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활동' 하는 청춘은 빛났다

결혼정보회사 미팅파티 현장...식사, 댄스 통해 교감 나눠

등록 2009.05.11 14:11수정 2009.05.11 14:11
0
원고료로 응원

날 좋은 5월 10일 오후 4시 무렵. 강남의 한 호텔 연회장으로 단정히 차려입은 선남선녀들이 속속 모였다. 한 결혼정보회사가 주관하는 미팅파티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 뜨고 있는 신조어인 '결혼활동'의 가장 대표적인 모습이다. 26쌍의 '빛나는 청춘'들이 참석해 7쌍이 커플로 맺어진 미팅파티 현장을 취재했다.

 

a  지난 5월 10일 한 결혼정보회사가 주최한 미팅파티. 26쌍이 참석 7쌍이 커플로 맺어졌다.

지난 5월 10일 한 결혼정보회사가 주최한 미팅파티. 26쌍이 참석 7쌍이 커플로 맺어졌다. ⓒ 문철희

지난 5월 10일 한 결혼정보회사가 주최한 미팅파티. 26쌍이 참석 7쌍이 커플로 맺어졌다. ⓒ 문철희

본 행사가 오후 4시부터 시작될 예정이지만 이미 한시간 전부터 도착해 현장을 익히는 철저한 준비성을 가진 여성이 눈에 띄었다. 낯선 곳에서 낯선 이들을 만나자니 아무래도 사전 점검이 필요했던 모양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온다고 했으니 이 여성은 이날 커플이 됐다.      

 

접수대에서는 참석자들의 신분증을 확인한다. 신원에 대한 철저한 인증은 결혼정보회사의 생명이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반드시 본인 확인을 거친 후에야 입장이 가능하다. 좌석은 입장한 순서대로 라운드 테이블에 앉는다. 주최측에서는 테이블 분위기가 서먹하지 않도록 스태프들을 통해 자연스러운 대화를 유도했다.

 

a  접수대에서 명찰을 달고 입장하는 여성 참석자.

접수대에서 명찰을 달고 입장하는 여성 참석자. ⓒ 유성호

접수대에서 명찰을 달고 입장하는 여성 참석자. ⓒ 유성호

26쌍의 참가자들은 6개 테이블에 나눠 앉았다. 행사를 치르기 위해서는 진행자가 필요하다. 이날도 전체 분위기를 이끌어갈 미팅파티 전문MC가 '아이스브레이크'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파티의 시작을 알렸다.

 

주로 80년대 생들이 주류를 이룬 이날 남성 참석자는 25명이 의사, 한의사, 치과의사였고 한 명이 사법연수원생이었다. 여성들은 의사, 약사를 비롯해 공무원, 교사, 은행원 등 직업이 다양했다.

 

전체게임, 조별게임, 파트너게임 등으로 사전에 분위기를 풀어 주자 간간이 웃음소리와 함께 대화 소리가 들렸다. 서먹함이 서서히 사라지는 분위기였다. 그러면서 본격적으로 자신의 이상형을 찾아나서는 '장도'가 시작됐다. 간단한 게임 후 남성이 테이블을 옮기면서 대화하는 '로테이션 미팅' 시간이 이어졌다.

 

a  상대의 어깨를 주물러주면서 긴장을 풀고 있는 모습. 스킨십을 통해 친밀도를 높이는 시간이다.

상대의 어깨를 주물러주면서 긴장을 풀고 있는 모습. 스킨십을 통해 친밀도를 높이는 시간이다. ⓒ 문철희

상대의 어깨를 주물러주면서 긴장을 풀고 있는 모습. 스킨십을 통해 친밀도를 높이는 시간이다. ⓒ 문철희

총 3회에 걸친 로테이션 미팅시간은 일반 소개팅이나 미팅시간과 별반 다를 바 없다. 자기소개와 함께 몇가지 주제를 가지고 대화를 주고받는다. 이 과정에서 어감, 어투, 몸 동작, 눈빛, 심지어 지식까지 가늠하면서 이상형 후보군을 좁힌다고 한다.

 

한 테이블에서 20분 정도 대화를 하고는 다음 테이블로 이동한다. 이렇게 3회 이동을 하면서 이성의 절반과 대화할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사회자는 자리를 옮길 때마다 손을 잡고 하는 게임을 유도해 자연스럽게 스킨십이 이뤄지게 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여기저기서 웃음이 빵빵 터졌다. 서로 농담도 주고받을 정도로 친밀도가 점점 강해지고 있는 것이다.

 

식사시간은 또 다른 '절호의 기회'다. '어떤 음식이 맛있더라'면서 자연스럽게 관심을 나타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담아 온 뷔페음식을 보면서 서로의 음식취향을 엿볼 수 있고 이야기를 풀어 갈 수 있는 소재가 되기도 한다.

 

식사 후 또 한 번의 로테이션 미팅을 거치면 이성 모두를 한번쯤 대면할 수 있게 된다. 마지막 로테이션 미팅시간은 다음 순서를 위해 서로의 어깨를 주물러 주는 시간을 가졌다. 

 

다음 순서는 다름 아닌 함께 춤을 배워보는 커플댄스 시간. 라틴댄스의 한 종류인 멜렝게를 배우기 위해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큰 홀로 나온다. 전문 댄스강사의 재미난 설명이 곁들여진 댄스시간은 상대와 가장 가까이서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는 시간이다.

