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경찰이 폭력 유발하고 함정연행"

임성규 위원장 "조합원들 대신 나를 구속하라... 총력투쟁 앞당길 수 있다"

등록 2009.05.18 14:33수정 2009.05.18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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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민주노총 지도부는 18일 오전 11시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6일 노동자민중대회에서의 경찰 강경진압을 규탄했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18일 오전 11시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6일 노동자민중대회에서의 경찰 강경진압을 규탄했다. ⓒ 권박효원

민주노총 지도부는 18일 오전 11시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6일 노동자민중대회에서의 경찰 강경진압을 규탄했다. ⓒ 권박효원

 

민주노총이 지난 16일 노동자민중대회 경찰 강경진압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직접 사과와 유태열 대전경찰청장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경찰이 유례없이 집회 참가자 486명(민주노총 집계)을 연행한 것은 "민주주의와 노동기본권에 대한 정권의 도발"이라는 주장이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18일 오전 11시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이같은 기자회견을 열고 "6월 말로 예정됐던 민주노총 총파업 등 총력투쟁을 앞당길 수 있다"고 다시 한번 경고했다. 임성규 민주노총 위원장은 "오는 21일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이 문제를 심도깊게 다루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 민주노총 각 산별 연맹과 화물연대의 조직력을 감안하면, 실제로 총력투쟁을 앞당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민주노총은 며칠째 "투쟁을 앞당길 수 있다"고 경고만 할 뿐 구체적인 시기나 방법에 대해서는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정부에 대화를 요구하면서 교섭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바로 다음날인 19일 다시 기자회견을 열어 교섭을 공식 제안할 예정이다.

 

"그날 따라 경찰은 '산성'도 쌓지 않았다"

 

이날 민주노총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경찰은 평화행진을 막고 집회 참가자를 자극한 뒤 이어진 충돌을 빌미로 '함정연행'을 했다"고 주장했다. 평화적 정리집회를 구두로 약속했는데 경찰이 이를 파기했다는 것이다.

 

집회가 마무리된 뒤 고속도로 나들목과 식당 등에서 참가자들을 잡아들였고, 곤봉과 방패에 두들겨맞은 연행자에게 의약품조차 지급하지 않았다는 것이 민주노총의 주장이다. 민주노총은 "전쟁에서 포로로 잡힌 적군에게도 이런 취급은 하지 않는다"고 경찰을 비난했다.

 

당일 집회 참가자들의 폭력과 경찰 부상에 대해서는 "경찰이 조합원들을 자극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참가자들이 죽창으로 무장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추모용 만장에 사용되는 대나무로 신고서상에 적시된 집회용품이었다"고 반론을 폈다.

 

기자회견에서 임성규 위원장은 "16일은 이상하게 물대포를 쏘던 경찰이 뒤로 물러섰다, 예전과 달리 경찰차를 여러 겹으로 주차해 '산성'을 쌓지도 않았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물대포를 쏘면서 조합원들을 흥분시킨 뒤 일부러 길을 열었다"는 주장이다.

 

임 위원장은 "지도부가 조합원들을 제지했지만 흥분한 일부 조합원들이 경찰에게 달려가 불상사가 발생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제 이름으로 신고한 집회였으니까 형사상의 책임도 지겠다, 연행자 대신 제가 구속될 테니 조합원들은 바로 석방시켜달라"고 요구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정갑득 금속노조 위원장 역시 "경찰이 먼저 물대포를 쏘면서 조합원들을 자극했다, 당시 상황을 찍은 언론사나 경찰의 (동영상) 테이프를 분석해보자"고 말했다. 김종인 운수노조 위원장은 "그동안 투쟁과정에서 경찰은 우리 조합원들이 농성천막 하나 못 치게 방해하고 1인시위조차 막았다, 16일에도 집회하기 전부터 경찰 쪽에서 전화를 걸어 '오늘은 무조건 연행한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총파업" 경고 이어 "교섭" 호소... 민주노총의 고민

 

이날 임 위원장은 "우리도 경제 살리자는 목적이 다르지 않으니 함께 얘기로 풀어보자"면서 "정부와의 교섭이 이뤄지면 6월말 총파업 투쟁도 유연하게 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한판 붙자는 것이다"이라고 '호소'와 '경고'의 메시지를 동시에 던졌다.

 

임 위원장은 "이 상황에서 웬 교섭이냐고 하겠지만 대화 노력은 계속 하겠다"면서 "이런 진정성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이후 사태는 이명박정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이 대화의 끈을 놓지 못하는 것은 산하 각 산별연맹 뿐 아니라 화물연대에서도 총파업에 대한 준비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애초 민주노총은 각 산별의 투쟁현안을 모아 다음달 말부터 '하투'를 벌일 계획이었다.

 

화물연대 내부에서도 사정이 좋지 않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화물연대 조합원은 1만5천명인데 실제 파업을 하면 참가인원이 그보다 많았다, 비조합원까지 파업에 동참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파업 조직이 만만치 않다. 그는 "안 그래도 물류량이 70% 정도로 줄고, 일하겠다는 화물 노동자가 줄을 섰다"고 전했다.

 

김달식 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장은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고유가와 고물가가 계속되는 동안에도 화물연대는 운송료 인상 등의 요구를 하지 못했다, 자존심이 상하고 화가 치밀었지만 현재 정서를 생각해서 '함께 경제위기를 극복하자'는 차원에서 많이 양보했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그동안 민주노총이 이긴 싸움이 없었고 화물연대도 2003년 총파업 이후 뚜렷한 '승리'가 없었다"면서 "실현 가능한 목표를 제시해 조합원들을 설득해야 하는데, 어떤 목표가 가능할 것인지 답이 없다"면서 고민을 드러냈다.

 

이같은 상황에서 경찰의 강경진압이 민주노총의 '투쟁 열기'를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관계자는 "이번에 연행된 참가자 중 금속노조 조합원들은 (폭력행위가 없었는데) 억울하게 된 경우다, 집회 이후 현장 분위기가 뜨거워졌다"고 전했다.

2009.05.18 14:33ⓒ 2009 OhmyNews
#민주노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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