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8일, "그 섬에는 '카네이션 산타'가 있다"란 글을 올렸지요. 그때, 집에서 카네이션을 만든 그의 아내를 만나 잠시 이야기를 나눴지요. "아이들이 어떤 선물 주던가요?"라고 물었지요. 그랬더니 재미있는 말을 하더군요.
"엄마. 카네이션 달아드려요."
"아니. 매년 카네이션을 만드는데 꽃은 뭐하려고, 하지 마라."
"엄마, 무슨 선물 받고 싶어요?"
"TV 선전 봤지. 아무 것도 필요 없다.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지?"
그러면서 덧붙이는 말, "오늘이 딸 월급날이거든요. 알아서 하겠죠. 저녁까지 기다려 봐야죠"라 하더군요. 그런데 말과는 달리 월급날과 겹쳐 선물을 잔뜩 기대하고 있더군요. 그걸 보며 '기대하지 않으면서 내심 기대하는 게 부모 마음이다'란 생각을 했지요. 저도 그랬으니까.
그냥 지나간 어버이날, 서운했던 심정에 심통 부리다
8일, 아이들에게 받을 꽃과 편지를 기대했지요. 며칠 전, 아이들이 어버이날 이벤트를 준비한다며 마음을 부풀게 했던 터라 더 기대하고 있었지요.
먼저, 할아버지 할머니께 편지를 쓰게 해, 같이 다녀도 왔지요. 외가는 지난해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신 뒤였지만 편질 쓰게 했지요. 외할아버지 산소에 놔 드릴 참이었죠.
그런데 저는 막상 어버이날이 선물은 고사하고 꽃구경도 못했지요. 서운하대요. 자식 교육 잘못시켰나 싶었지요. 다음 날 심통(?)을 부렸지요.
"이벤트를 준비하네 마네 그러더니, 어버이날 그냥 지나가더라. 너희들 어디 두고 보자."
"아빠, 저희 억울해요."
"뭐가 억울해. 꽃도 선물도 안 준 너희가 억울할 이유라도 있어?"
"하루 전 날, 편지를 보냈는데 편지 배달이 안됐어요. 하루면 올 줄 알았는데…."
그제야 서운했던 마음이 조금 풀리더군요. 그렇잖아도 우편함을 확인하고, 편지 도착 안했냐고 물어보던데 그게 편지 때문이었나 봅니다. 그래도 이참에 짚고 넘어가야겠군 싶었지요.
"편지가 안 왔잖아. 초등학생이 둘이나 있는데, 아빠는 너무 서운해."
"죄송해요. 그런데 와, 아빠 정말 뒤끝 있네요. 안 보낸 것도 아닌데…"
부모 자식 간에도 오가는 정이 있어야
어버이날이 3일이나 지난 오늘 오전, 뒤늦게 편지가 도착했습니다. 연휴라 늦었던 게지요. 아들은 1일, 딸은 6일 날 편지를 썼더군요. 그럼, 그렇지. 실실 웃었지요. 딸아이 편지부터 읽었지요. 충고(?)가 들어 있더군요.
"담배 피우시는 것은 제일 싫어요. 그래도 딱 하나밖에 없는 우리 아빠신 걸요. 조금씩 조금씩 하루에 한 대씩만이라도 참으시면 어떨까요? 그럼 돈도 절약되고 건강도 좋아지니까요."
할 말 없대요. 그동안 담배 끊을 생각보다 스트레스 받지 않고 즐겁게 피우는 방법만 생각하고 있었지요. 이제 슬슬 끊어봐야겠단 생각을 들게 하더군요. 어찌됐건, 편지를 읽고 나니 흐뭇하대요.
그러고 보니, TV 광고가 딱 들어맞는 것 같더군요. '아무것도 필요 없다'면서도 세탁기 등을 보여주는 장면. 이제야 그 장면이 의도하는 바를 알겠더군요.
아마, 부모 자식 간에도 '오고 가는 정이 있어야 한다'란 말이겠죠?
덧붙이는 글 | 다음과 U포터에도 송고합니다.
2009.05.11 13:51 | ⓒ 2009 OhmyNews |
|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묻힐 수 있는 우리네 세상살이의 소소한 이야기와 목소리를 통해 삶의 향기와 방향을 찾았으면...
현재 소셜 디자이너 대표 및 프리랜서로 자유롭고 아름다운 '삶 여행' 중입니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