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배우의 길, 시작했으니 끝을 봐야죠"

[탁현민의 이매진] 첫 여성 초대손님 신인 배우 강다원·임예나

등록 2009.05.10 23:23수정 2009.05.13 15:31
0
원고료로 응원
a

8일 오후 오마이TV를 통해 생방송 된 '탁현민의 이매진'에 출연한 배우 강다원, 임예나씨. ⓒ 권우성


매주 한 차례씩 7주 동안 <오마이TV>를 통해 생중계 된 <탁현민의 이매진>의 첫 번째 여자 초대 손님은 두 여자 신인 배우였다. KBS 드라마 <왕과 비>, <천둥소리> 등에 출연했던 임예나(26), 그리고 '잎새주' 등의 광고 모델로 데뷔를 한 강다원(22).

아직 화려한 빛을 뿜어내는 배우들은 아니지만 이들은 8일 생방송에서 형형한 눈빛과 싱싱한 패기를 보여줬다. 이들은 생방송 내내 연기에 대한 철학과 자신이 이루고 싶은 꿈에 대해서 똑 부러지게 이야기했다.

진행자 탁현민 한양대학교 문화컨텐츠학과 교수 말대로 "하고 싶은 일 자체가 없는 요즘의 많은 20대와는 다르게" 꿈 하나 만큼은 확실한 두 배우의 모습은 그 자체로 반짝거렸다.

a

8일 오후 오마이TV를 통해 생방송 된 '탁현민의 이매진'에 출연한 배우 강다원씨. ⓒ 권우성

강다원씨는 고등학교는 물론 대학에서도 무용을 전공하고 있다. 그녀의 말대로 "나중에 무용학원을 차리면 최소한 밥벌이는 할 수 있는 길"이었다. 하지만 강씨는 어릴 때부터 TV를 보며 연기자에 대한 동경을 키웠다. 그리고 지금은 적당히 하면 밥벌이가 보장되는 길을 놔두고 연기자의 문들을 두드리고 있다. 주변에서는 격려보다 만류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그냥 무용하지 왜 연기를 하려고 하느냐는 말을 많이 들었다. 키가 좀 큰(174cm) 편인데,  이게 꼭 연기에 도움이 되는 게 아니더라. 하지만 장벽을 넘고 싶었다. 그리고 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임예나씨는 아역배우 출신으로 분류할 수 있다. 중고교 시절부터 드라마 출연을 했고, 그 때문에 학교도 가끔 빠져야만 했다. 그렇다면 임씨의 이른 연기자 생활은 친구들에게 자랑거리였을까? 물론 많은 사람들은 "그렇다"고 대답할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대답은 달랐다.

"특별한 주변의 반응이랄 것도 없었다. 고등학교 때 전학을 갔었는데, 당시 아침 드라마 <착한남자>를 찍고 있었다. 하지만 학교 선생님들에게만 말했고, 친구들에게는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친구들이 아침 드라마 볼 일도 없고. 그리고 '딴따라'로 보여지는 게 싫었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대중 연예인을 바라보는 일반인들의 시선은 분명히 이중적이다. 선망과 부러움의 대상으로 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색안경을 낀 채 선입견을 갖고 그들을 대하곤 한다. 특히 여자배우를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은 그렇다. 그래서 이 땅에서 여자배우로 사는 일은 그리 녹록한 게 아니다.

두 배우도 이런 점을 잘 알고 있었다. 강다원씨는 "연기자가 되는 순간, 그리고 얼굴이 알려지는 순간 사생활이 많이 사라질 것 같다"며 "특히 여자 배우의 길이 힘든 것 같은데, 남자 배우는 스캔들 나면 당당하게 행동하지만 여자배우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임예나는 여자배우로서의 삶을, 그리고 더욱 큰 '스타' 대열에 오르기 위해 노력하는 자신의 상황을 어두운 터널을 걷는 느낌에 비유했다.

a

8일 오후 오마이TV를 통해 생방송 된 '탁현민의 이매진'에 출연한 배우 임예나씨. ⓒ 권우성

"여자 배우로서 살아가는 것 자체가 여러 가지를 포기해야 하는 걸 의미한다. 또 끊임없이 노력한다고 해서 (꼭 그에 비례해서) 결과가 나오는 게 아니지 않나. 그래서 막막한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답답함이 있다. 심리적으로도 힘들고. 컴컴한 터널을 걷는 느낌이다."

