시 답답하기만 합니다.
방송에서 가끔 노인들 문제나 요양원 방송이 나오면 저는 얼른 채널을 돌립니다. 아내는 길을 가다가 칠순이 넘은 할머니들을 보면 그냥 멍하니 바라보기도 합니다. 그 할머니들을 보며 아마 장모님 생각이 나는 듯 합니다. 그런 아내를 바라보는 제 마음 또한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저는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셔서 그런지 아내에게 어머니가 살아계신 게 그래도 얼마나 좋으냐고 철모르는 소리를 할 때도 있습니다. 물론 아내를 위로하려고 하는 말입니다. 아내는 제 말에 '철 모르는 소리'라고 하지만 보고 싶어도 돌아가셔서 보지 못하는 저보다야 낫다고 생각합니다.
내일이 어버이날인데, 저는 하늘에 계신 부모님께 마음으로나마 하얀 카네이션 두 송이를 바칩니다.
그러나 아내는 내일도 일을 나가야 하기 때문에 일을 하면서도 속으로 눈물 흘릴 생각하니 마음이 아픕니다. 이번 주말에는 아내와 함께 장모님을 뵈러 요양원에 다녀와야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미디어 다음(Daum)에도 송고되었습니다.
2009.05.07 15:14 | ⓒ 2009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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