 

 파트너를 바꿔가면서 춤을 추기 때문에 그동안 마음에 담아 두었던 이성에게 무언의 프러포즈를 할 수 있다.

 

댄스강사의 눈에 띈 춤태가 예사롭지 않은 한 남성 참석자는 무대 위로 올라 끼를 발휘했고 그 덕분인진 몰라도 이날 커플이 됐다. 열정적인 라틴댄스 시간이 끝나자 분위기가 절정에 달했다. 분위기는 정점을 찍고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이제는 운명의 시간. 입장할 때 나눠준 순서지에 이상형을 적어서 제출해야 한다. 눈빛을 어디에 둬야할지 모르는 시간이기도 하다. 이상형은 딴 테이블에 있는데 고개를 돌려서 볼 수도 없고, 옆 자리 이성은 자꾸 쳐다보는데 눈길을 주기엔 이상형이 아니고, 그에게 눈길을 줬는데 다른 이와 눈을 맞추려고 하고 있고….

 

수능시험보다 어려운 시간이란 말이 나왔다. 어떤 이는 화장실에 다녀 온 뒤 결정하겠다며 밖으로 급히 나가기도 했다. 10분이 지난 뒤에도 결정하지 못하고 우물쭈물 망설이는 이도 있다. 눈길에 대한 확답을 정확히 못 받은 모양이다.

 

전문MC에 따르면 대략 이 정도 규모 미팅파티서는 예닐곱 쌍이 커플로 맺어진다고 한다. 역시 이날도 그 통계를 벗어나지 않았다. 7쌍이 커플로 탄생했다. 그리고 파티는 막을 내렸다. 파티장을 빠져나가는 모습 중에는 유쾌한 웃음을 머금은 이도 있지만 굳은 표정도 심심치 않게 눈에 띄었다. 4시간에 걸쳐 들숨과 날숨을 같이 호흡한 그들의 뒷모습은 그러나 여전히 아름다운 청춘이었다.

 

a  커플이 탄생하는 순간. 맞잡은 두 손이 아름답다.

커플이 탄생하는 순간. 맞잡은 두 손이 아름답다. ⓒ 문철희

커플이 탄생하는 순간. 맞잡은 두 손이 아름답다. ⓒ 문철희

 

결혼활동, 왜 필요한가?

2004년을 기점으로 늘어나던 결혼률이 2008년에는 전년대비 4.6% 감소했다. 우리 사회도 만혼, 비혼 등 점점 결혼 하지 않는 사회로 가고 있다. 노동의 강도가 강해지고 있고 특히 여성의 경우 임신, 육아, 출산, 일과 가정의 양립 등의 고민이 결혼을 점점 어렵게 하고 있다.

결혼률의 감소는 출산율 저하를 가져온다. 특히 우리 사회같이 동거나 이들의 자녀들에 대한 사회복지나 안전망이 갖춰져 있지 않은 상황에서 결혼 없이 출산율 증가는 기대하기 어렵다. 이런 측면에서 결혼정보회사의 미팅파티와 같은 '결혼활동'이 새삼 유의미하게 다가온다.

결혼정보회사의 미팅파티는 인터넷 미팅사이트와 달리 결혼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또 당사자들만의 만남이 아니라 회사가 철저한 신원인증을 통해 만남을 주선한다는 점이 다르다.

결혼정보회사에서는 연중 이 같은 미팅파티를 두어 달에 한번씩 마련하고 있다. 이를 통해 결혼하고자 하는 제반 활동을 결혼활동이라고 한다. 이 말은 일본에서 지난해 처음 사용한 신조어로 '결혼을 위한 적극적인 활동', 즉 미팅파티 참석 등의 행위를 일컫는다. 최근 일본에서는 관련 TV드라마가 2개나 방영되고 있다.

저출산시대로 전전긍긍하고 있는 정부입장에서는 이같은 만남을 통한 결혼이 싫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제도는 결혼장려와 동떨어져 있다. 출산장려금 등 대부분 결혼 후 지원책에 집중돼 있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결혼장려금 제도를 만들어 달라는 목소리도 있을 정도다. 결혼정보회사 측면에서는 업종을 비과세 종목으로 해달라는 의견도 있다.

결혼정보회사 레드힐스 김태성 대표는 "만혼, 비혼의 시대가 빠르게 오고 있는데 결혼은 선택의 문제라고 뒷짐만 지고 서 있으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정부는 관련업계와 함께 결혼을 장려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2009.05.11 14:11ⓒ 2009 OhmyNews
#결혼정보 #미팅파티 #결혼장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깜짝 등장한 김성태 측근, '대북송금' 위증 논란 깜짝 등장한 김성태 측근, '대북송금' 위증 논란
  2. 2 김건희·채상병특검법 부결, 여당 4표 이탈 '균열' 김건희·채상병특검법 부결,  여당 4표 이탈 '균열'
  3. 3 한국만 둔감하다...포스코 떠나는 해외 투자기관들 한국만 둔감하다...포스코 떠나는 해외 투자기관들
  4. 4 [이충재 칼럼] 윤 대통령, 너무 겁이 없다 [이충재 칼럼] 윤 대통령, 너무 겁이 없다
  5. 5 "이러다 임오군란 일어나겠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대통령 "이러다 임오군란 일어나겠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대통령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