그렇다면 이런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배우의 길을 가려 하는가. 두 배우에게 짧지만 명확한 대답이 나왔다.

"이거 아니면 안 되겠으니까. 어차피 시작했으니 끝을 봐야 하지 않나."

강다원씨는 "지금 안 하면 기회가 없을 것이고 안 하면 나중에 후회할 될 것 같다"며 "연기를 하면 재밌는데 어떻게 포기를 하느냐"고 웃었다. 임예나씨는 "포기 유혹이 있으면서도 이렇게까지 하는 건, 그냥 내가 하고 싶은 일이기 때문이다"고 쿨 하게 덧붙였다.

이들에게 연기는 끊을 수 없는 일종의 '마약' 같은 것처럼 보였다. 강다원씨는 연기의 매력으로 "여러 캐릭터의 삶을 살아 볼 수 있는 장점이 있고, 스스로 한 단계씩 올라갈 때마나 느껴지는 성취감이 좋다"는 점을 꼽았다. 그리고 임예나씨는 "연기를 하다보면, 그리고 상대 배우와 함께 감정과 액션을 주고 받다보면 나 스스로가 없어지는 순간이 올 때가 있는데, 그 때의 쾌감이 크다"고 말했다.  

두 배우가 갖고 있는 연기를 향한 유혹은 쉽게 끊을 수 있는 게 아닌 듯하다. 애연가에게는 금연클리닉이 있고, 알코올중독자에게는 알코올클리닉이 있다. 하지만 '연기 중단 클리닉' 같은 게 없으니 이들의 연기를 향한 질주 본능은 한동안 계속될 것 같다.

이날 임예나씨는 "이순재 선생님처럼 죽을 때까지 연기할 수 있는 배우, 시청자들이 봤을 때 믿음이 가는 배우고 되고 싶다"는 소신을 밝혔다.

사실 고 장자연씨 사망 사건이 보여주듯, 한 연기자가 꿈을 지키고 이루는 건 개인의 의지문제를 넘어선 문제이기도 하다. 그래서였을까. 탁현민 교수는 이런 클로징 멘트를 남기며 방송을 끝냈다.

"사회가 제도가 그리고 부정과 유혹이 이 두 사람을 힘들게 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꿈을 가진 젊은이가,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박수를 받을 수 있길 기대한다."

이날 두 신인 배우는 스스로에게 박수를 보내며 생중계 방송을 마쳤다. 어쩌면 이날 방송은 훗날 그 어떤 값진 것과도 바꿀 수 없는 '국민 여배우'의 첫 생방송으로 기록될 수도 있다. 그런 날을 위해서라도 지금 여기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탁 교수 말대로 작은 박수를 보내는 일일 것이다.

a

8일 오후 오마이TV를 통해 생방송 된 '탁현민의 이매진'에 출연한 배우 강다원, 임예나씨. ⓒ 권우성


play

그녀들이 꾸는 스타의 꿈 단 1%만이 성공해 화려한 조명을 받는 '백조'가 될 수 있다는 연예인의 길. 두 신인 여배우는 왜 그 길에 뛰어 들었는지, 그리고 1%에 들기 위해 지금 어떤 '갈퀴질'을 하고 있는 지 등을 생중계로 들려줬다. ⓒ 김호중


play

이 땅에서 여배우로 산다는 것은 주류 잎새주 광고 등에 출연한 강다원 그리고 <왕과비>, <천둥소리> 등에 출연했던 임예나. 두 여배우는 <탁현민의 이매진>의 첫 여성 출연자들이다. ⓒ 박정호


play

미쳐야(?) 되는 스타의 길 ⓒ 김호중


#임예나 #강다원 #탁현민의 이매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삼성 유튜브에 올라온 화제의 영상... 한국은 큰일 났다
  2. 2 "과제 개떡같이 내지 마라" "빵점"... 모욕당한 교사들
  3. 3 이재명 '검찰 애완견' 논란에 소환된 손석희 앵커브리핑
  4. 4 한국 언론의 타락 보여주는 세 가지 사건
  5. 5 "왜 답변을 안 해요""권익위 폐업?"...'김건희 무혐의' 후폭풍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