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이 고마워보기는 평생 처음이네

[나는야 엄지짱] 중랑천에서 만난 꽃뱀

등록 2009.05.11 20:05수정 2009.05.12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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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물건 떨어뜨린 소리에 놀랐는지 쏜살같이 도망가고 있다. ⓒ 송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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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에 갑자기 중랑천 자전거도로에 나타난 꽃뱀(율무기) 자전거타고 퇴근 길에 낮에 자전거 도로에 나타난 꽃뱀. 보행자 분들 조심하시길... ⓒ 송진숙


뱀 덕분에 짱에 오르다


내가 5월 둘째주 주 엄지짱이란다. 세상에 이런 일이! 엄지뉴스는 한동안 보기만 하다가 출근길에 본 스파이더 맨 복장을 한 자동차 딜러를 보고 신기해서, 출근하다 말고 카메라 꺼내 찍어 올린 것이 처음이었다.

엄지짱에 오른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일까 궁금해서 보곤 했다. 조회수가 장난이 아니었다. 몇 만은 기본이고 수십만의 조회수를 보면서 은근히 기대했던 마음을 접었다. 사진을 올린 다음엔 스스로 추천도 해보고 조회해 보면서 비교도 해보곤 했다.

워낙 사진찍기를 좋아하는 탓에 오래전 학창시절에도 카메라를 들고 다녔다. 심지어는 학창시절, 지금으로부터 27, 8년 전 거제도에 갔을 때 유람선 타고 섬 일주를 하는데 필름으로 찍던 자동카메라를 바닷속에 빠뜨렸다. 배 선원이 직접 물속에 들어갔다. 물속에 들어간 사람이 안 나와서 불안했다.

나 때문에 한 생명 잃나 싶어서 발을 구르고 있는데 한참 만에야 나왔다. 용케 카메라를 찾아가지고 나왔다. 민물도 아니고 바닷물을 먹은 카메라가 온전할 리가 있을까? 80년대 초반 학창시절에 아버지가 사신 건데 걱정이 앞섰다.

여행갔다 바다에 빠뜨린 카메라를 수리해서 쓰다


아버지한텐 물에 빠뜨렸단 얘기도 안하고 카메라 수리점에 맡기러 갔다. 수리점 아저씬 얘기를 들으시더니 웃으신다

"카메라가 덥대요? 해수욕을 다 시키시게. 수리해봐야 알겠네요. 민물도 아닌 소금물이니. 분해해서 청소하고 말려봅시다."


수리 가격은 기억이 안나지만 수리는 되었고 필름을 빼서 현상을 했다. 형태엔 변함이 없었으나 색상은 판타스틱(?)하게 나왔던 것 같다. 지금도 그 사진이 앨범에 있다. 그 뒤로도 얼마 동안은 카메라를 사용했던 것 같다.

그리고 얼마 후 발령 받고, 1986년쯤엔가 캐논 자동 카메라를 17만원인가에 사서 필름으로 한동안 찍고 아이들도 많이 찍어 주었다. 자라면 남는 게 사진밖에 없을 것 같았다. 슬라이드 필름으로도 많이 찍었다. 벽면에 비춰주면 아이들은 자기 사진이 크게 영화처럼 나오니까 굉장히 좋아했었다.

나의 사진 이력은 이렇게 시작되었고 좋은 카메라 갖는 게 소원이었으나 아직도 똑딱이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글 잘 써서 원고료라도 두둑이 타면 바꿔볼 수 있으려나? 호기심 많고 궁금한 거 많고 재밌는 거 보면 보존하고 싶은 생각에 웬만하면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게 일상이 되어 버렸다.

도랑 치고 가재 잡고

이번 짱에 오른 뱀 사진도, 자전거 타고 중랑천을 열심히 달려가는데 갑자기 뭔가가 나타났다. '난데없이 웬 뱀이람? 순간 혹시 뱀이 와서 무는 것 아냐?'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마추어 기자다운 생각으로 얼른 카메라를 꺼내 들었다.

자전거 받치랴. 카메라 꺼내랴. 뱀이 더 움직이기 전에 사진 찍으랴 엄청 바빴다.

순간 허둥대느라 다른 물건이 떨어져 뱀쪽으로 갔다. 뱀하고 가까워져 간다. 멈칫하고 있는데 뱀도 놀랐나 보다. 둑 쪽으로 스르륵 기어간다. 얼마나 빠른지 꼬리도 안보인다.

다음날 바쁘게, 손질도 잘 못하고 크기만 잘라서 올렸더니 이렇게 엄지짱까지 올랐다. 이런 경우 도랑치고 가재 잡았다고 할 수 있는 건가?

"뱀 고마워. 다음에 다시 한 번 보자. 밤 말고 낮에. 뱀이 고마워보기는 평생 처음이네."
#엄지뉴스 #뱀 #사진 #카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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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수성과 감동은 늙지 않는다"라는 말을 신조로 삼으며 오늘도 즐겁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익숙함이 주는 편안함에 주저앉지 않고 새로움이 주는 설레임을 추구하고 무디어지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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