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합리화의 덫에 걸린 황석영

등록 2009.05.15 12:07수정 2009.05.15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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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영'이라는 이름의 브랜드 가치는 실로 어마어마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의 말과 행동, 그리고 그가 쓴 책들은 늘 수많은 대중의 시선을 끌어들입니다. 매년 노벨상 후보를 거론할 때마다 그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 역시 브랜드 가치의 위력을 나타내는 것이죠. 그만큼 그는 대중으로부터 사랑과 관심을 받아 왔고, 그런 덕분에 경제적 혜택도 적지 않게 얻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런 그가 요즘 변신을 꾀하는 듯 보입니다. 통상적으로 변화를 추구한다는 것은 고인 물로 남는 것보다 나은 것으로 평가되곤 합니다만, 인생 말년으로 향하고 있는 그의 변신을 바라보는 대중들의 시각은 그리 곱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만큼 그의 변신이 기존의 방향과 많이 다르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겠죠. 황석영 본인은 그런 변신이 원대한 포부에 기인하는 것일 수 있겠습니다만, 적어도 마케팅 측면에서 보자면 실패의 길로 들어서는 것 같습니다. 다시 말해서, 지금까지 쌓아온 그의 브랜드 가치를 상당히 훼손하는 방향으로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의 변화는 어쩐지 김지하의 변화를 떠올리게 합니다. 김지하 역시 인생 말년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방향을 살짝 틀었죠. 저같은 범부가 그의 심오한 철학세계를 어찌 다 이해할 수 있겠습니까 마는, 일반 대중의 입장에서 얘기하자면, 그의 철학이 왠지 좀 뜬구름 잡는다는 느낌이 드는 걸 어찌할 수 없더군요. 황석영 역시 일반인들이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 뭔가 심오하고 원대한 철학적 구상이 떠올랐나 봅니다. 동북아와 중앙아시아를 연결하는 원대한 구상이겠죠. 김지하의 철학이든 황석영의 철학이든, 당사자로서는 뭔가 엄청난 깨달음이겠습니다만, 대중들이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은 어찌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이해 못하는 제가 그에 대한 결례라고 해도 할 말은 없겠습니다만...

 

그가 구상하는 철학적 세계가 어떤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그가 내린 MB정부에 대한 평가는 왠지 좀 억지스러워 보입니다. MB를 중도실용이라고 하는 것이나 그런 중도실용이 자신과 잘 맞는다는 것이 그렇습니다. 국민의 자유로운 비판을 억압하고 촛불을 들었다는 이유로 마구 체포해 가는 중도, 언론을 입맛대로 길들이려고 수단 방법 가리지 않는 중도, 가난한 서민들을 사지로 몰아넣고는 오히려 그들에게 폭도라는 굴레를 씌우는 중도, 녹색성장을 얘기하면서 온 국토에 삽질소리만 요란하게 하는 중도, 그런 중도정부가 도대체 어디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인지 그에게 묻고 싶습니다.

 

황석영이 말하는 거대한 구상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그런 구상에 그의 욕심 또는 욕망이 지나치게 녹아들고 있다는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그런 욕심이 그로 하여금 지독한 자기합리화로 빠져들게 하는 것이죠.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해 그의 두뇌가 나름 활발히 논리를 지어내는 것인데, 희끗해지는 그의 머리카락 만큼이나 그의 두뇌 역시 허옇게 변해가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인지부조화 이론을 누구보다 잘 이해할 것으로 보이는 그가, 어떻게 그런 자기합리화의 오류에 빠져들 수 있는지 참으로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황석영'이라는 브랜드 가치의 추락을 깨닫고 그의 본 모습으로 돌아오는 것은 이제 어려운 일일까요? 자신의 인지부조화를 깨닫고 자기합리화의 덫에서 빠져나오길 기대하는 것은 이미 물 건너간 일일까요? 그의 이름이 이 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만큼 그를 사랑하는 대중의 실망도 무척 커보입니다.

 

맑은 하늘 위로 점점 두터운 구름이 몰려오고 있네요. 곧 세찬 비가 내릴 거라는 일기예보가 들려옵니다.

2009.05.15 12:07 ⓒ 2009 OhmyNews
#황석영 #김지하 #자기합리화 #인지부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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