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빈씨 어머니 권유로 노래강사하게 됐어요"

대한민국 개그 노래강사 1호 임정순

등록 2009.05.12 20:43수정 2009.05.13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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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대한민국 개그노래강사 1호 임정순씨.

대한민국 개그노래강사 1호 임정순씨. ⓒ 장호영

사람들에게 '빵' 터지는 웃음을 전도하는 노래강사가 있다. '대한민국 개그 노래강사 1호' 임정순(산곡3동·50세)씨가 바로 주인공. 임씨를 지난 8일 인천 부평의 한 찻집에서 만났다.


임정순씨는 개그 노래강사로 이미 세상에 널리 알려졌다. 2002년부터 개그 노래강사로 활약하면서 KBS방송국의 '아침마당' 등 여러 TV프로그램에 출연해왔다.

또한 최근에는 SBS방송국의 '스타킹'에 출연해 우아한 귀부인 차림으로 '오 솔레미오'를 열창하다 갑자기 옷을 찢어버리고 요상한 병뚜껑을 눈에 댄 채 '세상은 요지경'을 코믹하게 불러 객석에 '빵~'하고 웃음이 터져 다시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어렸을 때 남 앞에서 노래하는 걸 좋아했고, 남들이 나의 공연을 보고 웃는 모습이 좋았어요. 부모님의 반대로 꿈이었던 성악가를 하지 못하고 결국 유치원교사를 했지만, 결혼 후 3명의 아이를 낳고 조금 여유가 생기고 나서는 동네에서 어르신들을 위한 자원봉사로 노래와 개그를 하게 됐죠. 그것이 계기가 돼 노래를 다시 하게 됐고, 노래지도학과를 다니며, 2002년부터는 본격적으로 개그노래강사를 시작했어요. 대한민국 개그노래강사 1호요? 그건 제가 붙인 이름이에요. 하하"

임씨는 트로트 가수 박현빈씨의 어머니로부터 권유를 받아 노래강사를 시작했다. 동네에서 봉사활동을 하다 봉사활동의 범위가 점점 넓어져 서울에서도 하게 됐고, 그러다 만나게 된 박현빈씨 어머니가 적극 권유했고 거기에 자신감을 얻게 된 것이다.

임씨는 음악적 재능은 있지만, 노래 실력이 아주 출중한 편은 아니라고 말했다. 하지만 누구보다 많은 사람들이 노래를 즐겁게 부르고 웃을 수 있도록 만드는 데는 자신있다고 했다. 임씨는 이를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본인이 직접 북한식 한복을 만들고 가슴에는 '개그어멈'이라는 명찰을 붙여 북한말을 흉내내기도 하고 '세상은 요지경'을 불렀다. 전라도 출신이라 사투리를 고쳐야 했지만, 이를 장점으로 살려 장윤정의 트로트 '어머나'를 전라도 사투리로 바꿔 불러 인기를 얻기도 했다.


본격적인 노래강사를 시작하기 전인 2001년도에는 끼를 살리기 위해 SBS 개그우먼 시험에 도전했다. 원서 접수 당시 면접관들은 자식의 원서를 접수하러 온줄 알았다고 했다며 임씨는 크게 웃었다.

시험에선 결국 낙방했지만, 임씨는 끝없는 도전 정신으로 2002년 11월 KBS방송국의 '아침마당'에 도전해 노래와 춤을 선보여 큰 인기를 얻게 돼 바로 다음날엔 남편 김용덕(51세·부흥고 영어교사)씨와 시어머니까지 초대돼 살아온 삶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했다.


2005년 1월에는 남편이 이 시대 최고의 남편으로 뽑혀 아침마당에 한번 더 출연했고, 그해 2월에는 '쇼 파워 비디오'의 '나도 스타'에 출연해 인기상을 받았다. 임씨의 남편도 개그맨 못지않다는 것이 그녀의 설명이다. 매번 고3 학생들의 담임을 맡아 힘들면서도 자율학습이 끝나면 아이들에게 힘을 주기 위해 항상 우스운 말로 기분 좋게 집에 돌아가게 하고, 집에 와서도 꼭 자기 전 한번은 웃음을 준다고. 그래서 임씨는 남편과 선을 본 지 28일 만에 결혼을 하기로 했다. 3시간을 만나도 30분을 만난 것처럼 시간을 모르도록 즐겁게 해주는 남편이 좋았다는 것이다.

임씨는 현재 부천여성회관·한국마사회광명지점·계양도서관·롯데캐슬아파트문화센터·인천동구송림2동주민자치센터 등에 출강해 노래를 가르침과 동시에 웃음을 전하고 있다. 자신이 망가지더라도 사람들이 웃는 모습을 보는 것이 좋아 이 일을 계속하고 있다는 임씨는 사실 2년 전 쯤 평생 고칠 수 없는 '메니에르'라는 희귀병에 걸렸다.

메니에르는 귀가 안 들리면서 이상한 소리가 나고 어지러워지며 결국 어지럼증으로 잠도 못 자게 되는 병이다. 3개월을 병원에서, 4개월을 한의원에서 치료했지만 결국 고칠 수가 없었고 이로 인해 어렸을 때부터 꿈이었던 성악가가 되기 위해 가려던 대학도 포기해야 했다.

노래를 부를 때 머리가 깨질 듯 아프기도 하고 이야기를 하다 얼굴에 마비가 오기도 해 노래를 제대로 부르기 힘들었다. 주변 사람들은 노래강사를 그만두고 쉬라고 했다. 하지만 일을 그만 두는 게 더 힘들 것 같아 이겨내야겠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살았고 지금은 증상이 많이 호전된 상태이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열심히만 살다보니 스트레스와 피로 누적으로 병에 걸린 것 같아요. 하지만 웃음이 결국 약이 됐나 봐요. 지금 하고 있는 개그노래강사는 평생 죽을 때까지 하고 싶어요. 하지만 지금 또 제2의 꿈을 꾸고 있어요. 웃음 뿐 아니라 행복을 전도하는 명강사가 되기 위해 스피치 학원에도 다니고, 신문 사설을 꼼꼼히 읽는 등 열심히 공부하고 있답니다. 부평에서 산 지 벌써 12년이 됐는데 아직 부평에선 노래강의를 못하고 있어요. 기회가 되면 부평에서도 노래강좌를 꼭 열고 싶어요"

경제적인 어려움 등으로 웃음 지을 날이 별로 없는 요즘, 자신 뿐 아니라 남을 행복하고 웃음 짓게 만들기 위해 오늘도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개그와 노래를 선보일 그녀의 웃음바이러스가 기대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린 내용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린 내용입니다.
#임정순 #개그노래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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